서울 용적률 24년 만에 봉인 해제…스카이라인 '천지개벽'

이유정 2024. 5. 1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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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INSIGHT
서울 '도심 대개조' 시동
개발 옥죄던 시대 끝났다
인구 줄고 공사비 치솟는데
용적률, 조례보다 300% 낮아
글로벌 도시경쟁력 키우려면
개발 규제 완화는 불가피
종상향 땐 용적률 '5배'까지
파급 큰 역세권 고밀복합개발
노선형 상업지, 관광인프라로
UAM시설·녹지 등 조성하면
추가용적률 부여 개발 활성화
서울 용두동에 들어선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서울시는 최근 대대적인 용적률 완화를 통해 지하철 역세권과 상업지역 등에 고밀도 복합개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경DB


서울시가 100년 후 미래 서울을 설계하기 위한 ‘도심 대개조’ 작업에 나섰다. 서울 내 근거리에서 일하고 즐기며 생활하는 ‘직주락(업무·주거·여가) 도시’로 만들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용적률’이다.

용적률은 도시개발의 밀도를 결정짓는 기준이자, 민간 토지주에게는 사업성과 직결되는 지표다. 규제 완화 효과가 집중된 지하철 역세권과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고밀복합개발이 본격화하는 등 서울 도심 스카이라인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도시 외관 결정짓는 용적률

용적률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지만 실제 사업 현장에 적용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조례로 정해 관리하고 있고, 용도지역과 사업 방식에 따라서도 적용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용적률이란 유인책을 이용해 도시경관뿐 아니라 교통, 환경문제 등을 관리해 왔다. 공개공지 조성, 친환경 계획 이행, 주차 및 차량 동선 준수, 공공시설의 기부채납 등을 이행하면 추가로 용적률을 주는 방식이다.

전국에서 땅값이 비싼 서울은 체계적 관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용적률 체계가 복잡해진 이유다.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모아주택·모아타운, 역세권 활성화 사업, 사전협상제도 등 사업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용적률 자체도 기준·허용·상한 등으로 구분해 세부 관리하고 있다.

예컨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적용되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용적률은 210%, 허용은 230%, 상한은 250%, 법 상한은 300%다. ‘기준’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용적률, ‘허용’은 공개공지 조성 등 조금만 노력하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용적률, ‘상한’은 기부채납 등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받을 수 있는 용적률이다. 서울 내에서도 사업별 용적률 체계를 꿰뚫고 있는 담당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시 용적률 체계의 특징 중 하나는 법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민간개발을 활용해 최대한 더 많은 공공성과 계획적 개발을 끌어내려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예를 들어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선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법 상한(300%)보다 50%포인트 낮은 250%로 규정한다. 도시개발·관리의 기본 틀인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는 준주거·상업지역 기준용적률을 조례용적률보다 100~300% 낮게 설정해 놨다.

 ‘봉인’했던 용적률 풀고 상업지 확대

서울시가 24년여 만에 꺼내든 ‘용적률 합리화 방안’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흔든다는 점에서 파격이라는 평가다. 낮게 설정돼 있던 기준용적률은 끌어올리고, 미래 도시공간에 맞는 각종 인센티브를 도입해 추가용적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총 4단계에 이르는 용도지역 상향도 허용하기로 했다.

용적률 규제 완화가 집중되는 곳은 역세권 활성화 사업이 이뤄지는 지하철역 주변이다. 2019년 도입된 이 사업은 지하철역 반경 350m 안에 있는 1500~1만㎡ 용지의 용도지역을 올려주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기여로 받는다.

지하철역 주변만 가능했던 사업 대상지는 간선도로변의 노선형 상업지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도산대로, 강남대로, 언주로 일대 94만9000㎡가 대상지로 추가됐다. 또 관광숙박시설, 친환경 건축물, 창의·혁신 디자인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추가 도입한다. 역 주변은 2단계까지만 허용하던 용도지역 상향을 최대 4단계(입지 특성 충족 및 복합용도 도입 시)까지 가능하게 했다.

예를 들어 3도심(광화문·강남·여의도)과 용산 잠실 마곡 등 7광역 중심에 속한 역세권 2종 일반주거지역이 4단계 높은 일반상업지역까지 올라갈 수 있다. 최대 200%였던 용적률이 기존의 5배가 넘는 1100%로 늘어나는 것이다.

서울 전체 면적의 약 35%에 달하는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용적률 체계도 크게 달라진다. 800%까지만 가능했던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을 공개공지 조성 인센티브를 적용해 최대 960%까지 허용한다. 의도적으로 낮게 관리해온 기준용적률은 조례용적률과 통일시키고, 도심항공교통(UAM) 시설이나 녹지생태도심 등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항목에 인센티브를 준다.

 ‘직주락 도시’로 패러다임 전환

용적률 규제 완화에는 ‘특혜 의혹’ ‘난개발 우려’ 등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 같은 부담에도 서울시가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단행한 것은 기존 체계로는 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등 급변하는 도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사비 인상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해 서울 내 주요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민간개발 활성화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권역별 도심 대개조’를 위한 필수 전제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도시 경쟁력 강화’다. 발전 잠재력과 파급력이 큰 지하철역 주변은 직주근접 콤팩트시티(고밀복합도시)로 개발을 유도하고, 노선형 상업지에는 국제 업무 및 관광 인프라가 조성되도록 할 계획이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실제 개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시민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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