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AI 신약개발 손잡는 빅테크-빅파마… 주도흐름 누가 이어갈까

강민성 2024. 5. 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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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모더나·구글-노타비스
의학근거로 약물 최적용량 예측
생성형AI로 실험 완전대체 지원

챗GPT,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생명과학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속도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언어와 같은 시퀀스 데이터를 학습하고 모델링하는데 특화된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이 생명과학 분야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신약개발용 AI모델이 고도화하고 있다. AI가 가져오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회를 잡기 위해 기존 제약·바이오 기업과 IT 빅테크 간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해외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IT 빅테크가 손잡고 AI를 신약개발에 응용하기 시작한 가운데, 빅파마와 빅테크 중 어디가 흐름을 이끌 것이냐는 점이다. 초기에는 양쪽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AI 대표 기업과 백신 대표 기업 손잡다

오픈AI는 지난달 생성형 AI 챗GPT를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로 유명한 모더나의 신약 개발에 지원하기로 했다. 신약 개발 전 과정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자동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양사가 체결하면서, 모더나 직원 3000여 명은 오픈AI의 기업용인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오픈AI의 최신 언어 모델인 GPT-4를 기반으로 구축된 기업용 AI 모델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모더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메신저 RNA(인체에 단백질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유전 물질) 플랫폼을 활용해 질병 예방부터 암 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오픈AI와의 파트너십과 AI 활용은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더나는 직원들이 이미 챗GPT를 이용해 750개가 넘는 맞춤형 GPT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수년간의 선행 연구와 의학 지식을 근거로 임상시험에 필요한 약물의 최적 용량을 예측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모더나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에 활용되는 GPT 프로그램은 불량률을 줄이는 새로운 효소 구조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데 기여하고 있다. 모더나 측은 이번 파트너십 체결과 관련해 "AI가 향후 5년 이내에 15개의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모더나의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단백질과 다른 분자간 상호작용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눈, AI

AI 기술을 주도하는 빅테크와 제약업계 간 파트너십이 활발해진 가운데 구글, 엔비디아 등도 신약 개발을 위한 AI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구글의 AI 부문인 구글 딥마인드는 2018년 처음 공개한 '알파폴드'와 2020년 나온 '알파폴드2'에 이어 최근 '알파폴드3'를 공개했다. 알파폴드3는 기존 모델이 제공하던 인체 내 단백질 구조 예측을 넘어 모든 생물학적 분자 형태와 상호작용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는 단백질, 유전자(DNA) 등 수십억 개의 분자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데, 알파폴드3는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거의 모든 생체 분자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단백질과 다른 분자 간 상호작용에 관한 예측은 기존보다 50% 이상, 특정 상호작용에서는 정확도가 두 배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단백질, DNA, 리보핵산(RNA)과 같은 큰 생체 분자뿐만 아니라 '리간드'라고 하는 작은 분자도 모델링하고, 세포의 건강한 기능을 파괴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자의 화학적 변형도 모델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최근 "향후 수년 내 AI가 처음 설계한 약이 환자에 투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사는 알파폴드3가 향후 신약 개발과 질병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신약 개발 자회사인 아이소모픽 랩스는 알파폴드3를 이용해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노바티스와 신약물질 개발계약을 하고 단백질 구조예측 플랫폼 '알파폴드2'를 통해 협업 중이다.

◇ 생성형 AI 플랫폼으로 신약개발 파고드는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자사의 AI 기술력을 활용한 바이오 플랫폼 모델을 구축하며, 로슈·암젠·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을 확장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네모'를 통해 컴퓨터 기반 신약 개발 생태계에 12개 이상의 생성형 AI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오네모는 DNA 서열분석과 단백질 구조예측 등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제약사, 바이오테크,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사용되는 바이오네모는 약물 연구개발을 위한 새로운 종류의 계산 방법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생성형 AI를 접목해 실험을 줄이고 경우에 따라 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바이오네모는 로슈 자회사 제넨텍, 암젠, 아스텔라스 등 제약·바이오 기업을 비롯해 AI 신약 개발사 총 100여 곳이 바이오네모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빅파마가 본격적으로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비슷한 방식을 따라가고 있다"며 "특히 신약 타깃 물질을 찾고 식별하는 과정부터 선도물질(리드 화합물) 최적화에 이르는 초기 단계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챗GPT라는 알고리즘이 언어 자체를 번역하는 수준이 아니라, 언어의 맥락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GPT-4에 이르러서 그 성능이 더 강력해지면서 이제는 LLM 시대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빅테크-빅파마 오픈 이노베이션 더 늘어날 것"

업계에서는 빅테크와 빅파마의 오픈 이노베이션에 사례가 올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사 스탠다임의 송상옥 대표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에서 "엔비디아, 구글, IBM이 대형 제약사와 협력한다는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양측의 장점들이 확실히 있는 가운데 이런 협업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이어 "LLM을 활용한 신약개발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빅테크들은 컴퓨팅 인프라 스트럭처를 표준화하고 능률화하는 시도에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제 AI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제약·바이오 업계에 AI를 통한 신약개발 시도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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