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들이 뉴스를 회피하는 동안에도 [열린편집위원의 눈]

한겨레 2024. 5.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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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떠나면 현지에서 신문을 한 부씩 사곤 한다.

숨 가쁜 속도로 하루의 사건들을 편집해 나르는 한겨레 기사들을 열린편집위원으로서 부지런히 따라가며 읽는 일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조금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신문을 만드는 한겨레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성평등한 의사소통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데서 시작하면 좋겠다.

4월17일 '약자가 뉴스를 회피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라는 제목의 칼럼에 따르면 뉴스 회피는 양극화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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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지 |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활동가

해외여행을 떠나면 현지에서 신문을 한 부씩 사곤 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과 여기를 기억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영자신문을 고를 때도 있지만 일부러 현지어로 된 신문을 사올 때도 있다. 읽을 수도 없는 신문을 사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면 구성과 사진, 광고, 서체를 구경하는 일 뿐이지만 현지 신문을 한 부 샀다는 것만으로 여행 중인 사회에 ‘관광객 이상의’ 가까움 한 자락을 느끼곤 한다. 타이베이 여행 중에는 신문 1면에 실린 무지개빛깔 보도 사진을 통해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 합법화 국가가 됐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여러 모로 신문은 세상을 담고 있고, 소식을 전하는 창이자 다리이므로 신문을 읽는 일은 확실히 세상을 더듬어 읽는 일과 닮았다.

몇 해 전에는 처음으로 상담을 받았다. 소진감이 극에 달했을 때, 가장 명징하게 나타났던 증상이 바로 ‘뉴스를 보기 싫다’, ‘글자를 읽기가 힘들다’였다.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글자와 정보만 머리에 입력하면서 가급적 최대한 뉴스를 멀리하는 일에 집중했다. 활동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뉴스를 멀리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가능해도 괜찮은 일인지 괴로워하면서도, 격려해주는 이들 곁에서 완만하게 회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신문에 실린 세상일이 다시 궁금해지고 마음이 쓰일 무렵, 다시 마음에 힘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숨 가쁜 속도로 하루의 사건들을 편집해 나르는 한겨레 기사들을 열린편집위원으로서 부지런히 따라가며 읽는 일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조금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신문을 읽으며 한겨레가 누구를 대변하는 언론인가를 자주 생각했다. 한겨레는 기억하고 기록한다. 형제복지원, 제주 4·3사건 특집, 전세사기 피해자, 세월호 10주기 특집 기사를 읽으며 폭력과 참사의 책임을 끝까지 묻고 진실을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귀한 연대인가 생각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관련 보도도 기다리는 기사다.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손님을 박대했던 식당이 몇 년 뒤 다시 찾으니 경사로까지 설치해두고 환대해주더라는 반가운 이야기를 4월20일 기사에서 읽었다. 그 몇 년 사이 미디어를 통해 ‘무장애여행’에 대해 부지런히 쓰고 알리고 민원을 넣은 덕이라 한다. 언론은 그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도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 되도록 한겨레가 더욱 적극적으로 조명해주면 좋겠다.

별도의 젠더데스크와 열린편집위원회를 운영하는 언론사라는 점도 진보 언론 한겨레의 호감도를 높인다. 그러나 무엇이 젠더 관련 기사인지, 기사에 성평등 관점을 녹인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신문을 만드는 한겨레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성평등한 의사소통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는 데서 시작하면 좋겠다.

4월17일 ‘약자가 뉴스를 회피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라는 제목의 칼럼에 따르면 뉴스 회피는 양극화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약자들이 뉴스를 회피하는 동안에도, 한겨레가 꾸준히 약자들을 대변하는 언론으로 남아주면 좋겠다. 나도 주변에 한겨레 기사를 더 열심히 공유해야겠다. 종이신문과 디지털신문의 사이에서 찾은 작은 노하우는, 한겨레 누리집 메뉴 목록에서 지면보기 기능을 이용하는 것. 회원가입 후 로그인만 하면 한겨레 신문 지면을 광고 없이 무료로 볼 수 있다. 로그인해야만 읽을 수 있는 기사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또 하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것. 매일 아침 배달되는 ‘H7:30’을 추천한다.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7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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