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자도 남자도 아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자는

김나영 기자 2024. 5. 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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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스웨덴 말뫼에서 제68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스위스 대표 니모(Nemo)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음을 짓고 있다./로이터

유서 깊은 유럽의 국가 대항 대중음악 경연대회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유로비전)에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사람’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11일 스웨덴 말뫼에서 열린 경연에서 스위스 대표 니모(Nemo)가 총 591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1988년 이후 36년 만에 우승자를 배출한 스위스 언론들은 우승 소식을 톱 뉴스로 전했다. 이날 니모는 분홍색 치마에 상의는 빨간 레이스로 두르고 무대에 누웠다 일어나 방방 뛰어다니며 좌중을 휘어잡았다.

경연곡 ‘코드(code·규범)’는 랩과 록을 뒤섞은 리듬과 멜로디에 ‘나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지옥에 다녀왔지/이제 난 천국을 찾았어/나는 규범을 깨부쉈지’ 등 절규하는 가사로 자아 정체성의 혼돈을 노래한다.

이 가수의 복장은 전형적인 여가수였지만 얼굴과 가슴팍의 윤곽은 남성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았고, 매체들에 자신을 그들(they)이라고 지칭할 것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니모는 유로비전 역사상 첫 ‘논바이너리(nonbinary) 우승자’가 됐다. 논바이너리는 기존의 성 구분을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성 정체성을 말한다. 동성애자·성전환자 등의 개념을 넘어서는 보다 파격·진보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2014년 유로비전에서는 드레스에 치렁치렁 장발을 하고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오스트리아 가수 콘치타 부르스트가 우승컵을 안아서 화제가 됐는데, 그는 ‘여성의 정체성으로 노래하지만 생물학적으론 남자인 가수’였다.

유럽방송연합(EBU)이 1956년부터 매년 주최해오고 있는 이 경연은 EBU 소속 방송사를 둔 30여 국의 대표들이 자작곡으로 참가한다. 한편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암운은 이번 유로비전에도 드리웠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살상하고 있는 만큼 출전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유로비전 개최 몇 달 전부터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음악계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참가 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유럽 도시 곳곳에서 이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결승전 날엔 경찰과 반이스라엘 시위대 2만여 명이 대치하며 공연 시작이 몇 시간 늦춰지기도 했다.

이스라엘 대표 에덴 골란의 곡도 논란을 더했다. 골란은 당초 ‘10월의 비’라는 제목의 곡을 제출했는데, 제목과 가사가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연상케 한 탓이다. 하지만 주최 측인 EBU는 유로비전은 가수들 간 경쟁이지,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며 골란의 출전을 허용했다. 결국 그는 제목을 ‘허리케인’으로 바꾸고 가사도 일부 수정한 채 무대에 올랐고, 결승전에 5위에 올랐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주최 측이 러시아 대표의 참가를 불허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유로비전은 이 대회가 배출한 최고 스타인 아바가 ‘워털루’로 우승한 지 50주년을 맞는 해에 그들의 모국 스웨덴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를 기념해 역대 우승자들이 ‘워털루’를 부르는 동안 아바의 전성기적 이미지가 무대에 구현되는 특별 기념 공연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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