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박수 없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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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첫 공연을 초연이라 한다.
인생도 따지고 보면 전부 초연이다.
입장 티켓을 끊지도 않았는데 무대에 서버렸으니, 삶은 우리를 초청했다.
한 번뿐인 인생, 초연의 결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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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앞에서 우리는 서성였다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왔으므로 극장 앞에서 우리는 서성였다 하나는 불안한 듯 계속해서 벽을 찼고 하나는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겨울의 황량한 바람이 우리의 내부를 통과해 간다 더 빨리 왔더라면 더 늦게 왔더라면 이런 어리석은 대화 무의미한 대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중략)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왔으므로 끝나 있거나 시작하기 전이므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 강성은 '초연(初演)' 부분
연극 첫 공연을 초연이라 한다. 인생도 따지고 보면 전부 초연이다. 인간은 각자 삶의 주인공인데 매 순간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대에서 마주칠 다음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또 끊김 없이 내뱉어야 하는 다음 대사가 뭔지도 잘 모르고 산다. 입장 티켓을 끊지도 않았는데 무대에 서버렸으니, 삶은 우리를 초청했다. 이 연극의 유일한 진짜 관객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한 번뿐인 인생, 초연의 결말은 무엇일까. 한자 연(演)에는 '멀리 흐르다'란 뜻도 담겼다고 한다. 태양이란 조명 아래서, 우리는 박수도 없는 객석 앞까지 멀리 흘러왔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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