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박수 없는 무대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5. 12. 17: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극 첫 공연을 초연이라 한다.

인생도 따지고 보면 전부 초연이다.

입장 티켓을 끊지도 않았는데 무대에 서버렸으니, 삶은 우리를 초청했다.

한 번뿐인 인생, 초연의 결말은 무엇일까.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극장 앞에서 우리는 서성였다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왔으므로 극장 앞에서 우리는 서성였다 하나는 불안한 듯 계속해서 벽을 찼고 하나는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겨울의 황량한 바람이 우리의 내부를 통과해 간다 더 빨리 왔더라면 더 늦게 왔더라면 이런 어리석은 대화 무의미한 대화 우리는 입을 다물고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중략)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왔으므로 끝나 있거나 시작하기 전이므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 강성은 '초연(初演)' 부분

연극 첫 공연을 초연이라 한다. 인생도 따지고 보면 전부 초연이다. 인간은 각자 삶의 주인공인데 매 순간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대에서 마주칠 다음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또 끊김 없이 내뱉어야 하는 다음 대사가 뭔지도 잘 모르고 산다. 입장 티켓을 끊지도 않았는데 무대에 서버렸으니, 삶은 우리를 초청했다. 이 연극의 유일한 진짜 관객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한 번뿐인 인생, 초연의 결말은 무엇일까. 한자 연(演)에는 '멀리 흐르다'란 뜻도 담겼다고 한다. 태양이란 조명 아래서, 우리는 박수도 없는 객석 앞까지 멀리 흘러왔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