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논란으로 얼룩진 유로비전 결승전…우여곡절 속 우승자는 ‘논바이너리’ 스위스 가수

최서은 기자 2024. 5. 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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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전이 열리는 스웨덴 말뫼에서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최대 음악 경연 대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이스라엘의 출전을 둘러싸고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결승전 당일 공연장 인근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대회에 참가한 가수들 중 일부는 정치적 의견 표명 금지라는 엄격한 대회 규정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거나 평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BBC 등에 따르면 유로비전 결승전이 열리는 11일(현지시간) 이번 대회 개최지인 스웨덴 말뫼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참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도심 광장에서 대회 장소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유로비전의 공식 슬로건인 ‘음악으로 하나된 유로비전’을 ‘제노사이드(대량학살)로 통합된 유로비전’으로 바꿔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한 시위자는 알자지라에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국가가 행사에 참가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당국이 팔레스타인 국기와 스카프를 압수한 것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뫼에는 팔레스타인 출신이 많고 그들의 가족 중 상당수가 (가자지구에서) 다치고 있다. 그들은 이 상황과 스웨덴 당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자는 “우리가 모두를 위해 올바른 편에 설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점령당한 어린이, 남성, 여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경찰은 이날 스웨덴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해 100명이 넘는 시위자를 경연장 밖으로 끌어냈고, 수십명을 체포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결승전에 참가한 일부 아티스트들도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표현을 했다. 포르투갈 참가자인 가수 이올란다는 이날 유로비전에서 팔레스타인 브랜드가 제작한 식민주의와 탐욕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고 플래그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그는 본 공연 때는 주최 측의 명령에 따라 다른 의상으로 갈아입었지만, 앞서 개막식에도 같은 옷을 입고 등장했었다.

그는 앞서 스페인 매체 RTVE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자유로운 세상을 원하고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면서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프랑스 참가자는 리허설 도중 공연을 중단하고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슬리만은 청중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여기 있는 모든 아티스트들은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평화에 대해 노래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음악으로 뭉쳐야 하고, 평화를 위한 사랑으로도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유로비전의 규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유로비전 결승전에서 프랑스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신들은 이번 유로비전을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대회”라고 평가했다. 대회 기간 내내 이스라엘 참가에 반발하는 시위가 지속됐을 뿐 아니라 결승전을 앞두고도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특히 네덜란드 대표로 참가한 가수가 결승전을 앞두고 갑자기 실격 당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그가 이스라엘 대표단과 충돌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으나 주최 측은 다른 국가 참가자와 관련이 없으며 며칠 전 발생한 다른 사건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현해온 아일랜드 참가자는 주최측과의 갈등으로 리허설에 불참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공연과 관련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며 대회 규정을 위반한 이스라엘 공영방송 해설자에 대해 주최 측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스위스 참가자. AP연합뉴스

시위로 인한 긴장과 각종 우여곡절 속 치러진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스위스의 논바이너리 래퍼 니모가 차지했다. 논바이너리 참가자가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결승전에서 젠더의 자유에 관해 담긴 노래 ‘더 코드(The Code)’를 불렀다.

그는 수상 후 “정말 감사하다”면서 “이 대회가 모든 인간의 평화와 존엄성을 계속 지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담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이 트로피를 받은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연민과 공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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