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어도, 힘 그대로 있네" … 하이브리드 뛰어든 슈퍼카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4. 5. 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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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낸 지는 오래됐지만 유독 친환경차 혁신과는 거리감이 느껴졌던 차량 카테고리가 있다. '포람페(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 등을 위시한 슈퍼카의 영역이다. 도요타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시장을 열고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의 일대 변혁을 가지고 오는 동안에도 슈퍼카 브랜드들은 8기통, 많게는 16기통에 이르는 고배기량 내연기관 엔진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슈퍼카들에서도 파워트레인의 대대적인 변혁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아이언맨'의 자동차로 유명했던 아우디의 슈퍼카 'R8'이 최근 마지막 모델을 출하하며 단종된 장면이 이 같은 추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특히 이들은 파워트레인을 아예 새로 설계해야 하는 전기차보다는 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부터 점진적인 변혁을 시도해왔다. 고출력 엔진이 슈퍼카의 아이덴티티인 만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해 연비를 높이면서도 모터와 엔진의 출력을 모두 끌어다 쓴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 시장이 '캐즘'에 빠져들며 하이브리드차가 급성장하자, 슈퍼카 브랜드들은 앞다퉈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고 있다.

슈퍼카에 하이브리드를 본격적으로 접목한 것은 포르쉐다. 포르쉐는 2009년 1세대 파나메라를 내놓으면서 'S 하이브리드' 트림을 출시한 바 있다. 슈퍼카 브랜드 중 최초로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의 성공에 이어 '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내놓은 차량이 4도어 패밀리 세단인 '파나메라'인데, 2009년 1세대 출시 당시 'S 하이브리드' 트림을 실험적으로 내놨다. 대중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터보차저가 없는 1.5ℓ 정도의 저배기량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하는 것과 달리 이 모델은 6기통 엔진을 사용해 380마력을 냈다. 터보차저보다 고출력을 내기에 유리한 슈퍼차저를 접목해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6초에 불과했다.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한 3세대 파나메라는 전체 5개 주요 트림 중 3종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채웠다. '4 E-하이브리드'는 6기통 470마력으로 제로백 4.1초, 가장 고성능인 '터보E-하이브리드' 트림은 8기통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접목해 680마력, 제로백 3.2초를 기록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만큼 도심에서는 전기모드로 주행해 휘발유 소모를 줄이고, 와인딩 로드에서는 휘발유와 전기모터의 파워를 모두 쓸 수 있다.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에서 최고 연비가 ℓ당 10㎞에 달한다. 대중적인 자동차들에 비해서는 낮은 연비지만, 적어도 "기름을 땅에 뿌리고 다닌다"는 오명은 벗을 수 있는 수준이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SE'

람보르기니는 지난달 자사 최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인 '우루스 SE'를 공개했다. 람보르기니는 이 모델을 가솔린 엔진 우루스의 하위 트림이 아니라 디자인이 차별화된 별도의 모델로 내놨는데, 람보르기니가 하이브리드 시장 진입에 얼마큼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루스 SE는 4.0ℓ 8기통 트윈터보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모델로, 최고 출력 800마력을 낸다. 우루스 SE에는 25.9kwh의 작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이 배터리가 합산 출력 중 192마력을 책임진다. 슈테판 빙켈만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회장은 우루스 SE가 이전 모델보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80% 감축한다고 밝혔다. 연비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순수하게 전기로만 59㎞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라렌'아투라'

'포람페'와 달리 SUV에 발도 들이지 않았던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조차도 2021년 하이브리드 모델인 '맥라렌 아투라'를 내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아투라는 3.0ℓ 6기통 트윈터보 엔진에 95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결합해 합산 출력 680마력을 만들어냈다. 특히 무거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하고도 아반떼보다 100㎏이 더 나가는 정도인 1395㎏의 공차중량을 달성해 제로백 3.0초를 이뤘다.

2002년 포르쉐 카이엔을 필두로 슈퍼카 브랜드의 SUV 개발이 시작되던 때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슈퍼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우려했지만, 국내 시장은 이 같은 우려를 보란 듯이 종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차량가 1억5000만원 이상 하이브리드(HEV, PHEV 합산)차 판매량은 3275대로 집계됐다.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 악화로 지난해 1분기 판매량 3335대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021년 397대에서 2022년 2552대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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