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중’ 자영업자 빌린 돈, 코로나19 전보다 두 배 많아졌다

김지혜 기자 2024. 5. 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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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상환 관련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빚을 연체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두 배 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번 연체를 경험한 대출자 2명 중 1명은 1년 뒤에도 여전히 연체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영향으로 한계 상황에 부딪힌 자영업자의 재정적 어려움이 심화된 것으로, 연체 차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2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개인사업자 대출은 총 31조3000억원으로,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 15조6200억원에서 두 배 가량(100.45%)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영업자가 보유한 대출 규모도 50% 이상 늘었다.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335만9590명이 1112조7400억원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9년 말(209만7221명·738조600억원)과 비교해 대출자는 60%, 대출금액은 51%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중 연체 차주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금 중 연체자가 보유한 대출 비중은 2019년 12월 2.1%에서 올해 3월 2.8%로 높아졌다.

아직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출 연체자의 특성상 한 번 연체에 진입하면 장기간 벗어나지 못하거나 연체를 반복할 확률이 높다. 연체 자영업자의 대출 현황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 연체의 지속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연체 중일 확률은 48.7%에 달했다. 연체 기간이 길수록 향후 연체 확률도 높아져, 90일 이상 연체 중인 차주가 1년 뒤에도 90일 이상의 연체를 보유할 확률은 52.1%, 120일 이상 연체 차주가 1년 뒤에도 120일 이상의 연체를 보유할 확률은 54.2%까지 뛰었다.

김 연구위원은 “애초에 연체를 경험할 확률 자체는 낮을지라도 한 번 연체를 경험한 차주는 1년 후에도 여전히 연체 상태일 확률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뜻”이라며 “그 확률은 극심한 연체에 처해있는 차주일수록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연체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지금까지 금융기관 위험관리 위주로 논해졌던 가계·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대출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의 경우 폐업·전업 등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채무재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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