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낙선만 하는 ‘김응호 들’을 위하여 [서울 말고]

한겨레 2024. 5. 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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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일 전날인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중앙선대위 특별 기자회견에서 심상정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22대 총선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흘렀다. 김응호 정의당 인천광역시 부평구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녹색정의당 부평을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김응호는 2009년 부평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처음 출마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야권연대로 완주하지는 못했다. 그 후 2018년 인천시장 후보와 2020년 부평을 국회의원 후보로 계속 출마했다. 김응호는 충남 서산 출신으로 1991년 인천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하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학생운동을 했고,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운동 등으로 수배, 구속, 제적됐고, 2022년에 재입학해 지난 2024년 2월, 입학한 지 무려 33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2001년 민주노동당 부평갑 지구당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2007년 민노당 인천시당 사무처장, 2009년 부평구 위원장, 2011년 통합진보당 인천시당 상임사무처장, 2012년 진보정의당 사무처장, 2014년 정의당 인천시당 부위원장, 2017년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 2020년 정의당 부대표 등으로 일했다. 그가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역사였다.

그는 진보 정당운동에 매진하는 한편, 대형마트 규제와 소상공인 살리기 인천대책위, 갈산동·부개동 홈플러스 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 저지 대책위, 삼산동 특고압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대책위 등에서 일했다. 김응호 후보의 이력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는 대학 입학 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인천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헌신했다. 그는 인천지역의 그 누구보다도 인천을 잘 안다. 그러나 그는 그가 나선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다. ‘김응호 들’이 속한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비례대표 득표율은 2.14%였다.

‘김응호 들’은 무엇을 잘못했나? 전국의 ‘김응호 들’은 왜 모두 낙선했나? 인물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정책이 형편없기 때문인가?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이 선택한 정당이 진보정당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경우, 진보정당 후보의 당선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구청장으로 당선된 적이 있었고, 남구(현 미추홀구)와 동구에서 시의원과 구의원으로 당선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이거나 3명을 뽑은 지역구여서 가능했다. 인천에서 진보정당으로 출마해 자력으로 당선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선거 비용도 문제다. 15%가 넘으면 전액을 보전받고, 10%가 넘으면 절반을 보전받지만, 10%가 안 되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지방선거와 총선이 끝날 때마다 전국의 ‘김응호 들’은 참으로 곤혹스럽다. 앞으로 더욱 힘을 내라는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주민 속으로 들어가라는 말도 공허하다. 그동안 주민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하라는 말도 야속하다. 그들이 걸어온 길이 틀린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응호 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박상훈 정치학 박사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진보정당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중간과 오른쪽의 크기를 생각하면 한국 정치의 미래는 왼쪽밖에 없다”라고 얼마 전 한겨레 인터뷰에서 말했지만, 큰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김응호 들’에게 “누가 너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야박하다. 녹색 기후정치, 성평등 젠더정치, 노동정치 등 이번 총선에서 ‘김응호 들’이 제시한 진보 정치의 의제들은 여전히 유효하며 중차대한데 당장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저 하늘 끝 저 바닷속 누가 다 말하리오. 지나간 일 다가올 일, 누가 다 말하리오. 후회하고 다짐할 일 바람 속에 묻어두고” 갑자기 조동진의 노래가 떠오른다. 뜬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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