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지방대 홍보장된 부산연구원 글로벌허브도시포럼
“지역불균형은 전쟁이 나야 해소” 막말도
총장·기관장 위주로 구성 ‘B급’ 행사 자초
부산시의 정책 연구소인 부산연구원이 지난주 개최한 국제행사 규모의 포럼이 “원자력과 지방대 홍보장이 됐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포럼 참가자들은 소속 기관을 홍보하거나 주제와 무관한 주장을 펼치고 막말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혜안 있는 토론자보다는 대학교 총장과 부산시 산하 단체장 위주로 발표자와 토론자를 구성하면서 ‘B급 포럼’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제1전시관에선 지난 9일 부산시와 부산연구원이 주최한 ‘제3차 부산이니셔티브포럼’이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의 성공적인 제정과 후속 조치를 위해 열린 행사였다. 주최 측은 부산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포럼이라고 홍보했다.
신현석 부산연구원장의 개회사와 여야 국회의원(박수영·전재수)의 영상 축사로 행사가 시작됐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기조강연과 부산발전연구원의 ‘부산발전 비전 및 전략’ 소개가 이어졌다. 포럼은 글로벌 금융·물류·신산업도시 부산과 글로벌 교육·문화·관광도시 부산 등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세션별로 전문가 발제와 패널 토론이 펼쳐졌다.
그러나 일부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포럼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을 발표하면서 행사장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학계의 대표적인 원자력 진흥론자인 A대 총장은 발제강연에서 “인공지능(AI)은 전기 소모가 큰 산업”이라며 “글로벌허브도시의 조건은 원자력”이라는 생뚱맞은 논리를 펼쳤다. 그는 또 ‘2030부산월드엑스포 소형모듈원전(SMR) 선도 도시’라고 쓴 영상물을 띄워 빈축을 샀다. 2030엑스포 개최지는 2023년 11월 사우디아리비아의 리야드로 결정됐다. 부산은 29대 119로 리야드에 대패했다.
B대 총장은 발제강연에서 B대가 지난달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예비지정대학에 선정됐다는 사실을 소개하는 데 시간을 대부분 소비했다.
수준 낮은 현실 인식과 발언도 포럼의 수준을 떨어뜨렸다. 참가자 2명은 수도권 집중과 관련 “지역균형발전 문제는 전쟁이 나야 (해결된다)”라고 말해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했다. 지역불균형 해소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학술회의인 점을 고려하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발표와 토론의 질에 비하면 행사의 형식은 화려했다. 김 전 총리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행사의 품격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 진행은 지상파 방송 아나운서가 맡았고, 롯데호텔 측에서 참석자·관람객에게 다과와 점심도시락을 서비스했다.
이날 기관장을 수행하고 행사장을 찾은 이모씨는 “총장단 모임과 기관장 모임에 일부 학자를 끼워 넣은 느낌”이라며 “글로벌허브도시와 관련한 부산의 철학은 찾아볼 수 없고 금융에서부터 관광에 이르기까지 분야별로 유행하는 것을 모두 담기만 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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