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일본 거짓말 받아쓰기” 통상 전문가의 라인 사태 분석

박민희 기자 2024. 5. 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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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양희 대구대 교수·전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야당의 반일감정식 접근도 일 우익 반감 키워
일본, 해외 투자기업들 초미의 관심 인식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9월6일 인도네시아(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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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야후’의 데이터 보안 문제를 제기하며 일본 정부가 사실상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사태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한일 경제 관계 전문가인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전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는 이 사안의 본질은 “일본 정부가 안보를 명분으로 자국 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과 지분구조 문제까지 개입하는 것을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정부가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일본 총무성이 무리하게 해외 기업에 관여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더욱 분명하게 밝힐 때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사안이 데이터 보안이라는 ‘경제 안보’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일본 쪽에 경제 안보에 대한 실제 우려는 있다. 만약 일본 야후가 한국에 진출했는데 데이터가 유출되었다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까. 일단 일본의 데이터 안보에 대한 우려는 이해한다고 전제하면서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 정부와 보수 정치권 등이 한국의 네이버와 관련이 있는 라인야후가 일본의 주요 인프라를 쥐고 있다는 우려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태의 근간에 깔려 있다. 일본에서 라인야후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일본 기업 46만곳이 라인야후에 기반한 라인워크스를 채팅, 메일, 주소 관리, 고객 예약일정 관리 등에 사용하고 있다. 가나자와, 아이치현, 오사카시 등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에서 사용하는 곳도 많다. 일본 정부는 한국 기업이 일본의 중요한 기본 인프라를 쥐고 있는 것이 불안하고 싫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1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한·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일본은 안보상 한국을 못 믿는다는 태도 아닌가.

“한·일, 한·미·일이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유사국’(like-minded countries)임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열어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일본 정부가 개입해서 한국 기업에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한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그렇게 보고 있다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이 사안을 반일감정과 엮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에 이토 히로부미를 끌어들이고 독도 방문 등으로 접근하는 야당 지도자의 (대응은) 일본 우익의 반감을 불러 일으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네이버에도 도움은커녕 오히려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다. 일본에서 라인야후가 한국과 관련 있는 것이 더욱 크게 부각되면서, 이번에 네이버와 확실히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쪽에 힘이 실리게 된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총무성의 조처를 어떻게 평가하나.

“총무성의 조치가 무리한 것은 분명하다. 네이버와 연결된 라인야후에서 일부 보안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총무성이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경영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 매각으로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라인야후는 기술과 컨텐츠면에서 네이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도 그런 이유 때문에 네이버와 합작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 총무성이 이렇게 단기간에 관계를 끊으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소프트뱅크의 입장은 무엇인가.

“그 점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일본 총무성의 요구대로 단기간에 네이버와 라인야후가 관계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프트뱅크가 애초에 네이버와 손잡은 것은 네이버의 인프라, 클라우드, 여러 네트워크와 관련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총무성이 이렇게 무리하게 다 끊으라고 하는 것은 소프트뱅크에도 큰 타격이다. 그리고 소프트뱅크가 자본, 기술적으로 홀로서기 하면 라인야후의 보안이 강화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고려해 일본에 지나치게 약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있다.

“네이버 쪽에서도 이 사안이 큰 주목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고, 정부에도 조용하게 대처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고려해 약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특히 지난 10일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뒤늦게 내놓은 정부 입장은 정말 말이 안된다. 강 차관이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매각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이라고 한 뒤, 그럼에도 우리 기업에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상황을 심각하게 호도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압박이 이미 다 드러났고, 일본의 행정지도 공문에서도 분명하게 ‘자본 관계 해소’라는 표현이 있다. 일본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한국 과기부 차관이 이런 기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본 총무성의 말을 받아쓰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무리하게 해외 기업에 관여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신호를 강하고 분명하게 계속 보내야 한다. 이 사안이 일본 총무성 입장대로 일방적으로 처리되어서는 안된다. 보안 전문가, IT기업 전문가, 시민들이 모여 공론화해서 최선을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일본 정부가 나서서 이런 식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데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지금은 한국 정부가 강하고 분명하게 우리 기업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일본한테 보여줘야 한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안보를 명분으로 외국기업이 출자한 라인야후라는 기업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언급해야 한다. 일본에 투자한 많은 해외 기업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라는 점을 일본 정부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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