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탈이 주특기?”…바이든이 ‘외국인 혐오국’ 찍은 이 나라에 한국 또 당하나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5. 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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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130

◆ 라인 사태 후폭풍 ◆

지난달 워싱턴DC에서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총리와 나란히 서있는 바이든 대통령.[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왜 그리 나빠졌나? 일본이 왜 힘들어하나? 러시아는? 그들이 외국인을 혐오(xenophobic)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렀습니다. 지난달 총리를 국빈 초청해 정상회담을 하며 긴밀한 동맹관계를 과시했던 일본을 대놓고 저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백악관이 해명입장을 냈음에도 해당 발언이 소위 ‘팩폭’을 한건지 일본 열도는 들끓었습니다. 일본 최대 포탈 야후재팬에는 관련 뉴스 한건에 하루새 8500개가 넘는 항의성 댓글이 달렸습니다. 대부분 자국이 미국에게 러시아, 중국과 동급으로 취급당했다는데 분개하는 격앙된 반응들 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도 두 차례나 미국측에 공식적으로 항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실언이라기 보다 의도했든 안했든 ‘본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외국인 혐오국”으로 지칭한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3월 한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인, 중국인은 외국인을 혐오(xenophobic)한다. 러시아인도 그렇다. 이들은 자국인 이외의 사람이 자국내에 있는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日 외국인 인구 비율 및 이민 수용률, 주요국 ‘최저’
[그래픽=유제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합니다. 다만, 통계라는 객관적 수치로 따졌을때 ‘일본은 외국인에 배타적이다’라는 주장을 불식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민자 규모, 난민 인정률 등 외국인 유입에 있어 일본은 다른 주요국 대비 가장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에 살고있는 외국인 숫자는 약 320만명(총인구의 2.6%)으로 과거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미국, 독일, 영국 같은 나라들 뿐 아니라 한국(지난해 약 251만명·총인구의 4.9%)에 비해서도 훨씬 적은 비율입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 사회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폐쇄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유엔난민기구(UNHCR)등의 자료에 따르면 난민 인정률에 있어서도 일본은 0.4%로 G20(주요 20개국)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한국은 2.6%로 18번째).

이민과 난민 수용이 초래하는 잠재적 부작용 문제와 별개로, 수치만 놓고 봤을때 일본의 외국인 수용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일리가 있는 셈입니다.

日 일손부족에 외국인 문호 넓히지만...‘배외주의’ 논란 여전
일본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모습. [연합뉴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일손부족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는 외국인 인력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유학생이나 고급인재에 대한 적극 유치는 물론, 과거 단순노동으로 취급하던 업종에도 새로운 체류 자격을 부여해 외국인들에 대한 문호를 넓히고 있죠.

실제로 2002년 약 185만명이었던 일본체류 외국인 숫자는 지금은 약 320만명으로 22년 만에 1.7배 늘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주요국들에 비하면 가장 낮은 수준 입니다. 특히 일본의 이민정책은 어디까지나 노동력 공급 목적에 한정된 것으로, 유엔이주기구(IMO)에서 정의하는 인도주의적 목적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에 대해 2018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도 직접 “일정 규모의 외국인을 가족단위로 기한 없이 수용해 국가를 유지해 나가려는 것은 전문적, 기술적 분야와 관련된 이들만 수용하기로 한 우리의 외국인 수용 방식과 맞지 않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일본 도쿄 신오오쿠보에서 시위중인 재특회와 반대집회.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처럼 외부에서 일본을 ‘배외주의가 강한 나라’로 인식하는 배경에는 섬 이라는 특성과 여기서 부산된 역사 및 문화적 요소들도 한몫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수 없고 내부인도 쉽게 나갈수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특유의 사회 분위기나 제도가 생겨난 겁니다.

예컨데, 일본에는 다른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가이징’(外人) ‘이징(異人)’ 등 외지인을 나타내는 다수의 말들이 따로 존재하며 우치(內, 안)소토(外, 밖)문화로 우리사람과 바깥사람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일본인들만의 고유성과 우월성을 강조하는 ‘일본인론’ 같은 사상의 유행, 고질적 병폐로 아직도 남아 있는 부락민 차별, 재특회처럼 특정민족을 표적 삼아 지속 공격하는 단체의 존재도 일본의 배외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됩니다.

지난 1월 29일 일본 경찰이 인종 프로파일링을 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상대로 손배소송을 제기한 원고들. [AP 연합뉴스]
관련 사건들도 종종 발생합니다. 올해 초에도 일본에서 수십년 거주한 외국인 3명이 경찰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죠. 이들은 자신들이 ‘인종 프로파일링’으로 사실상 범죄자 취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도 소위 ‘단일민족’이라는 신화 아래 강한 민족주의 정서가 존재하는 나라라고 하나, 적어도 배외주의에 있어서는 확실히 일본쪽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죠.

밀월 분위기서 ‘라인’ 뒷통수 맞은 한국...이대로 빼앗기나
[그래픽=매경DB]
9일 한국 네이버와 2021년부터 ‘동업 관계’를 이어오던 일본 소프트뱅크가 메신저 서비스 ‘라인’에 대한 경영권을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습니다. 일본 총무성의 최근 행정지도 명령에 따른 것입니다.

네이버가 13년간 성장시킨 라인의 경영권이 일본 정부의 압박에 넘어갈 상황은 최근 진전돼온 양국 관계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외국 민간기업을 상대로 정부가 나서 자본구조 변경과 지분매각을 요구(사실상 강요)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분위기 입니다. 양국이 서로 우방국이라 칭하며 밀월무드가 무르익던 상황에서 “뒷통수 맞았다” 며 분개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라인을 잃게되면 네이버로서는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라인은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글로벌 네이버’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라인 포함땐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이 40%대에 달하나, 제외하면 15%대로 쪼그라듭니다. 최근 라인야후는 생성형 AI 플랫폼 관련 모회사인네이버 대신 구글과 손을 잡는 등 기술 협력 관계도 끊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

이번 라인 사태가 AI 주권 확보를 위한 일본 정부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본에 제대로 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없는 상황이니, 정부가 무리를 하더라도 개입해 순수 ‘메이드 인 재팬’으로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의도 라는 겁니다.

현재 네이버와 지분매각을 놓고 협상중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AI 관련 인프라가 절실한 상황인데, 결과적으로 손안대고 코푸는 겪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챗GPT4가 생성한 일본의 라인 강탈 사태 이미지.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 로서 없어서는 안될 IT 인프라라는 점 때문에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총무성에 엄중한 조치를 요구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결국 일본의 경제안보적 중요성을 감안해 칼자루를 자신들이 쥐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한일 공동대주주 체제가 아닌 일본 대주주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연합뉴스]
이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가 ‘여자 아베’로 불리는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입니다.

다카이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나는 라인을 사용하지 않는다. 라인야후는 자본 지배 관계를 포함해 보안과 관련한 본질적 재검토와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가 총무성이 관할 부처가 아닌데도 경제안보를 명목으로 라인야후에 강경하게 나설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르노·닛산’ 사태 이어 뿌리깊은 日 ‘배외주의’ 상징하는 사례로 남을 것
악기상자에 숨어 영화같은 탈출을 감행했던 닛산 전 회장 카를로스 곤. 그는 일본에서 탈출한 뒤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충고한다. 당장 일본을 떠나라.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실 일본이 외국 자본에 대해 배타적 입장을 보이면서 마찰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게 지난 2018년 불거졌던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 구속 및 탈주 사건입니다.

당시에도 일본은 우방인 프랑스 기업 르노와 지분 관련 마찰을 빚은 바 있습니다. 곤 전 회장의 모국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대통령까지 나서 일본의 수사와 재판 절차, 구금 여건 등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표시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곤 전 회장은 수십조 부채로 빈사상태였던 닛산을 재건한 일등공신으로 한때 해외는 물론 일본내에서 좋게 평가받기도 했지만, 이후 배임 등 금융비리 혐의가 터지며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그는 구속후 가택연금상태에서 일본 정부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해외로 탈주하는데 성공해 일본 뿐 아니라 세계를 경악시켰습니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종결되지 않아, 인터폴이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곤 전 회장을 지명수배 중입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이 사건에 대해 대부분 그의 비리 혐의를 강조하며 닛산측의 주장 위주로 보도했습니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 언론들은 단순한 비리사건이 아니라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사법적으로 부당한 종교재판식 대우를 받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형법 체계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도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기업중 하나로, 사명에서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뜻까지 지닌 닛산(日産)에서 외국인이 최고위직에 올랐다는 사실이 사건의 단초가 된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일본의 닛산이 외국기업에 팔려나간다”는 점이 그들의 소위 ‘국뽕’ 심리를 자극해 초래된 결과라는 겁니다. 일본 사회는 곤 전 회장 개인의 부도덕성과 도주의 불법성을 부각했지만, 세계는 그가 탈출을 감행한 배경에 더 주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라인 사태를 르노·닛산 사건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는건 무리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어떤식으로 귀결되든 결국 일본의 뿌리깊은 배외주의를 상징하는 또 다른 에피소드로 두고두고 회자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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