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파손되고 피규어 사리지고’...포장이사 업체 ‘배짱’

피해사례 지난 5년 간 2700건 넘어

[더팩트ㅣ광주(경기)=유명식 기자] 경기 광주시에 사는 A 씨는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M로지스에 300여만 원을 주고 한 달여 살림살이를 맡겼다가 낭패를 봤다.

거주하던 아파트 리모델링을 위해 컨테이너에 보관하는 방식의 포장이사를 의뢰했더니 피아노와 식탁, 도자기 등이 파손돼 온 것이다.

딸아이가 일본 여행에서 구입한 피규어, 아내가 아끼던 양념 그라인더 등도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다.

골프채는 아예 되돌려주지 않다가 뒤늦게 항의를 받고 가져왔다.

싱크대 내부 장착용 정수기와 식기세척기 등은 애초 탈부착에 대한 공지가 없었다며 잡아뗐다고 한다.

더 기가 막혔던 것은 이를 항의하는 A 씨와 가족들에게 되레 당당해하는 직원의 태도였다.

A 씨는 피아노 파손 등을 알리고 원상복구를 요구했더니 "고쳐주면 될 일 아니냐"는 말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정수기 등에 대해서는 아예 보상할 수 없다고 배짱이었다.

A 씨는 "운반 당일 가재도구를 나르는 인력 대부분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외국인 근로자여서 회사 측에 몇 번이고 주의를 요구했었다"며 "피해를 말했더니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오히려 짜증을 냈다"고 황당해 했다.

이에 대해 M로지스 관계자는 "정수기는 처음부터 고지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쉬는 날 계속 연락이 와서 문자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A 씨가 받아둔 영수증에는 정수기 등에 대한 설명을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있었다.

A 씨 처럼 포장이사를 이용했다가 속앓이를 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포장이사 등과 관련한 민원은 무려 2767건에 달했다. 매년 500건 안팎이던 민원은 지난해 603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B 씨도 지난해 3월 보관과 일반이사를 등을 내용으로 124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가 피해를 봤다. 이삿짐을 되돌려 받고 보니 업체 창고에 보관했던 TV가 파손돼 있었던 것이다.

B 씨는 이런 사실을 알리고 수리비를 요구했으나 업체는 현장 기사와 통화하라는 안내를 한 뒤 연락을 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체로부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러 업체의 견적을 받아 비교하고 계약서 등을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경기도소비자정보센터 한 관계자는 "견적서보다는 검인계약서 등을 받아두고 잔금을 납입하기 전 찍힘, 긁힘 등을 점검한 뒤 피해 사실을 발견했다면 사진을 찍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피해에 대한 업체 직원의 확인서도 받아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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