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 외삼촌, 102억 증여세 부과는 부당”

이민준 기자 2024. 5. 12. 13: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기업 신라젠의 문은상 전 대표 외삼촌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가진 채권)를 통해 취득한 신라젠 주식에 대해 과세당국이 100억원대의 증여세를 부과했지만, 대법원이 “과세는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석의 문제로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연합뉴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문 전 대표의 외삼촌 조모씨가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 전 대표와 조씨 등은 2014년 신라젠이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1주당 3500원 가격에 인수했다. 조씨는 이후 2016~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신라젠 주식 142만8570주를 취득했는데, 당시 주식 가격은 1~2만원대였다.

서울 성동세무서는 2018년 2월 조씨가 이 거래를 통해 166억여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약 10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했다. 상속·증여세법은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해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문 전 대표가 최대 주주의 지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의 외삼촌인 조씨는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봤다. ‘경제적 실질’이 유사하다는 판단이다. 상증세법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과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조씨는 과세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조씨 측은 “상증세법은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문 전 대표와 본인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재판에서도 문 전 대표가 최대 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지분 상으로는 2대 주주였으나 대표이사 직위에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문 전 대표가 최대 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보고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세무당국의 판단대로 법을 적용한다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무한정 확대된다”고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문 전 대표가 사실상 최대 주주라고 보고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문 전 대표는 외삼촌 조씨와 함께 받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이후 최대 주주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그 지위가 최대 주주와 유사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다시 2심 판단을 뒤집었다. 과세 근거가 된 해당 법 조항이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한정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조항은 과세대상과 과세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가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별도의 규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