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4’ 1000만 이끈 허명행 감독의 패기 “전 저를 믿죠”[인터뷰]
“딱 한마디로 끝낼게요. 동석이 형이 바보도 아니고 저랑 두 편을 같이 하겠어요?”
‘범죄도시4’ 를 연출한 허명행 감독(45)에게선 위트와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영화 개봉 전날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난 허 감독은 “흥행 부담은 없다”고 했다. 그의 패기대로 개봉 후 18일 내내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킨 ‘범죄도시4’는 12일 현재 천만 돌파까지 약 55만명을 남기고 있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빌런 백창기를 비롯해 장동철, 장이수까지 캐릭터의 변주가 눈에 띄는 ‘범죄도시4’는 무술 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동석과는 넷플릭스 시리즈 ‘황야’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황야’를 찍던 중 동석 형님이 4편 연출을 맡아 달라고 하더라고요. 동석이 형이 바보도 아니고 저랑 두 편을 같이 하겠어요? 무술감독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전 두렵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고 저는 저를 믿죠.”
그에게 신뢰를 보인 것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인 마동석 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작업한 배우나 영화감독들도 “허명행은 디테일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허명행은 자신이 무술감독을 맡은 것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3편을 밝혀 달라는 말에 ‘신세계’ ‘헌트’ ‘놈놈놈’을 꼽았다.
“무술감독으로서 그동안 감독님들께 많은 도움을 드렸죠. 액션은 감정의 폭발이에요. 말로 해도 되니까 안되니까 싸우는거죠. 폭발력이 없는 신에서 싸우면 안되요. 그래서 감독님께 ‘여기서 싸우게끔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죠. 저의 활용도를 아는 감독님이나 제작사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저를 불렀어요. 그렇게 내공을 쌓았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연출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울액션스쿨에서 정두홍 감독과 영화사를 만들자는 의견을 모아 10년 정도 제작사를 운영 중이었다.
“작가나 감독이 글을 써오고 제작사는 두 번째 스탭이다보니 답답하더라고요. 어릴 땐 연출에 엄두가 안나기도 했고, 감독은 다 저런 기라성 같은 분들이어야 하나···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영화만 120편을 찍었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를 보고 회의를 참석했겠어요. 무술감독 때도 십 수년전부터 액션 시퀀스는 제가 찍었어요. 그러니까 큰 두려움도 없었고요. 천천히 해보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렇게 시작한게 ‘황야’였어요. 어쨌든 이 판에서 27년 일했으면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나요. 하하.”
연출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 그는 흥행 부담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긴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지난 시리즈에 이어 4편이 천 만을 넘어야 한다는 부감감이 없느냐는 질문에 “내가 왜 부담이 있냐?”고 반문하며 “관심이 없다면 이상하지만, 내가 물 뜨고 공 들인다고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인사 대천명’이란 말을 좋아해서 내 몸에도 새겨져 있을 정도다. 감독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만 끝내놓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100% 모두가 좋아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기시감을 배제하며 완전히 다른 영활 만들어야겠단 생각도 하지 않았고요. ‘범죄도시’는 최고의 래퍼런스이기에 그 분위기나 색깔을 가져가고 특히 마석도는 정통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사실 더욱 느와르적으로 찍고 싶었어요. 느와르는 내 취향이지만 모든걸 어둡게 푸는 게 장점은 아니죠. 느와르적인건 백창기 등 빌런으로 몰고, 장이수의 활약상으로 유쾌함을 몰고요. 형사들이 나올 땐 동료애가 느껴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톤앤매너가 안맞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찮았어요. 명절에 나오면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 그게 범죄도시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범죄도시4’를 비롯한 한국 액션 영화에 대해 ‘리얼 액션’ 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범죄도시4’가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외국에서 한국 액션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리얼 베이스에 영화톤에 맞춰 테크닉을 어떻게 버무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수라’ 같은 영화는 리얼감을 80~90% 보여줘요. 되게 특별하진 않지만 외국에선 ‘우린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이런 리얼과 버무리는 작업을 우리나라 무술감독들이 잘해요.”
‘천 만 관객’ 감독 타이틀을 달게 된 허명행 감독, 앞으로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작품 중엔 다른 방향성을 가진 것들이 있어요. 사람의 심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작품도 있고, 액션이 단 한순간도 없는 것도 있고요. 저의 영화 인생에서 제가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저를 믿으니까요. 못믿겠는 분들은 지금 손을 들어주세요. 하하.”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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