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에서 연인으로...다시 시작된 안판석 감독의 로맨틱한 마법('졸업')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5. 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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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정려원과 위하준의 설렘 가득 사제 관계 졸업 연인 관계 시작

[엔터미디어=정덕현] "선생님.. 이라고 불러 보세요. 선생님이라고 불러 보시라고요. 꽤 기분 좋을 것 같은데." 8등급 꼴통이었지만 기적의 1등급으로 만들어 스타강사 서혜진(정려원)의 스마트폰에는 '나의 자랑'으로 전화번호가 입력되어 있는 이준호(위하준)가 불쑥 그렇게 말한다.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불러보라는 건 마치 그가 그렇게 불리고 싶어 서혜진이 일하는 대치동 학원의 선생님이 되려는 것처럼 들린다. 왜? 동등한 입장이고 싶고, 그래야 다가갈 수 있으니까.

tvN 토일드라마 <졸업>의 이 장면은 앞으로 이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그 치열한 일터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서혜진과 이준호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나갈 거라는 걸 예감하게 한다. 서혜진에게 배워 명문대에 가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회사에 들어갔지만 사표를 던지고 갑자기 그녀가 일하는 학원에 지원한 이준호. 그는 남들보다 더 빨리 돈을 벌고 싶고 또 자신의 능력을 100% 펼칠 수 있는 길로서 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마음 한 켠에는 서혜진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담겨있다. 아니 어쩌면 그게 더 큰 이유일 지도.

물론 <졸업>은 첫 회부터 대치동 학원가 선생님들이 겪는 현실적인 사건들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문을 열었다. 다른 것도 답이 될 수 있는 오류를 드러낸 국어 시험 문제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 학생을 위해 그 문제를 낸 표상섭(김송일) 선생님까지 찾아간 서혜진은 조목조목 그 문제가 가진 다른 답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설명하지만, 표상섭은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공교육을 내세워 사교육을 폄하하고 "기생충 같은 것들" 같은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오류가 인정되어 재시험 결정이 나고, 서혜진은 그 일로 대치동 학원가 엄마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다. 그렇게 서혜진을 통해 대치동 학원가 사람들의 일의 세계가 펼쳐지는 반면, 이준호를 통해서는 강남에서 살며 명문대에 좋은 회사에도 들어갔지만 제 능력을 100% 쓰며 더 성공하고 싶고 강남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텨내고픈 사회 초년생들의 이야기가 더해졌다. "나라면 안면몰수하고 대치동 절대 안 떠나. 대한민국이 다 무너져도 저 욕망이 남아있는 이 동넨 절대 안 무너질 거거든."

그 욕망이란 다름 아닌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다. 교육만이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해줄 걸 믿는 우리들은 "진짜 전쟁통에서도 입시 전쟁"을 치렀던 나라가 아니던가. 대치동 학원가라는 소재는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의 남다른 교육열에 대한 이야기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치열함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한 현실들을 <졸업>은 미화도 폄하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펼쳐 놓는다.

대치동 학원가라는 소재가 주는 흥미로움이 일단 시선을 끌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학부모들과 학생들, 학교 선생님들과 학원가 사람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갖고 펼쳐진다. 첫 회부터 서혜진과 표상섭이 펼치는 설전은 아마도 시청자들에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만드는 대결구도를 느끼게 해줬을 게다.

하지만 이러한 치열함을 뚫고 들어오는 서혜진과 이준호의 달달하고 설레는 멜로가 진짜 '졸업'이 가진 매력이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관계가 이제 선생님과 선생님의 사이로 바뀌고 그것이 연인 관계로 발전해가는 그 과정이 펼쳐질 참이다. 한 관계가 '졸업'하고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이 주는 설렘이란 우리의 마음을 잡아끌기 마련이 아닌가.

무엇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로맨틱한 감성들을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차곡차곡 쌓아나간 안판석 감독의 저력이 여실없이 보여지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빗속을 빨간 우산을 들고 두 사람이 함께 마주볼 때 OST로 흐르는 더 레스트리스 에이지(The Restless Age)의 빈티지가 느껴지는 노래는, 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역시 사랑받았던 레이첼 야마가타가 떠오를 정도로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일의 긴장과 사랑의 설렘을 오가는 안판석 감독의 로맨틱한 연출의 마법이 또다시 시작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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