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집순이지만 연기할 땐 에너지가 솟구쳐요”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4. 5. 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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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가 죽었다》에서 ‘인플루언서’ 열연한 신혜선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묵묵하게 연기 한길을 걸어오며 연기력과 인성 어느 것 하나 잡음 없는 배우 신혜선. 스스로를 '전형적인 집순이'라고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누구보다 '열일' 중인 그녀가 이번엔 파격 변신을 예고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극 중 신혜선은 주목을 받기 위해서라면 어떤 연기도 하는 '관심종자 인플루언서' 한소라 역을 맡았다. 한소라는 우연히 올린 포스팅 하나가 의외로 열띤 반응을 얻자,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업로드하는 등 허세 가득한 포스팅으로 팔로어를 끌어모으며 인기의 중심에 서는 인물로 그간 신혜선이 맡았던 역할과는 결이 다른 캐릭터다.

신혜선은 KBS2 《학교 2013》(2012)로 데뷔했다. 이후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드라마 《비밀의 숲》을 비롯해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까지 안겨준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웰컴투 삼달리》 등 맡은 작품마다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작품 역시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빈틈없는 연출로 호평을 받고 있는 화제작이다.

연출은 《맨홀》(2014,) 《치외법권》(2015), 《인천상륙작전》(2016) 등의 작품에서 각색과 스크립터를 담당했던 김세휘 감독이 맡았다. 첫 장편 영화 데뷔작임 셈이다. 신혜선에게 《그녀가 죽었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의 한 장면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는 결이 다르다. 처음 대본을 접하고 어땠나.

"늘 '나쁜 여자'를 연기해 보고 싶었다. 사실 극 중 한소라의 행동은 이해하기 쉽지 않고 이해돼도 안 된다. 하지만 억지로 찾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이 자신을 좋은 사람, 예쁜 사람으로 봐줬으면 하지 않나. 어쩌면 당연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물론 한소라는 그 욕망이 극단적으로 치닫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미지 변신의 의도도 있었나.

"사실 제 이미지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웃음). 그래서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기존의 역할과 상황에서 상반된 캐릭터에 매력을 더 크게 느끼는 건 분명하다. 제가 이 작품을 접했을 때가 드라마 《철인왕후》를 하던 시기였다. 대비된 특성에서 매료된 것도 있다. 당시 제가 맡았던 역할의 결이 비슷했다면 연기가 더 헷갈리고 어려웠을 것 같다."

'비호감' 역할을 연기한 소감도 궁금하다.

"뭐랄까. 아예 다른 사고방식을 표현해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그동안 선한 역할만 주로 해왔다. 덕분에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캐릭터에게서 인격적으로 배운 것도 많았다. 한데 한소라한테는 배울 게 없었다(웃음). 그래서 오히려 부담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애정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어떻게 하면 더 공감해 주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더 가증스러워 보일까'를 생각하고 연기했다."

개봉하기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는데, 묵혀두고 있었다기보다 시기를 보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편집에 더 신경 쓰실 수 있었다. 개봉하게 돼서 행복하다. 그런 만큼 흥행을 떠나서 내 인생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인플루언서 역할이다. 연기해 보니 어땠나.

"덕분에 연기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사실 저는 '전형적인 집순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속된 말로 기가 빨린다.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고 사진을 즐겨 찍는 편도 아닌데, 인플루언서 역할을 맡으면서 '소품용 사진'을 찍으러 감독님과 핫 플레이스를 여러 군데 다녀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어딘가를 다니는 게 난생처음이었다. 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열정이 솟구치더라. 칭찬받으니 점점 재미가 붙었다."

이른바 '관심종자'인 캐릭터다. 실제 성격과 싱크로율이 있나.

"사실 관심받는 걸 버거워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제 직업의 특성상 타인의 긍정적인 관심을 이끌어야 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실제 성격과 직업 사이에 괴리감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가지 모습이 잘 조화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애초에는 제가 절대 '관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쿨한 척하는 관종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웃음). 관심을 받는 건 부담스러운데, 반대로 안 받는 것도 속상하다."

45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평소 SNS 관리는 어떻게 하나.

"피드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앱 자체를 거의 열어보지 않는 것 같다. 다만 감사하게도 제 인스타그램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게시글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데 피드에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늘 그렇지만 이번 작품 역시 연기에 대해 좋은 평가가 많다.

"사실 저는 성격이 매력적이지도 않고, 또렷하게 잘하는 게 있지도 않다. 그래서 연기할 때가 참 좋고 재미있다. 제 모습이 아닌 극 중 캐릭터로 변신해 그 역할의 매력과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게 좋다. 연기하는 게 인생의 활력이다. 그 에너지가 너무 중독적이다. 그래서 다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덧붙여 최근에 실생활에서도 조금 더 에너제틱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부모님이 좋아하신다(웃음)."

변요한과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두 사람은 2017년 조선호 감독의 영화 《하루》에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나이 차이는 별로 안 나지만 사실은 엄청 선배님이다. 이번엔 멜로가 아니라 서로 대립하는 역할이라 더 신선했다. 서로 이겨먹으려는 호흡이 포인트였는데, 생각보다 더 잘 맞았다. 자주 만나거나 대사를 주고받진 않았지만 에너지가 어우러지는 느낌도 좋았다. 촬영 내내 선배님이 잘 리드해 줘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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