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었다' 김세휘 감독 "뭘 몰라서 용감했다"지만 과감해서 신선했다 [인터뷰M]

김경희 2024. 5. 1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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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로 반짝반짝 빛나는 대사과 과감한 구성을 뽐내며 데뷔한 신인감독 김세휘를 만났다. 큰 기대 없이 봤다가 의외의 재미와 신선함에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즐거움을 느꼈던 영화였다. 이 감독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이 절로 생기는 작품이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개봉을 앞둔 김세휘 감독은 "하루하루 꿈꾸는 것 같다. 시험 쳤는데 성적 안 나온 기분. 한 며칠 슬프기도 했다. 3년 동안 임시보호하던 새끼 고양이, 사랑을 듬뿍 준 고양이가 이제 주인을 만나 떠나는 상황처럼 느껴져 행복하면서도 섭섭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영화 '치외법권' '인천상륙작전' '덕구' 등의 영화에서 각색과 스크립터를 했다는 프로필에 대해 김세휘 감독은 "영화 연출부 생활을 했어서 시나리오 회의를 하면 각색에 이름을 올려주기는 한다."며 설명을 했다. 그러며 "어려서부터 글 쓰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KBS 단막극에 공모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이후 청소년 연국제에서도 상을 받으면서 점점 이런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떡잎부터 알아볼만했던 재능의 소유자임을 밝혔다.

SF스릴러 장르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던 김세휘 감독은 "'이건 신인이 하기에 작품이 크다. 글빨이 있으니 계약은 해줄게'라며 영화사에서 덜컥 계약을 해줬다"라며 지금의 영화사와 계약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솔직히 공모전에서 대상을 두 번 받아서 '내가 좀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내가 상을 받았던 것으로 갈 수 있는 예술대학은 한정적이었다. 플랜 B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취업 잘되는 학과로 대학 진학을 했다."며 영화나 예술 관련이 아닌 동국대학교 경제학과로 대학을 진학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 대목도 참으로 재기 발랄했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어려부터 치밀했구나 싶었다.

플랜 B까지 생각해 동국대에 진학, 영화 관련 청강도 많이 했던 김세휘 감독은 "졸업할 때쯤 영화일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여러 군데 지원했지만 다 떨어지고, 결국 저예산 영화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잘해서 모은 돈으로 글을 쓰고, 돈이 떨어질 때쯤 또 현장에 가고, 돈 모으면 글 쓰고... 이런 식으로 제 글을 완성시켰다"며 데뷔하기 전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며 이 시나리오를 만들어갔는지를 이야기했다.

공포나 스릴러물을 너무 좋아한다는 김세휘 감독은 '그녀가 죽었다'의 시작이 한 줄 로그라인에서부터였음을 알렸다. "시체를 발견한 사람이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이라는 로그라인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결국 고객의 집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 취미인 공인중개사와 남의 관심을 훔쳐 사는 유명 인플루언서라는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남들은 모르는 걸 나만 알고 싶다는 나쁜 열망과 타인의 관심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그리는" 영화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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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칭찬을 받고 김세휘 감독을 주목하게 한 데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함이 컸다. 영화의 주인공 2명이 모두 부정적인 인물이다. 보통은 둘 중 한 명은 관객이 응원하고 사랑하게 되는 인물로 설정하기 마련인데 김 감독은 두 사람 모두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사람으로 설정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들의 엎치락 뒤치락 파국 행렬을 빠져들어 바라보게 된다.

"주변에서 우려의 말이 굉장히 많았다. 누군가에게 이입하고 가야 영화가 상업적으로 풀릴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에서 많이 우려하셨고 저도 그 부분을 방어하기 위해 구정태는 나쁜 인물이지만 자기가 만든 선을 절대 넘지 않는 인물로 만들자. 이걸 자기 딴에는 선을 지키는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인물은 범죄자라는 도장을 찍어주듯이 하자는 걸 기준점으로 삼고 썼다."며 쉽지 않은 설정인데 어떻게 관철시켰는지를 김 감독은 이야기했다.

그는 "드라마는 캐릭터가 바른 인물이어야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지만 영화는 주제를 부각할 수 있다면 부정한 인물이 나와도 충분히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과감한 판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를 쓸 당시 '거지말의 진화'라는 책을 읽었다는 김세휘 감독은 "자기 정당화를 하는 인간의 심리와 본성이 흥미롭더라. 저도 매일 합리화하고 정당화를 하고 있는데 다들 나는 아닐 거고 나는 아니고 싶은 부끄러운 모습이지 않나. 누구나 갖고 있는 본성이니 이야기에 녹이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며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영화에는 개인적으로 숨기고 싶은 각종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어떻게 생각해 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쪽팔림이 중요했다. 누군가에게 쪽팔림을 심하게 느끼고 그가 나를 비웃는 걸 느낄 때 저 사람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거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는 답을 했다. SNS의 세계를 따로 조사하지 않고 유튜브도 안 봐서 생리를 모른다고 했지만 김 감독이 만들어 낸 인플루언서들의 세계는 너무나 납득이 갔다. 그는 "계속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냈지 딱히 뭔가를 참고하지는 않았다"며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성도 작가적 상상력으로 펼쳐낸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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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건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합리화하고 변명하려는 본성을 갖고 있다. 일반인보다 아예 극한에 있는 사람도 변명을 하면 이런 본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본성을 SNS를 통해 발현되려고 했고 그게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 생각했다"며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를 밝혔다.

이 영화는 크게 3 덩어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되다가 두 번째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옮겨가고 다시 첫 번째 주인공의 시점으로 변해가는데 그 과정이 어색하지 않고, 시점이 변할 때마다 이들의 관계우이도 바뀌게 된다. 이런 과감한 구성의 이유와 배경에 대해 김세휘 감독은 "뭘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다"는 답을 하며 웃어 보였다.

"구조적인 부분을 주변에서 많이 걱정하셨다. 시나리오 3고째에 캐스팅이 됐는데 1고를 보시고 영화사 대표가 '이게 될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2고를 썼는데 그때는 제가 재미없더라. 그냥 일반 스릴러 같았다. 그래서 원래의 제 버전으로 훨씬 더 재미있게 써오겠다고 한 게 3고였다. 그때도 대표님은 잘 모르겠다고 하시며 주변에 보여주자고 하셨다. 아시는 관계자들에게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그때부터는 확신이 들었다."며 겨우 3고째에 시나리오 완성형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혀 진짜 천재인가 의심하게 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변요한, 신혜선, 이엘은 공식 행사에서 입을 모아 김세휘 감독이 천재라며 치켜세운 바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껴진 김세휘 감독은 즐기며 일하는 사람이었다. 재능도 분명히 있는 사람인데 자기 일에 대한 애정과 즐거움이 확연히 느껴졌다. 놀 때도 잘 놀고 일할 때도 잘하는 사람이 천재인 건가?

김세휘 감독의 영화를 고작 한편만 봤을 뿐인데도 다음 작품이 기다려졌다. "영화가 아닌 시리즈 물을 쓰고 있다"는 김 감독은 "판타지 사극 액션이다. 제가 하고 싶거나 재미를 느끼는 이야기에는 멜로 감정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어떤 배우와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글을 쓴다. 어떤 구성, 캐릭터가 어떤 면을 보여야 더 재미있을까, 어떤 대사를 쓰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한다"며 자신이 그리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그녀가 죽었다'는 5월 15일 개봉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콘텐츠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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