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앞둔 F-4 팬텀, '고별' 국토순례비행…독도 등은 빠져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2024. 5. 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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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방위성금 헌납기 도입 기념비행 재현…과거 '정글도색' 등 눈길
사천 상공에선 '후배' KF-21과 합동비행…한때 '최강 전투기' 지위 물려줘
제주도, 독도 등 제외돼 논란 일 듯…공군 "팬텀 역사와 항속거리 등 감안"
공군 제공


1969년 첫 도입 이후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 중 하나로 활약해온 F-4E 팬텀이 퇴역을 한 달여 앞두고 고별 국토순례비행을 실시했다.

이는 1975년 F-4D 5대를 국민 방위성금으로 구입한 것에 대한 답례로 영공 곳곳을 순회 비행한 것에 착안해 49년만에 재현된 것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들 전투기에 대해 '필승편대'로 명명했다. 

지난 9일 이뤄진 고별 비행은 팬텀의 자취가 묻어있는 주요 거점과 우리 근현대사의 상징적 장소를 되짚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행에 나선 팬텀기 4대 중 2대는 과거의 도색인 '정글무늬'와 '연회색' 도색을 칠한 것은 물론, '국민의 손길에서 국민의 마음으로'라는 기념문구와 팬텀의 아이콘인 스푸크(Spook)를 그려넣어 의미를 더했다. 
 

공군 제공


이날 오전 모 기지인 수원기지를 이륙한 팬텀기들은 곧장 남쪽으로 기수를 돌려 평택 상공을 지나 천안으로 향했다. 

평택은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캠프 험프리스와 서해안 무역 중심인 평택·당진항이 있고, 천안 부근에는 1972년 첫 고속도로 비상활주로 이착륙을 실시한 옛 성환 비상활주로가 있다. 

팬텀기들은 이후 천안 독립기념관 상공을 지나 공군 핵심기지가 있는 충주와 청주 상공을 차례로 통과했다. 

충주기지는 KF-16을, 청주기지는 F-35A를 운용하고 있다. 한때 동북아 최강 전투기였던 팬텀은 공군 주력 전투기 자리를 이들 후배 기체에 차례로 물려줬다. 

팬텀기들은 다시 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팬텀이 주요 작전을 벌였던 동해안에 도착한 뒤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거슬러 내려갔다. 

팬텀은 냉전시절 구소련의 TU-16(1983년), TU-95와 핵잠수함(1984년) 등의 영공·영해 침범을 식별·차단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공군 제공


팬텀기들은 이어 포항과 울산, 부산, 거제 등 우리 중공업과 무역업 발전을 주도한 주요 도시들을 차례로 지나 대구기지로 북상한 뒤 재급유를 받았다. 

대구기지는 1969년 미국으로부터 공여받은 최초의 F-4D 인수식이 개최된 곳으로 '팬텀의 고향' 격이다. 

당시 F-4D 도입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이란과 함께 팬텀을 보유한 세계 4개 국가가 됐다. 북한의 공군력을 일순간에 압도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팬텀기들은 이후 남쪽으로 기수를 향해 한국형 전투기 KF-21을 개발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있는 사천 상공에 이르렀고, 이때 시험비행이 진행 중인 KF-21 2대가 '대선배' 전투기들의 고별비행에 잠시 합류했다. 

팬텀과 KF-21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이 어린 여수 등 남해안을 지나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상공을 비행한 뒤 소흑산도로 불렸던 가거도에 이르렀다.

팬텀은 1971년 소흑산도에 출현한 북한 간첩선을 격침하는 작전에서 공을 세웠고, 1983년 북한 이웅평 대위가 미그-19기를 몰고 연평도 상공으로 귀순했을 때도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다. 
 

공군 제공


팬텀은 이어 서해안을 따라 미 8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는 군산기지 쪽으로 기수를 돌린 뒤 수원기지에 착륙하며 3시간여에 걸친 국토순례비행을 무사히 마쳤다.

10전투비행단 153대대 박종헌 소령(36세)은 "49년 전 국민들의 성금으로 날아오른 필승대대의 조국수호 의지는 불멸의 도깨비 팬텀이 퇴역한 후에도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고별 비행에 제주도와 독도 등 국토 주요 지역과 상징적 지역이 제외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제주도는 그 자체로 주요 영토일 뿐 아니라 7기동전단이 주둔한 해군기지가 있으며, 그 남쪽으로는 우리 해양주권을 확장하는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도 있다.
 

공군 제공


이날 공군이 공개한 1976년 2월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당시 순회비행에서 팬텀기 편대가 제주시 상공 600m를 갈매기 대형으로 통과하고 제주도를 한 바퀴 돈 뒤 귀환할 것이라고 기술돼있다. 이번 국토순례비행이 수십년 전보다 오히려 격이 떨어지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기도하는 독도나 북한이 도발 표적으로 노리는 백령·연평도 등이 국토순례비행 대상에서 빠진 것도 상징적 측면에서 뒷말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그동안 팬텀을 운용했던 역사와 관련된 곳 위주로 (비행을) 했고 팬텀의 항속거리도 감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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