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한복판에 아파트 15층 깊이 지하 빗물터널… "상습 침수 사라졌다"

이미연 2024. 5. 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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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목동유수지
"도시침수 예방의 대표적 시설"
강남·도림·광화문서도 추진중
서울 양천구 목동유수지 모습. 사진 환경부
아파트 15층 깊이의 유출수직구 모습. 사진 환경부
강남역 일대에 설치될 대심도 빗물터널 구조도. 자료 서울시
신월 대심도빗물터널에서 현장점검 브리핑을 듣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진 환경부

"여기 서울 목동 한복판 아닌가?"

지난 10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현대백화점 바로 건너편의 넓은 대지는 서울 한복판 땅치고는 그야말고 '놀고 있는' 한적한 모습이었다. 안양천과 맞닿은 이 대지 일부에 공영주차장과 견인차량보관소, 테니스장, 재난체험관 등이 들어서있지만, 높은 건물이 전혀 들어서있지 않아 언뜻 스쳐지나며 보기엔 유휴부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블록은 지상이 아닌 지하가 '열일'을 하는 곳이다. 지목이 바로 '유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엔 지난 2020년 8월 3일 아파트 15층 깊이인 지하 40m에 국내 첫 대심도 빗물터널이 설치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신월동 일대는 과거 고질적인 침수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다. 지난 2010년 9월에는 시간당 93mm가 쏟아지는 폭우로 인해 양천구 주민들은 집중호우 피해 악몽에 시달렸다. 당시 총 6001건의 침수신고가 접수될 정도였다. 급작스런 기후변화 여파로 인한 집중강우와 도시화에 따른 불투수 면적이 증가하면서 과거에 설치된 하수관로의 용량 부족으로 도시침수가 발생한 것이다.

빌라 등의 저층 건물은 물론 대단지 아파트와 백화점 등 고층건물도 즐비한 시가지 특성상 하수관로 공사가 쉽지 않은데다 지하 매설물 문제도 난관으로 등장하자 환경부와 서울시, 양천구는 아예 깊은 지하에 빗물저류시설 설치에 나섰다. 양천구 가로공원로~양천구 신월동~목동유수지 일대에 저수용량 32만t(톤)의 대심도 빗물터널은 국비 350억과 시비 1030억원으로 지어졌다. 저류배수터널(3.6km)과 유도터널(1.1km)과 수직구 6개소 등이 설치됐으며, 특히 저류배수터얼의 직경은 무려 10m에 달한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양천구 수해 대책은 신월 빗물터널의 전후로 나뉠 정도다. 항상 큰비로 수천가구의 침수피해가 반복됐는데, 신월 빗물터넛 준공 후에는 하수관 역류로 인한 침수피해는 단 한건도 없었다"며 "2년 전 동작구와 강남구 일대에 대규모 침수가 일어났을때도 양천구에는 그런 피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빗물터널은 양천구 신월동, 강서구 화곡동 일대(총 12.5㎢)에 내린 빗물을 저장한 후, 비가 오지 않을 때 저장했던 빗물을 인근 하천으로 안전하게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월대심도를 제외한 서울시 16개구 32개 저류시설의 평균 저류용량이 1만8000t(톤)이라 신월대심도 시설은 최대 20배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지상에서 신발을 장화로 갈아신고 안전모를 지급받은 뒤 우선 지상에서 도보로 접근가능한 유출수직구로 이동해 설명을 들었다. 걸어서 이동하긴 했지만 일반 건물 지하 2~3층 수준의 깊이로 느껴질 정도로 깊었고 공간 역시 광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빗물이 대심도터널에 저장됐다가 유수지의 유출수직구를 통해 퍼올려져서 목동1펌프장과 토출관로를 거쳐 안양천으로 흘러나간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대심도로 직접 연결되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대심도 터널 입구로 이동했다. 현장에는 B11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현장 관계자에 물어보니 "아파트로 치면 15층 정도라 걸어서 올라가기엔 힘들 것"이라고 귀뜸해줄 정도의 깊이였고, 당연히 소지하고 있었던 핸드폰은 전파를 전혀 잡지 못해 전화기가 아닌 카메라 역할만 할 수 있었다.

현장 방문인원이 적지않아 중형차량 5대에 나눠 한참을 달렸다. 지상으로 치면 신월IC 인근의 고지수직구와 저지2수직구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해 현장 시설을 직접 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일단 터널 크기에 압도당했지만, 이어진 설명에 더 놀랐다. 단순히 엄청난 깊이의 지하에 엄청난 크기의 터널을 설치하는 단순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빗물터널 설치에 적용된 공법은 지하철(GTX-A 등)과 지하도로(신월 여의지하터널 등) 등의 분야에서 활용 중이며, 운영 및 유지관리 기술 역시 독보적인 노하우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유창수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은 "시간당 100mm 이상의 집중 폭우에도 대응이 가능토록 설계돼 2020년 8월에 준공 후 전혀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2022년 8월에 비가 왔을때 시간당 76mm의 비가 왔는데 이 신월동 일대, 강서구 양천구 일대는 침수 피해가 전혀 없었다"며 "2010년 집중호우 피해 후 서울시에서 대심도 터널 계획을 했지만, 신월 빗물터널만 완공이 되고 강남역과 도림천, 광화문 터들은 공사가 착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늑장대처 결과는 2022년 여름 강남역 일대의 시간당 110.5mm라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로 되돌아왔다. 이에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긴급하게 서울지역 3곳의 대심도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예타가 면제됐지만 그 다음 수순이 쉽지 않았다. 서울시는 기재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진행 후 작년 12월 공사를 발주했으나 유찰됐고, 이후 기재부 협의를 통해 총사업비 증액한 뒤 올해 3월 다시 공고했다. 강남역~한강 구간의 강남역 터널사업은 5386억원, 효자동~청계천 구간의 광화문 사업은 3298억원, 신대방~노량진 구간의 도림천 사업은 5005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이 3개 사업에 대해서 각각 1개 업체씩 단독 입찰한터라 현재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날까지 세번째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 현장점검에 나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현실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는 인간이 막을 수 없겠지만, 인명·재산피해는 우리가 얼마나 잘 준비하고 현장 대응을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예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이 도시침수 예방의 대표적인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환경부는 2022년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광화문 일대의 대심도 빗물터널과 도림천 방수로 설치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아울러 전국 주요 침수 우려지역에 대해서는 하수관을 키우고, 펌프장, 하수저류시설과 같은 침수예방 시설을 정비·확대하는데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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