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신고·납부 줄줄이 있는데…툭하면 '행정망 장애', 우려 커진다

강지은 기자 2024. 5. 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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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행정망 마비 이후 최근 '납세 시스템' 지연
이용자 몰리며 지연 추정…'말썽' 차세대 시스템 연계
6월 자동차세, 7월 재산세 등 '납세 시즌' 본격화 앞둬
정부 "차질 없이 조치" 한다지만 크고 작은 장애 예상
전문가들 "근본 원인 못 찾은 채 땜질식 처방만 안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지난해 11월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전산기에 네트워크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2023.11.17. ks@newsis.com

[서울·세종=뉴시스] 강지은 성소의 기자 =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행정망 마비' 사태 이후 6개월 만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난 데 이어, 최근 '납세 처리 시스템 지연'까지 발생하면서 국민과 현장 공무원들의 불편 및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달 개인지방소득세를 시작으로 6월 자동차세, 7월 재산세, 8월 주민세 등 각종 세금 신고와 납부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당분간 크고 작은 시스템 오류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온라인 지방세 납부 창구인 '위택스' 접속이 5시간 가량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위택스는 지방세 신고·납부·조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행안부에서 운영 중이다. 어린이날 연휴가 끝나고 지방세 등을 납부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접속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국세 시스템인 홈택스와 지방세 시스템인 위택스를 순차적으로 접속해 종합소득세 및 개인지방소득세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연계 구간에 데이터 누적으로 인한 지연이 있었다"며 "이를 실시간에서 '10분 간격 일괄 처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지연 현상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매년 5월인 종합소득세 신고는 국세청이 운영하는 홈택스에서 진행할 수 있으며, 종합소득세와 함께 신고해야 하는 개인지방소득세는 종합소득세가 산출되면 10%를 위택스를 통해 신고해야 한다.

위택스는 올해 2월13일 개통한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차세대 시스템)과 연계된 시스템이기도 하다.

차세대 시스템은 서울시를 제외한 20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그간 개별 관리하던 지방세와 세외수입 시스템을 1900억원을 들여 클라우드 기반의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고기동(왼쪽 네번째) 행정안전부 차관이 올해 1월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차세대 지방재정관리시스템 개통식 참석자들과 개통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2024.01.19. dahora83@newsis.com


하지만 개통 이래 수납 오류와 제증명 발급 지연 등 잦은 말썽을 일으키면서 국민은 물론 납세 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지자체 세무 공무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이 과정에서 110 정부민원안내 콜센터 상담사들은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대변인은 "지금 차세대 시스템은 매일 수천 개씩 오류가 나온다. 그러면 몇 십분씩 지연되고, 그만큼 민원인들은 기다려야 한다"며 "민원인 한 사람, 한 사람 달래가며 세무직들만 죽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납세 시즌'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번 달 개인지방소득세에 이어 6월 자동차세, 7월 재산세, 8월 주민세 등 대규모 세무 작업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개인지방소득세의 경우 국세청과 협업을 통해 국민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근본적 원인인 연계 프로그램 보완을 위해 국세청과 긴급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현재 연계 프로그램 수정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주부터는 지방세 신고와 납부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기동 차관은 지난 9일 지방세 신고 기간에 많은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 용인특례시 세정과를 방문해 차세대 시스템을 통한 지방세 납부와 민원 대응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세무직 공무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고 차관은 "지방의 건전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방세입 업무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지방세무 공무원들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안에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11.17. ks@newsis.com


다만 당분간 크고 작은 행정망 장애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도 "차세대 시스템은 개통 첫 해인 만큼 매달 새로운 정기분 세목이 부과·고지되는 시기마다 세목별로 개별 시스템이 개통되는 것과 같은 진통이 다소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목별 전담반 구성 운영, 기술인력 추가 투입, 지자체 세무직 공무원 근무여건 개선 등을 통해 향후 세목별 부과 시기마다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신속히 조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땜질식' 처방만 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수 조사를 통해 곧바로 점검 조치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하지만 그런 것도 안 된 상태에서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이 안 되다 보니 대책도 마련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행정망 마비 사태 일주일 뒤에야 사고 원인을 '라우터 장비 불량'으로 결론 지으면서 전수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를 반영해 올해 1월 말 '전산 시스템 이중화 장치 도입' 등이 담긴 종합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미뤄보면 당시 전수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거나 여전히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지난해 11월 이후 개선된 점이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관련 조사와 점검을 제대로 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장애가 발생했다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발생했고, 어떻게 대응했으며, 향후에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에도 유지·보수 등을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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