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어떡해요” 초등생도 걱정…K팝 ‘민낯’에도 열기 이어가려면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4. 5. 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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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뉴진스의 공식 SNS]
한 기업체 임원이 며칠 전 초등학교 6학년 조카와 얘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하이브-민희진’ 사태를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어 섭니다.

조카는 그러면서 ‘뉴진스 언니들’의 앞날을 정말 심각하게 걱정했다고 하는데요. 뉴진스 ‘찐팬’이라면 걱정되고도 남을 상황이죠.

아이돌 그룹을 향한 국내 팬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순수합니다.

해외 팬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군대 가기 전 펼친 공연을 보기 위해, 심지어 해당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했는데도 무작정 인도에서,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온 아미들과의 인터뷰는 기자의 머릿 속에 여전히 콕 박혀 있습니다. ‘이게 바로 K팝의 힘이구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 = 뉴스1]
그런데 아시나요? 몇 년새 확 커진 K팝 위상과 달리 국내 공연장의 인프라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공연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 측면이 크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공연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많은 K팝 스타들이 해외 공연장을 돌며 월드 투어에 매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K팝 스타들의 쏟아지던 활약 소식이 올해 들어선 뜸합니다. 오히려 하이브-민희진 사태 등으로 K팝의 민낯을 드러내며 K팝 위기론에 불만 더 세게 붙여 놓았습니다.

공연 문화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K팝 인기의 지속성을 위해선 국내 공연장 확충이 필수라고 주장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K팝과 국내 공연장 현실을 별개로 생각해 인프라 확충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K팝 열기는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입니다.

엄마 학창시절 간 공연장에 딸도...열악한 현실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모습. [사진출처 = 서울특별시 디지털아카이브]
국내 공연장 부족 현상은 최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의 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심화됐습니다.

올림픽주경기장은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입니다. 구비한 좌석수만 6만5599개이고, 동시 수용 인원도 10만명에 달해섭니다.때문에 당대 큰 인기를 끈 아티스트들만이 이 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해 문을 닫았고, 오는 2026년 12월 준공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최대 규모의 공연장이 당분간 사라진 상황에서 대안이 마땅치 않아 문제입니다.

5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잔디 훼손을 우려해 대중음악 가수들에게 문을 잘 열어주지 않고 있습니다(지난해 8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이 곳에서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고 그만큼 당시 잼버리 위기가 컸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과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열리는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공동취재단]
서울 고척돔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은 2만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곳 역시 대관이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고척돔의 경우 4~10월 사이엔 프로야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 기간 대관이 막혀 있고요. KSPO돔은 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이미 수많은 가수들이 이 곳을 대관하려고 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2022년 BTS 공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1회 공연당 최대 1조220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콘서트 티켓은 물론 굿즈,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지출과 교통 숙박비를 모두 포함한 결과입니다.

그만큼 달라진 K팝의 위상을 보여주는데요. 그런데 공연장의 실상을 보면 과거 엄마아빠 세대가 중고등학교 때 갔던 낡고 추운 공연장을 그들의 자녀도 수십년째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티켓팅을 의미)’을 하고, 땡볕에 몇 시간씩 서서 기다려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 열악해졌다고 해야할까요.

공사 중단된 ‘CJ라이브시티’...재개 여부는
CJ라이브시티 조감도. [사진출처 = CJ라이브시티]
그 동안 공연이 주로 이뤄져왔던 올림픽주경기장이나 KSPO돔 등은 모두 스포츠 시설입니다. 때문에 음향이나 무대 조망 등에서 아쉽다는 목소리가 컸고, 전문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습니다.

특히 K팝 인기의 지속성을 위해선 전문 공연장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공연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그 많은 K팝 해외 팬들을 국내로 유입시켜야 K팝 인기가 유지되고 궁극적으로 K콘텐츠의 힘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K팝과 전문 공연장 도입을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례로 CJ그룹의 콘텐츠 사업의 확장판이라고 평가받는 CJ라이브시티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CJ라이브시티는 2015년부터 CJ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입니다. 지하 1층~지상 5층, 실내 2만명, 야외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전문 공연장은 물론 상업, 숙박 등 관광 시설을 짓는 사업을 말합니다.

사업 계획상 완공 기한은 올해 6월로 돼있습니다만, 원재료 상승 등 건설 경기 악화로 지난해 4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완공 지연에 따라 CJ라이브시티 측은 1000억원 이상의 지체 보상금과 금융 이자 등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에 CJ라이브시티 측은 CJ라이브시티가 들어서는 경기도에 완공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만, 경기도가 이를 거부한 상탭니다.

공사가 초기 단계인데 지체보상금과 사업 기한 면에서 혜택을 줄 경우 향후 공무상 배임과 기업 특혜 등의 시비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기도는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문 공연장 건설은 이렇게 무산되는 걸까요. 현재 감사원에서 이와 관련 사전 컨설팅 심사를 진행 중으로, 그 결과에 공연업계 안팎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은 패싱, 일본 가는 팝스타들...달라질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플랫폼 멜론(Melon)이 지난해 12월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개최한 멜론뮤직어워드 모습. [사진출처 = 인스파이어 리조트]
CJ라이브시티가 공사 중단을 겪는 동안 국내 최초 전문 공연장이란 타이틀은 모히건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세운 아레나가 거머쥐었습니다.

최대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 공연장 아레나는 세계적인 공연장 ‘모히건 선 아레나’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4면이 관람석으로, 최첨단 음향 설비와 360도 무대시설을 갖췄고요.

그 동안 해외 팝스타들의 경우 열악한 시설을 이유로 한국은 패싱한 채 일본으로 가 공연을 펼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도 아레나가 생겼으니 좀 달라질까요?

올초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최첨단 공연시설 ‘스피어’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스피어는 돔형 구조가 특징입니다.

지난해 9월 개장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대형 구형 공연장 스피어. [사진출처 = 연합뉴스]
각진 모서리 없이 모든 벽면이 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을 설치한 곡면으로 이뤄져 있다보니 관객들에게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3D 안경 등을 착용하지 않아도 마치 3D 화면을 본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현재 상영 중인 ‘지구에서온 엽서’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기 위한 티켓(좌석 위치에 따라) 값만 최고 249달러(한화 약 34만원)에 이릅니다.

월드 스타들의 공연 티켓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테지요. 관객들은 돈값을 하는 공연에, 공연시설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K팝 위기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K팝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K콘텐츠 파워가 벌써 사그라들까 걱정이 앞섭니다. 월드 스타들의 재능을 국내에서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또 K팝을 계기로 만들어진 강력한 팬들을 위해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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