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車 타면 너무 멋져” 기대했는데…미세먼지에 폭우·추위까지 ‘폼빠지네’ [세상만車]
불편하지만 탐나는 나쁜 車
티피오에 어긋나면 ‘꼴불견’
자동차 분야에서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키는 ‘나쁜 차’가 있습니다.
“뚜껑 열리고 뚜껑 열리게 만든다”는 오픈카(Open car)입니다. 좁고 불편하고 불친절한 나쁜 차이지만 자유·해방·낭만을 샘솟게 하고 부러운 시선을 받기 때문이죠.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컨버터블과 카브리올레, 카브리오, 로드스터, 스파이더, 드롭헤드, 타르가 톱 등이 오픈카에 해당합니다.
오픈카는 가장 오래된 자동차 형태입니다. 오늘날에는 지붕(루프)이 있는 차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지붕이 없는 마차를 이용해 차를 제작했기 때문이죠.
1886년 세계 최초 자동차로 특허를 받은 벤츠 페이턴트 모터바겐도 오픈카입니다.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오픈카는 로드스터의 원형이라 여겨지는 1930년대 레이싱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좌우 측에 유리창이 없고 앞 유리창도 따로 제작돼 차체에 장착된 구조입니다.
쇠의 색상인 실버 컬러로 도색된 레이싱카는 ‘실버 애로우’(은빛 화살)로 불리며 남심(男心)과 여심(女心)을 저격했습니다. 이때부터 오픈카 전성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발목 잡힌 오픈카는 안전성 강화와 함께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낭만적인 도구로 생명을 연장했습니다.
폼생폼사.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들은 자신이 우수한 씨앗을 가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암컷들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멋진 오픈카는 공작 수컷의 멋진 깃털, 사슴 수컷의 우람한 뿔처럼 남자가 여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을 때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은 더 커지겠지만 말이죠.
“여성의 성적 흥분을 고조시키는 수많은 기계 장치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벤츠 380L 컨버터블이다”
오픈카는 성적 신호 효력으로 남자의 ‘내분비 엔진’도 가속시킨다는 뜻이겠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0년 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인 모건 하우절이 쓴 ‘돈의 심리학’에는 ‘페라리의 역설’이 나옵니다.
하우절은 “당신이 멋진 차(페라리)를 몰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보지 못한다. 당신의 차에만 감탄할 뿐이다. 아무도 당신의 물건을 보고 당신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저격했죠.
폼생폼사를 추구하는 남자들은 “너 멋지다”는 말을 기대하지만 그 차를 바라보는 동성 경쟁자들은 “네가 아닌 내가 타면 더 멋질텐데”라고 여깁니다.
오픈카를 바라보는 여자들도 운전하는 남자가 아닌 차에서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빠 아닌) 오빠차만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뜻이겠죠.
물론 오픈카는 폼생폼사이든, 낭만이든, 자유든 ‘참을 수 없는 매력’으로 유혹합니다.
요즘 나오는 오픈카는 겨울에도 제한적이나마 오픈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히팅 시스템까지 갖췄죠. 겨울에도 뚜껑 여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동차는 금속으로 만든 옷이고 오픈카는 더 특별한 날 입는 옷과 마찬가지이니 당연히 티피오를 따져야겠죠.
티피오에 어긋나면 운전자는 관종(관심에 집착하는 사람)에 가까운 ‘시선집중’에 뿌듯함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부러움이 아니라 비웃음을 당하게 됩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은 겨울에도 오픈 드라이빙을 멋지게 즐겼지만, 현실세계에서 겨울에 뚜껑을 여는 것은 피하시는 게 낫습니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날 운전하기 불편한 두꺼운 패딩에 목도리와 털모자까지 쓰고 오픈카를 운전하는 장면은 개그맨들이 선호하는 ‘웃음 소재’입니다.
요즘 오픈카는 히팅 시스템을 갖췄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은 ‘폐쇄공포증 환자’ 설정에 맞게 겨울에도 뚜껑을 연 상태로 오픈카를 탔을 뿐입니다.
도로가 꽉 막힌 도심에서 뚜껑을 연 상태로 거북이처럼 느리게 달리는 오픈카입니다. 모습은 대동소이합니다.
남자는 운전하고 멋진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자는 긴 머리를 살짝 날리며 앉아있습니다. 다른 운전자들의 시선이 느껴지면 남성은 뿌듯함을 맛보겠죠.
착각입니다. 매연 가득한 도심에서 뚜껑 열고 타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부러움에서 바로 “자랑하고 싶어 매연에 미세먼지까지 듬뿍 마시며 애쓴다”는 측은함으로 바뀝니다.
터널이 많은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햇살 좋은 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오픈카를 바라보며 동경하듯 쳐다보던 운전자들은 터널이 나타나는 순간,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웁니다.
터널이 길수록 미소는 웃음으로 커집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오픈카를 쳐다보는 운전자들은 십중팔구 ‘물에 빠진 생쥐 꼴’을 상상하며 오픈카를 고소하다는 듯 바라볼 수 있겠죠.
바로 파라솔입니다. 폼 잡는다고 오픈카를 탔는데 지붕이 고장났고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면 망신살이 뻗칩니다.
이 때를 대비해 파라솔을 준비해두는 게 좋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파라솔 거치대까지 마련해두면 ‘금상첨화’입니다.
우산을 자신이나 옆자리 탑승자가 들고 있어도 되지만 폼도 나지 않고 비를 막기에도 부족하니까요.
얼굴 마스크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지붕이 고장났을 때 차는 못가리더라도 얼굴은 가리는 게 낫겠죠.
오픈카는 남들에게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해방·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일탈(일상탈출)을 즐기는 용도로 탈 때 진정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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