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들의 봄의 합창”…산기슭의 보물주머니, 괴불주머니[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5. 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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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꽃말이 보물주머니…똥풀·종달새 머리깃 이름도
괴불은 아이들 한복 허리춤에 매다는 노리개
꾀꼬리 새끼들이 먹이 달라고 입을 쫙쫙 벌리는 모습
종달새가 먹이를 잡기 위해 날렵한 자세로 달려드는 형상
서울 안산 산기슭에 핀 염주괴불주머니. 순판(입술꽃잎) 이 V자형이 특징이다. 4월 27일 촬영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넌 왜 괴불주머니란 이름을 가졌니?//애기똥풀이 있듯이/네 이름은 똥풀이라지//그리고도 모자라 괴불주머니란/보물주머니란 꽃말도 달고있구나//널 처음 본 것은 홍릉숲 둘레길에서였어//산비탈 양지 한 켠에 소복이 피어서/봄볕을 쬐고 있더군//노랗고 긴 꽃부리를 가진 꽃/종달새 머리깃이란 별명도 가진꽃//이른 봄 피는 현호색과 닮아있는/노리개 복주머니라선지/끌릴 듯한 너만의 향도 지니고 있더군 >

서진석 시인이 ‘나무신문’에 게재한 ‘ 괴불주머니’ 시다. 꽃말이 ‘보물주머니’이고 ‘똥풀’로도 불리는 애기똥풀 닮은 괴불주머니는 노랗고 긴 꽃부리는 ‘종달새 머리깃’이란 별칭 그대로다.

괴불주머니는 예전에 여성들이나 아이들이 한복을 입을 때 주로 여자아이들이 색색의 비단 헝겊으로 만든 조그마한 삼각형 주머니를 끈에다 꿰서 허리춤에 매다는 노리개를 일컫는다. ‘괴불’의 사전적(辭典的) 의미는 색 헝겊을 반듯하지 않게 비뚤어지게 접어서 솜을 넣고 수를 놓은 어린 아이의 노리개이다. 괴불주머니 꽃이 아이들의 옷고름에 달았던 노리개인 괴불을 닮아서 지은 이름으로 보인다.

봄꽃이 피는 시기 산자락이나 계곡 주변에 깃털처럼 생긴 무성한 잎들 사이에 ‘괴불주머니’를 닮은 노란색, 자주색 꽃들이 정겹게 핀 모습을 볼 수 있다. 애기똥풀처럼 샛노랗고 특유의 향을 품고 있는 괴불주머니는 이름도 그렇고 모양이 특이다.

야생화 사진작가 조용경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은 "괴불주머니의 꽃이삭은, 노란색의 꾀꼬리 새끼들이 하나의 가지에 엉덩이를 마주 대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이를 달라고 입을 쫙쫙 벌린 것 같은 모양"이라며 "괴불주머니는 노란 꾀꼬리들이 엉덩이를 맞대고 줄지어 앉아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봄 오는 산자락에 노란색 주머니들/ 가녀린 줄기 끝에 오종종 모여앉아/ 꾀꼬리 새끼들마냥 봄 노래를 부르네/ 노란색 비단 조각 오색실로 꿰매어서/ 무성한 푸른 잎에 환하게 달아놓은/ 황금빛 괴불노리개, 봄은 정녕 왔는가" 조용경 작가는 ‘야생화 산책’에서 괴불주머니를 꾀꼬리 새끼들의 합창에 비유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랑 꾀꼬리들이 봄을 예찬하며 합창하는 듯하다.

괴불주머니는 ‘종달새 머리깃’이란 별명 그대로 마치 종달새가 먹이를 잡기 위해 날렵한 자세로 달려드는 형상도 닮았다. 꽃잎이 위아래로 갈라져 있어 부리를 벌린 듯한 모양이다. 하늘과 지상의 인간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신성한 중재자로서 솟대 위에 앉아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앉아 있는 새 형상 같다고도 한다.

학명은 ‘프슈도푸마리아 루테아(Pseudofumaria lutea)다. 현호색(玄胡索)과의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한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산괴불주머니라고 불린다. 속이 빈 줄기는 곧고 가지가 갈라지며 키는 50㎝ 정도다. 자란다. 현호색과 같이 둥그런 뿌리가 달리지 않고 땅속으로 곧추 뻗는 뿌리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잎은 날개깃처럼 한두 번 갈라진 겹잎이다. 얼음이 녹을 무렵 새싹이 돋아나 일찍 꽃이 피고 꽃 피는 기간이 길어 늦봄까지도 꽃을 볼 수 있다. 4 ~ 6월에도 한 개의 꽃줄기에서 여러 송이가 노란색으로 피는 탐스러운 식물이다.

잎은 길쭉한 계란형으로 두 차례에 걸쳐 깃꼴로 깊숙하게 갈라진다. 잎에는 털이 없고 윤기가 난다. 꽃 아래쪽에 긴 꿀주머니가 있으며, 2cm 내외의 노란색 꽃은 앞쪽이 입술 모양으로 벌려져 있고 윗입술보다는 아랫입술의 크기가 작다. 수술은 6개이며 좌우로 3개씩 뭉쳐 있다.

비슷한 종류로 큰괴불주머니, 자주색 꽃을 피우는 자주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 동글동글한 열매를 맺는 염주괴불주머니 등이 있다. 유독(有毒) 성분이 있어서 함부로 식용해서는 안 된다.

자주괴불주머니는 색깔로 쉽게 구분되지만 괴불주머니와 산괴불주머니, 큰괴불주머니. 선괴불주머니, 가는괴불주머니, 갯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등은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꽃만 찍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모양의 순판(입술꽃잎)과 열매의 주두(柱頭·속씨식물에서 암술의 꼭대기에 있어 꽃가루를 받는 부분)로 구분된다고 한다.

산에서 만난 괴불주머니 대부분은 산괴불주머니 아니면 염주괴불주머니로 보면 된다. 산괴불주머니는 한자의 ‘ 一자’형, 염주괴불주머니는 알파벳 ‘V자’형이다. 갯괴불주머니는 염주괴불주머니와 닮았으나 열매 꼬투리 속의 종자가 2열로 배열돼 있어 열매가 둥글지 않고 납작해 보이며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하므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괴불주머니는 뿌리를 비롯한 전초를 약재로 쓰는데, 특히 한방에서는 뿌리를 국화황련(菊花黃連)이라고 부른다. 해열, 해독, 진경 효과가 있고,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황근(黃菫)이라 해 지상부를 약용했다. 옴이나 버짐, 종기에 이 풀을 물에 넣고 달여 복용하거나 짓찧어 환부에 바르면 효과가 있었다. 이질, 복통에도 내복(內服)했고, 뱀이나 독충에 물렸을 때 짓찧어 붙였으며, 폐결핵으로 인한 각혈을 그치게 하는데 이용했다. 최근에는 이 풀의 지상부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성분을 분리 추출하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민간요법으로는 산모(産母)의 진통이나 경련의 치료제, 이질, 복통, 타박상 등에 사용했다. 다양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생즙(生汁)을 물이나 술에 우려 천연 농약으로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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