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치료 연고, 똑같지 않다

서울문화사 2024. 5.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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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연고 한두 개는 있기 마련. 하지만 연고는 모두 똑같겠지 하며 아무거나 막 발랐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연고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봤다.

감염 위험 크면 후시딘, 적으면 마데카솔

항생제는 세균, 즉 발효나 부패 또는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나 세포의 성장과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약제를 말한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처 치료제가 항생제 함유 연고에 해당한다.

연고라면 흔히 후시딘과 마데카솔을 떠올리는데 비슷해 보여도 성분과 적용 증상이 조금 다르다. 사실상 비슷한 성분과 효과의 제품이 다양하고, 또 추가된 성분 때문에 쓰임새가 다르거나 임신부와 어린아이가 사용해선 안 되는 제품도 있어서 같은 상처 치료제 연고라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황은경 오거리약국 대표 약사는 “단일 항생제 함유 연고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후시딘 연고, 박트로반 연고가 있고, 항생제 3종이 포함된 복합 제제로는 바스포 연고가 대표적이다”라며 “이런 항생제 위주 연고는 농가진, 모낭염, 종기, 여드름이 생겼을 때나 외상, 화상 등의 상처에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복합’이나 ‘케어’ 이름이 붙지 않은 마데카솔 연고에는 항생제 성분이 없다. 따라서 후시딘 등 항생제 함유 연고는 화상 등 2차 세균 감염 위험이 큰 상처에 사용하고, 마데카솔은 비교적 감염 위험이 적은 상처에 쓰는 게 적절하다. 상처 부위 피부 조직이 벗겨진 경우, 진물이 나거나 붉게 부어오른 경우엔 후시딘 등 항생제 함유 연고를, 가벼운 상처엔 마데카솔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마데카솔에 함유된 센텔라 아시아티카 추출물은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성분이다. 살균 효과보다 피부 재생에 초점을 둔 제품이라 염증 우려가 있는 상처 초기엔 후시딘 등 항생제 함유 연고를 바르고, 상처가 아물 때쯤 새살을 빨리 돋게 하는 마데카솔을 바르는 게 효과적이다. ‘복합’이나 ‘케어’가 붙은 마데카솔은 항생제 성분을 더한 제품이다. 타 항생제 함유 연고와 굳이 구분해 쓸 필요는 없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황은경 약사는 “복합 마데카솔엔 항염증 작용을 높이기 위해 스테로이드가 첨가돼 있는데 이 성분 때문에 임신부는 사용할 수 없고 어린아이의 사용도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항생제는 일주일, 항진균제는 4~6주 꾸준히

연고는 보통 하루 1~2회, 겔이나 크림 제제라면 하루 2~3회 바르는 것이 권장된다. 치료에 필요한 최소 기간만 사용하는 것도 안전한 연고 사용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아직 안 나았다고 오랜 기간 계속해 연고만 바르는 건 미련한 짓이다. 황은경 약사는 “항생제 연고를 일주일 정도 발라도 상처가 낫지 않고 계속 진물이 나거나 상처 부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홍반(붉은 빛깔의 얼룩점) 또는 고름이 생긴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경구용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며 “연고를 계속 바르는 게 자칫 항생제 내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상처가 전신 여러 곳, 광범위한 범위에 있는 경우도 바르는 항생제 연고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역시 의사의 처방 후 경구용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항진균제는 말 그대로 진균, 즉 곰팡이를 억제하는 약이다. 단세포 미생물인 세균과 달리 다세포 미생물인 진균은 항생제로는 죽지 않는다. 습진, 무좀 등 백선이 대표적인 진균 감염에 의한 피부 병변이다. 백선은 진균의 침입으로 생기는 전염피부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약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항진균제 연고는 카네스텐, 니조랄, 에코론, 라미실, 나이트랄 등이 있다.

항생제 성분 연고는 일주일 이상 바르지 말 것을 권고하지만, 항진균제 성분 연고는 다르다. 그만큼 곰팡이가 독하다는 얘기다. 황 약사는 “연고를 일주일쯤 바르면 피부 표면에 있던 곰팡이가 어느 정도 죽어 증세가 완화된 것 같지만 피부 깊숙이 파고든 곰팡이 포자가 재발할 기회를 노리고 있어 바르기를 중단하면 곧바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몸이나 얼굴에 생긴 피부염은 보통 2주, 무좀은 4주 정도 사용해야 하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2주 정도 더 바르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지간형 무좀, 즉 발가락 사이가 갈라지는 형태의 무좀이라 상처가 있다면 항생제 연고를 먼저 발라 상처 감염을 치료한 뒤 항진균제를 바른다. 함께 사용해도 무방하다. 단, 흔히 손발톱 무좀이라고 부르는 손발톱진균증(조갑백선)은 연고가 아닌 매니큐어 형태의 네일 래커 제제를 써야 한다. 이 경우 손톱은 6~9개월, 발톱은 12~18개월 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사용 기한 지나면 약효 ‘뚝’, 개봉 후엔 6개월 사용

항진균제 연고를 고를 때는 증상에 따라 필요한 성분이 더해진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황은경 약사는 “가려움이 동반된 백선에는 항히스타민제가 함유된 제품을, 각질이 심하다면 각질 제거제가 포함된 제품을 고르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연고를 바를 때는 먼저 바를 부위를 물로 깨끗이 씻는 게 좋다. 물기로 인해 수분을 머금은 피부는 연고를 더욱 잘 흡수한다는 것이 황 약사의 설명이다. 얼굴의 경우 세안 후 스킨(토너)을 먼저 바르고 연고를 바른다. 보습제 등 다른 화장품은 연고를 바른 다음에 바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개봉하지 않고 오래 보관해둔, 사용 기한이 지난 연고를 사용해도 될까? 답은 ‘아니오’다. 황 약사는 “제품에 표기된 사용 기한이 지난 연고는 약효가 90%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 폐기해야 한다”며 “개봉 후에는 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용기에 덜어 썼다면 1달이 지나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연고는 특별한 보관 방법이 표기된 경우를 제외하곤 통상 상온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뚜껑을 잘 닫고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바를 때 시원한 느낌 때문에 간혹 냉장고에 연고나 크림 제제를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권장할 바는 아니다. 실내 온도가 30℃ 이상 올라가지 않는 한 상온 보관 원칙인 약을 굳이 냉장 보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오히려 습기나 온도 차에 의해 세균이 번식할 위험도 있다.

손에도 항상 세균이 있다. 연고를 손가락에 직접 덜어내 바르거나 연고 입구를 상처 부위에 접촉하면 세균이 들어가 변질될 수 있다. 가급적 면봉으로 덜어 쓰는 게 좋고 여의치 않다면 손을 깨끗이 씻고 사용해야 한다.

에디터 : 이경석(헬스콘텐츠그룹 기자)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도움말 : 황은경(부산 오거리약국 대표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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