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소멸위기 현주소①]재앙이 된 '인구 절벽-역외 유출'

송창헌 기자 2024. 5.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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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 1호 국가" "중세 유럽 흑사병보다 심각" 곳곳 경고
전남, 34년새 70만 감소…절반이 소멸 고위험, 유출도 심각
'소멸 대응 원년' 선포, 출생수당·공공주택·이민친화정책 사활
[보성=뉴시스] 김혜인 기자 =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25일 오후 전남 보성군 벌교버스공용터미널이 썰렁한 모습이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던 보성벌교터미널은 지난 6월 30일 경영난으로 폐업한 이후 보성군이 임차 운영해오고 있다. 2023.09.25. hyein0342@newsis.com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인구소멸 국가 1호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영국 옥스포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경고다. 사상 최저수준인 합계출산율(0.7명)을 방치하면 110년 후면 국내인구가 1000만 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믿기 힘든 전망과 함께 '모든 아이는 국가 책임'이라는 사회경제적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저출산은 국가비상사태"라고 언급할 정도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출산 환경 조성에서 일과 가정 양립, 국가책임 강화까지 모두 화급한 실정이다.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은 먼 훗날 얘기가 아닌 발등의 불이 된 지 오래다. 사망자수가 출생자수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도 수 년째 이어지고, 수도권과 지방 인구의 역전 현상도 오래 전 일이다. 지역내총생산(GRDP)에 대한 수도권 기여율은 이미 2015년에 50%를 넘어섰다.

'낙후의 대명사'인 전남은 더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출산, 청년인구 유출, 고령화 등으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1990년대 250만 명이던 인구는 180만 명 선마저 무너졌고, 50만 청년층도 붕괴 직전이다. 22개 시·군 중 13곳은 이미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분류됐다. 지역 차원의 치밀한 대응전략이 절박한 이유다.

반면 등록외국인수는 꾸준히 늘어 5만 명에 육박한다. 40%대 증가율로 17개 시.도 중 1, 2위를 다툰다. 이주외국인들이 지역 산업과 인구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전남도가 전국 광역단체 최초로 국(局) 단위 이주민 전담부서인 '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한 점도 이같은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인구 절벽과 청년 유출, 일상화된 이민 시대를 맞아 전남의 지방소멸 현주소를 살펴보고, 이에 맞서 돌파구를 찾아가는 현장,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89개 인구감소지역. (사진=행정안전부 제공)2024.03.18.

◇재앙이 된 인구 절벽-역외 유출

저출산 고령화가 국가적 과제로 제기되면서 '전남'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소멸 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초저출산은 중세 유럽 흑사병보다 심각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8일 제22대 총선 전남 지역 당선인들과의 첫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일성으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전남특별자치도 특별법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양대 현안인 '국립의대 설립'과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 앞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할 만큼 절박했다. 지역이 소멸돼 사라지면 의대도, 공항도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는 행정적, 정치적 판단이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1990년 250만 명, 2000년 213만 명에 달했던 전남 인구는 2010년 191만 명으로 '200만 고지'가 무너졌고, 2020년 말 185만, 2021년 말 183만, 2022년 말 181만, 지난해말 180만 명으로, 해마다 1만∼1만5000명 안팎, 34년 만에 70만 명, 22년 새 32만 명이나 줄었다.

20년 남짓한 기간에 순천이나 여수만한 도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고, 구례나 진도, 곡성, 함평, 강진군 규모의 농어촌 지자체 10개 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올 들어서도 감소세가 이어져 3월 말 기준 전남인구는 남성 90만 명, 여성 89만 명 등 179만 명으로, 18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2037년에는 170만도 붕괴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만 20~39세 여성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는 전남이 0.34%로, 17개 시·도 중 위험도가 가장 높다. 22개 시·군 중 11곳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산업연구원도 2022년 인구감소 예측조사를 통해 곡성·구례·고흥·보성·장흥·강진· 해남·영암·함평·영광·완도·진도·신안 등 13곳을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했고, 행정안전부는 여기에 담양·장성·화순을 더해 16곳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인구 역외 유출도 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초저출산·고령화 속에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농어촌을 떠나는 젊은층이 크게 늘면서 전남 청년인구는 최근 5년 새 60만 명에서 52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대로라면 수 년 내 50만 명대도 무너질 위기다.

청년층이 엷어지면서 고령인구 점유율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전남의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25.2%로, 4명 중 1명 꼴이다. 40%를 웃도는 지역도 여러 곳이다. "10∼20년 후면 전남 전역이 실버타운이 될 것"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반면 2018년 3만3042명이던 등록외국인은 2019년 3만4600여 명, 2022년 3만8900여 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4만4000명이나 늘었다. 소멸을 막아서는 버팀목인 셈이다.

[서울=뉴시스] 이창우 기자=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정관에서 '지방소멸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이란 주제로 열린 국회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제공) 2023.11.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구 절벽과 유출이 한계점에 달했다고 판단한 전남도는 올해를 '지방소멸 위기 극복 원년'으로 삼고, 출생에서 보육, 교육, 취업,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 주기에 걸친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정책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인구와 청년, 이주민 정책을 전담하는 국(局) 단위 조직(인구청년이민국)을 신설하고, 전남형 만원주택 보급, 국립의대 설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 전남도, 일선 시·군 등 3주체가 신생아에게 만 18세까지 최소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318 출생수당'도 승부수 중 하나다.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유치를 비롯해 농산어촌 유학, 청년문화센터 건립,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신재생 에너지 이익 공유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역소멸은 전남이 직면한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라며 "좋은 일자리, 안전한 주거, 즐거운 전남을 위해 전남형 인구 프로젝트, 정주여건 프로젝트를 사활을 걸고 추진해 나갈 때"라고 말했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원장은 "지방 인구감소의 주요 요인은 자연적 감소보다 사회적 감소, 즉 유출의 영향이 더 크고, 기존 형평성 중심의 지원정책은 지방소멸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기존 인구사회 정책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 정책이 융합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국토·도시·지역 정책단위 재설계와 함께 기금 배분방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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