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에 이 여행 있다면 현실될 수도”...스페이스X에 도전장 내민 보잉 [사이언스라운지]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5. 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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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대기 중인 보잉의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 [사진=보잉]
사람을 우주로 나르는 유인우주선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았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사람을 운송하고 있는데 이어 전통의 항공기업인 보잉도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의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주 항해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할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스타라이너는 오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우주기지에서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의 아틀라스V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한다. 당초 지난 6일 발사가 예정돼있었으나 스타라이너 발사체 상단의 산소 방출 밸브가 오작동하는 문제로 발사가 연기됐다. 보잉 측은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문제를 파악하고 발사 2시간 전 계획을 취소했다”며 “현재 밸브 교체 작업을 진행 중으로 17일 발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지 시각 오후 6시 16분 발사 예정이다.

스타라이너가 2022년 5월 무인 궤도 비행 시험 때 국제 우주정거장에 자율비행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미국항공우주국]
이번 비행은 사람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스타라이너의 첫 발사다. 앞서 2022년 5월 무인 비행에 성공한 바는 있지만 유인 임무는 처음이다. 이번 비행에는 우주비행사 2명이 탑승한다. 베테랑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인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는 스타라이너를 타고 ISS로 향해 약 8일간 머문 뒤 지구로 귀환할 전망이다. 스타라이너 발사가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크루드래건을 잇는 두 번째 민간 유인우주선이 탄생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항공기업인 보잉도 우주기업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를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높이 5m, 지름 4.6m 크기에 무게는 약 1만3000kg에 달하는 스타라이너의 특징은 가장 많은 승선인원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최대 7명이 탈 수 있도록 설계됐다. 크루드래건의 최대 탑승 인원은 4명, NASA의 아폴로 우주선도 3명, NASA 아르테미스 오리온 우주선도 4명이다.

발사를 준비 중인 스타라이너. [사진=보잉]
또 다른 특징은 자율주행이다. 스타라이너는 우주선 스스로가 비행하고 경로를 수정할 수 있게 설계됐다. 스타라이너 비행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을 담당한 애런 크래프트체크 보잉 수석관리자는 “스타라이너 스스로 모든 항해를 수행한다”며 “심지어 스스로 수리를 할 수도 있다. 엔지니어들이 결함을 감지하고, 격리 및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우주선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우주비행사가 비행에 개입을 원하면 이 또한 가능하다. 비행 중에 원할 때 언제든지 자동제어에서 수동제어로 전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주 쓰레기 조각이 있는 경우 우주비행사는 우주선이 자동으로 위험한 곳을 벗어나도록 할 수 있고, 스스로 조종할 수도 있다.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최대 10번 가량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타라이너는 우주비행사가 타는 승객 모듈과 엔진이 달린 서비스 모듈로 구분되는데, 승객 모듈을 10번 재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크루드래건의 재사용 숫자보단 적다. 스페이스X는 크루드래건을 최대 15번 재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잉 엔지니어가 NASA 우주비행사의 좌석을 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보잉]
이 밖에 스타라이너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외관에 용접이 없는 구조를 구현했으며,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해 체형에 꼭 맞는 우주비행사 좌석을 제공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보잉은 “최대 500만가지 조합으로 좌석을 만들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다리가 짧은지, 몸통이 긴지에 관계없이 편안한 좌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타라이너 발사 후 ISS 도킹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6~12시간 정도다. 도킹하고 나면 최대 200일간 ISS에 머물 수 있다. 다시 지구로 귀환할 때는 낙하산 등을 활용한다. 보잉은 “스타라이너에 쓰일 낙하산 연구를 위해 군 출신 수십 년의 경력을 지닌 스카이다이버와 함께 일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우주선이 안정적으로 지구에 착륙할지 등을 논의했으며 낙하산의 재료나 재봉에 대한 그의 지식은 매우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보잉은 스타라이너 낙하산 개발에 스카이다이버를 참여시켰다. [사진=보잉]
보잉은 2014년 스타라이너 개발에 착수했다. ISS를 왕복하는 유인우주선 개발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NASA의 방침에 따라 42억달러(약 5조7078억원)의 유인우주선 개발 비용을 투자받았다. 이전까지 미국은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활용해 ISS 수송을 해왔다.

보잉의 스타라이너 개발은 순탄치 않았다. 2019년 무인 시험비행 등에 실패하면서 유인 시험비행 일정은 밀려왔다. 당초 2020년 상반기에 유인 비행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4년 가까이 일정이 밀렸다.

스타라이너가 이번 시험비행에 성공하면 스페이스X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이스X와 보잉은 ISS 운송체제 개발을 두고 경쟁해왔다. 2014년 당시 스페이스X도 NASA에서 ISS 수송을 맡을 유인우주선 개발을 위해 26억달러(약 3조5334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스페이스X는 2020년 크루드래건의 유인 시험비행을 마치고 임무를 약 9차례 수행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인 부치 윌모어(왼쪽)와 수니 윌리엄스는 스타라이너에 탑승한다. [사진=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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