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거미줄 전선’ 안전사고 전전긍긍 [현장, 그곳&]

김샛별 기자 2024. 5.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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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곳곳 도시미관 해치고 사고 우려...예산 부족 탓에 지중화 사업 지지부진
市 “관리·감독 강화… 사고 예방 만전”
11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후문 상점 골목. 전선이 우산에 닿을 만큼 늘어져 있다. 김샛별기자

 

“축 늘어진 전선에 우산이 걸리거나 머리가 닿는 걸 보면 감전과 같은 사고가 날 것만 같아 아찔합니다.”

11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후문. 빌라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 거미줄처럼 전선이 얽혀 있다. 빌라 창문 앞을 지나는 전선들은 시야를 가로막고, 한 전봇대에 몇 개의 전선이 매달렸는지 셀 수조차 없다.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번화가 상가 골목에는 손을 뻗으면 닿는 높이까지 전선들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이날 비슷한 시간 인천 부평구 원도심 상가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정비한 깨끗한 거리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조금 들자, 엿가락처럼 늘어진 전선들의 무질서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인천지역 곳곳에 전선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늘어져 시민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하는가 하면, 도시미관을 해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1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각 군·구,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지중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와 군·구는 지중화가 필요한 곳을 골라 한국전력에 신청하고, 한전은 자체 평가를 거쳐 대상지를 선정한다. 공모에 선정된 군·구는 이를 바탕으로 관련 예산을 세운다.

지중화 사업은 보행로 등에 설치한 전봇대와 전선을 지하에 묻는 사업이다.

여러 전선들이 늘어져 엉켜 있을 경우 감전·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11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후문 빌라 밀집 지역. 전선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얽혀 있다. 김샛별기자

인하대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A씨는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이 전선에 닿을 정도로 낮게 처져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며 “고정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지금도 낮게 늘어졌고, 언제 다시 더 늘어질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 만큼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전선을 정리하거나 지중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선 등으로 인한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지중화 사업이라고 조언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전선을 인위적으로 만지지 않더라도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감전·안전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선·전봇대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중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물론 한전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중화 사업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 등은 지중화가 시급한 곳 중 23곳을 추려 한전에 신청했지만 이중 부평구와 계양구 등 2곳만 사업 승인을 받았다.

한전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선들은 대부분 전선이 아닌 통신선"이라며 "통신선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안전 사고 위험은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하고자 지속적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보강 공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을 해야 하다 보니 모든 곳을 지중화하기는 어렵다”며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안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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