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 2시간에 10만원 ‘순삭’...돈 없으면 놀 곳도 없는 아이들 [초보엄마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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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때는 날씨가 화창하기만 하더니 어린이날이 되니 폭우가 쏟아졌다.
공휴일 근무가 잦지만 모처럼 하루 쉬는 어린이날, 아이들과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2024년 어린이의 삶과 또래놀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또래놀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45%)을 첫 손에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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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어쩐지 미안해 차를 타고 근처 키즈카페에 갔다. 문을 연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키즈카페에 아이들이 꽉 차 있었다. 대기표를 받고 입장하는데 입장료를 보고 흠칫 놀랐다. 초등학생 아이 1명이 2시간 이용하는 데 2만5000원이었다. 보호자 입장료는 6000원이다. 부모가 자녀 둘을 데리고 함께 키즈카페에 들어가 간식이라도 사먹으면 2시간에 10만원이 ‘순삭(순식간에 삭제)’이다.
아이들 노는 것을 구경하다보니 문득 비 오는 어린이날 키즈카페에서 노는 아이들은 그나마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날 연휴에 부모가 모두 일을 해 하루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도 있을 테고, 높아진 물가에 외식이 부담스러운 가정도 많을 테다. 어린이날 화창한 날씨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아이들은 돈이 없으면 갈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2024년 어린이의 삶과 또래놀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또래놀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45%)을 첫 손에 꼽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을 길게 하거나(33%) 학교 수업시간에 놀이시간을 준다(25%)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를 두고 전교조는 “대도시의 학교는 과밀 문제로 학교 공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지역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돈을 갖고 가지 않고 편히 문화적으로 누리고 편히 쉴 곳이 없다는 것이 설문을 통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조사는 지난 4월 23~30일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2450명과 초등교사 76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하교 후 친구들과 노는 장소에 대한 질문에 도시에 사는 학생들 41%는 ‘동네 놀이터’를, 농어촌지역 학생 43%는 ‘학교 운동장’을 꼽았다. 미세먼지나 황사, 폭우, 폭염 등 날씨에 따라 놀이를 할 수 없어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은 놀 시간도 없다. 방과후 또래놀이를 하는 빈도는 일주일에 1~2일이 32%의 응답률로 가장 많았다. 만나는 시간도 거의 없거나 30분 이내(45%)다. 많이 못 노는 이유로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학원·학습지·온라인학습’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열된 사교육에 지친 아이들의 행복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다. 2021년 말 한국방정환재단이 공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가 22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은 듯하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2024년 아동행복지수가 100점 만점에 45.3점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등학생보다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일상을 보내고 있는 초등 저학년을 포함하더라도 100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면시간은 줄고 공부 시간은 늘었다. 언젠가 동네 놀이터에서도, 학교 운동장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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