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키워 반도체와 투톱이었는데...중국에 밀려 퇴장하는 이 산업 [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4. 5. 12.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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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종 기자의 위클리반도체-5월 두 번째 주 이야기

이번 주 LG디스플레이가 중국 LCD 공장 매각을 위한 행정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LCD는 한때 우리나라를 디스플레이 종주국으로 이끌었던 효자였는데요. 중국의 저가 공급을 통한 추격에 밀려 지금은 오히려 적자를 안겨주는 ‘아픈 손가락’이 되었죠.

국내 산업의 중추로서 하나의 반도체로 불리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요? 이번 주 위클리반도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LCD의 한계 극복한 OLED…0.1mm 두께도 가능!
LCD와 OLED 기술 개념도. 자료=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기술에 익숙지 않으신 분들이면 TV를 살 때 OLED, QLED, LCD 등 복잡한 제품명에 혼란을 느껴보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일단 이 기술들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쉽게 살펴보겠습니다.

디스플레이의 큰 줄기는 LCD와 OLED로 나뉩니다.

LCD는 빛을 통과시키면서 색을 내는 투과형 패널입니다. 백라이트가 빛을 내주어 필요한 양만큼 빛을 통과시킵니다. POL(편광판)이 컬러필터 앞뒤로 두 개가 필요하죠.

반면 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발광형입니다. 각 소자에 흐르는 전류를 달리 주어 빛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 없지요. 편광판도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 때문에 더 뛰어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두께도 0.1mm로 구현이 가능할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가격은 LCD에 비해 다소 비싸죠.

프리미엄LCD 대표주자… QLED와 미니LED TV
QLED는 이름은 OLED와 닮아 보이지만 사실 ‘프리미엄 LCD’입니다. QLED는 기존 LCD의 백라이트 부분에 퀀텀닷이 빛을 낼 수 있게하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일반 컬러 필름 대신에 양자점 필름을 씌운 형태입니다.

‘미니LED’도 마찬가지입니다. Mini LED라고 하는 걸 보면 OLED나 마이크로LED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사실 LCD에 더 가깝습니다. LCD의 백라이트 부품을 LED 픽셀 단위로 쪼개서 마치 OLED 처럼 검은 화면을 표현할 때 해당 픽셀 부분의 빛을 끌 수 있습니다. 기존 LCD 패널이 갖고 있던 검정색 표현에 OLED 기술을 접목했다고 볼 수 있죠.

‘억’소리 나는 ‘꿈의 TV’…OLED서 발전된 마이크로LED
삼성전자의 114형 마이크로 LED TV. 자료=삼성전자
반면 마이크로LED는 OLED의 발전된 형태입니다. OLED가 가진 빛을 내는 소자의 짧은 수명을 개선한 패널입니다. OLED가 액체 상태의 유기물을 사용했다면 마이크로 LED는 고체소자의 발광 물질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개선하면 단순히 수명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력소모 또한 OLED보다 적기 때문에 그야말로 꿈의 패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가격이 높다는 게 아직은 한계입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114인치 제품은 1억8000만원을 호가하는 수준입니다.

日 잡았던 비밀명기 LCD기술…中의 칼날이 되어 돌아오다
2006년 출시된 삼성 보르도 TV
원래 TV 시장은 일본이 주름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브라운관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LCD를 출시하며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46인치 LCD TV를 출시하며 LCD TV의 대형화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TV 시장의 주류가 변했죠. 2006년 출시된 보르도 TV는 글로벌 메가 히트를 니다. 소니는 2006년 삼성전자에 1위를 내준데 이어 2009년에는 LG전자에도 밀렸습니다. 파나소닉·도시바·샤프 등 다른 일본 기업도 내리막길을 걸으며 TV 시장의 주도권을 한국 기업들이 가져왔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했죠.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는 경기도 파주시에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도 수도권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가동 때부터 이를 파악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바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는 관련 부처가 완화 대상 규제를 선정해 다음 국무회의부터 하나씩 살펴보고 조치하라”고 지시한 뒤 이를 해결했습니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 네번째)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다섯번째)이 지난 2006년 경기도 파주 LG필립스 LCD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축하하고 있다. <매경DB>
이후 한국 LCD 업체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 세계 1~2위를 독차지하면서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LCD 호황기는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디스플레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이들이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LCD 비중이 높았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한국기업들은 LCD 산업에서 철수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전환에 올인하기로 노선을 수정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공장은 LG디스플레이의 첫 해외 생산기지로 2014년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약 4조원이 투입됐고 현재 두 개 라인을 통해 총 30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췄죠. 프리미엄 LCD에 적용되는 광시야각(IPS) 관련 기술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LGD 중국 광저우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국내 기업의 마지막 LCD 패널 생산기지인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이 매각되면 한국의 대형 LCD 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향후 BOE 등 중국 기업들이 LCD 생산을 독점하게 되면서 LCD의 가격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는 점은 국내 업체들에게 부담스러운 요소입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LCD 패널의 가격을 올리게 될 경우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비싼 OLED 패널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 OLED 생산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반대로 중국 기업들이 공급 과잉을 유지하면서 LCD 패널의 저가 체제를 지속하면 완제품 기업들의 OLED 패널 채택 속도가 더뎌질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거센 도전 속에 이미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LCD 생산기지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악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은 중소형 분야에서 OLED 패널 생산을 시작했고 막대한 투자에 돌입했다”면서 “LCD에 이어 OLED까지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차세대 패널 중심으로 구조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광저우 공장 매각 대금은 LG디스플레이가 새 먹거리로 육성 중인 중소형 OLED 사업을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현재 중국 BOE 등 기업들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매각 대금은 2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글로벌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기업들에 관한 투자 정보를 매주 연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소식을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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