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어류 백과사전' 그림으로 만나다...‘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展

김보람 기자 2024. 5. 12. 06: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학박물관 개관 15주년 특별전
정약전의 바다생물 정보 ‘시각화’
발달장애 예술가 작품 39점 선봬
총 6부 구성… 색다른 즐거움 선사
실학박물관의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특별전 전경. 실학박물관 제공

 

조선 후기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색색의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실학박물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지난 달 30일부터 오는 10월27일까지 특별기획전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를 선보이고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바다생물의 생김새와 특징, 잡는 방법, 이동 경로, 조리법, 맛 등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류하고 설명해 놓은 책이다. 정약전이 최초로 자산어보를 구상했을 땐 그림 백과 형태였지만, 동생 정약용의 권유에 따라 오늘날 전하는 자산어보엔 그림이 없다.

이에 이번 전시에선 정약전이 처음 구상한 그림 백과 형식의 ‘자산어보’를 구현했다. 특히 39명의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저마다 독창적인 형태로 자산어보에 수록된 해양생물 39점을 그려 의미를 더했다.

실학박물관의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특별전 중 발달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완성된 ‘그림으로 다시 쓴 자산어보’. 실학박물관 제공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현서 어린이가 작곡한 전시 주제곡 ‘자산어보 속으로’를 배경음악으로 한 미디어아트 영상이 펼쳐진다. 미디어아트는 자산어보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자산어보 주위로 생물의 이름들이 나오면서 마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와 함께 1부 ‘자산어보 속으로’에서는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된뒤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다.

2부 ‘나눔과 묶음으로 한눈에 쏙’에서는 바다생물을 쓰임새와 사는 곳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 체계를 볼 수 있다. 정약전은 쓰임의 정도에 따라 비늘이 있는 물고기, 비늘이 없는 물고기, 껍데기류, 잡류 순으로 바다생물을 분류했다. 226가지 바다생물 분류체계는 체험형 미디어콘텐츠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양생물 분류체계를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약전은 해양생물을 두드려 보거나 소리를 듣고 해부하며 그림을 그리듯이 생생하게 기록했다. 3부 ‘보고 듣고 알아내다’에선 정약전이 섬사람들의 경험담을 귀기울여 듣고, 생물을 해부하는 과정을 멀티미디어 전시자료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정약전은 특히 226가지의 바다생물 중 131가지 바다생물의 이름을 지었는데, 4부 ‘이름을 짓자’에서는 정약전이 이름을 지어준 방식을 설명한다.

실학박물관의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특별전을 기획한 김엘리 학예연구사가 전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보람기자

5부 ‘쓰임을 찾자’는 병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물과 생물을 통해 날씨와 고기잡이의 풍흉을 예측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이를 연구했던 정약전의 실학정신을 알린다.

또 6부 ‘그림백과로 쓰다’에선 관람객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그림 백과 자산어보’를 만들어보는 동시에 발달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완성된 ‘그림으로 다시 쓴 자산어보’를 감상할 수 있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전시는 정약전이 생전에 완성하지 못한 그림 백과 ‘자산어보’를 오늘날의 우리가 함께 완성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낯선 유배지에서도 지식을 나누고자 노력했던 정약전의 열정과 실학의 현재적 가치를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