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 궁극의 삶… 극락의 첫 장면 ‘내영도’, 한·일의 차이는 [일본 속 한국문화재]
동서고금 인류는 사후에도 이어질 삶을 꿈꿨다. 이승이 고통스러울수록 행복한 저승에 대한 소망은 강력해졌다. 이런 염원 속에서 죽음은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죽음을 맞는 순간, 그 문은 어떤 모습으로 열리게 될까.
내영도(來迎圖)는 불교의 대답이다. 극락을 주재하는 아미타여래가 관음보살, 세지보살 등 보살들과 함께 나타나 죽어서 극락에 다시 태어날 사람, 즉 왕생자(往生者)를 맞이하여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교리를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부처가 사는 정토(淨土)에서 이어질 극락왕생의 첫 장면이다. 한국에선 고려불화로 자주 표현됐고, 일본에선 헤이안시대(794∼1185년) 이후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했다. 같은 염원을 그렸으나 표현 방식은 꽤 달랐다. 한국의 내영도는 아미타여래에 집중해 정적이고 명상적이다. 일본의 그것은 육박해 오는 부처의 속도감이 두드러지고 시끌벅적하다.
◆고려불화, 부처·보살과 대면한 죽음의 순간
삼성문화재단 소장품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아미타삼존도는 왕생자에게 빛을 비추는 아미타여래 좌우로 지장보살, 관음보살을 그렸다. 허리를 굽혀 연꽃 대좌를 내밀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은 환영의 의사가 보다 선명해 살갑다. 신성한 존재인 아미타여래와 두 보살이 화면에 가득하다.
아미타여래는 극락을 주재하는 존재다. 현전하는 고려불화 160여 점 중 아미타불도 50여 점으로 가장 많으니 명실상부 최고 스타다. 극락을 향한 그 시절 고려인들이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고려불화 내영도는 배경을 생략하고 텅빈 공간 속에서 아미타여래와 보살을 클로즈업해 매우 정적이다. 공간을 나타내는 모티프를 표현하거나 공간을 재현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다. 정토를 묘사한 경전의 설명을 상세하게 재현하는 다른 나라 내영도와는 다른 특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0년 개최한 ‘고려불화대전’에서 이런 특성을 “사실성에 대한 경계”로 설명했다. 극락왕생을 바라며 한 마음으로 부처를 생각해 “마음이 하나의 경지에 정지하여 흐트러짐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보게 되는 상(像)은 명료한 재현보다는 시각적 환영에 가깝다”는 것이다. 불교 경전은 이렇게 마음의 눈이 열리면 “극락세계의 칠보로 장식된 보석의 땅과 보석의 연못, 보석의 나무가 줄지어 서고, 그 위에 천인(天人)들의 보석 휘장이 덮이고 온갖 보석으로 아로새긴 그물이 허공 가득히 있는 것을 낱낱이 분명하게 보게 된다”고 했다.
◆가마쿠라 불화, 이상화된 풍경 속 신속한 환영
또 하나 주목할 것이 화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 풍경이다. 산중에선 폭포가 떨어져 내리고, 벚꽃이 만개해 봄을 연상시킨다. 근데 자세히 보면 단풍 든 나무들이 있다. 눈을 맞은 것도 있다. 사계를 동시에 드러낸 이상화된 풍경이다. 일본의 풍경을 묘사해 내영의 현실감을 더했다고 한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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