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법안 21대 국회서 폐기 수순… 학대범 막을 법안도 폐기 위기

조병욱 2024. 5.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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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펫숍 경매 제한하는 ‘한국판 루시법’
동물권 증진 법안 이달 말 폐기 위기

21대 국회는 개식용 종식법을 통과시켰지만 동물학대 범죄자에게 사육을 제한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 등은 처리하지 못한 채 이달 말 막을 내릴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세계일보 자료사진
11일 국회와 동물보호단체 카라 등에 따르면 동물학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동물을 사육할 수 없도록 보완 처분을 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영국은 동물학대범에 대해 이러한 사육제한 처분을 형사 처분과 병행하고 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박광온 의원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다. 동물보호단체는 “또 다른 학대범죄를 예방하는 데 실효성이 있는 이 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고 외친다.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를 개선하고 동물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민법상 물건으로 분류되는 동물의 지위를 격상하기 위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민법에 추가하는 개정안도 법사위까지 상정됐지만 결국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적극 추진’ 의견을 냈지만 법원행정처는 ‘신중 검토’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면서 법안 추진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 지난해 10월 세계일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18명(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 당시 시대전환 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사위원 8명만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민법 개정안 중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손해배상 특칙’에 관한 조항도 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낸 이 법안은 반려동물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치료비 외에도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한국판 루시법’으로 불리는 동물 경매와 투기를 규제하고 현재 2개월 미만의 개·고양이 판매 금지 조항을 6개월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민주당 위성곤 의원 대표발의)도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루시법은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평생 번식만 하다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모견의 이름을 따 제정된 법이다. 2018년 영국은 이를 계기로 6개월 미만의 어린 반려동물의 판매를 금지했다. 이 법에는 펫숍(경매장)의 동물 매매 금지와 대규모 번식장 폐지, 반려동물의 인터넷 거래 금지, 펫숍 전시를 위한 어미와 새끼의 분리 금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사진=화성시허가번식장 동물구조단체연합
이 밖에도 가축전염병 발생 시 예방 차원에서 일어나는 살처분 시 감염되지 않은 농장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법안(민주당 송옥주 의원), 동물대체시험의 개발 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민주당 남인순 의원), 동물 학대 사진 또는 영상물의 인터넷 게재 시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책임을 묻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개혁신당 이원욱 의원) 등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될 상황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선 다시 의원 법안 발의, 상임위 심사, 법사위 논의, 본회의 표결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부처 협의와 의견제출, 필요하면 소위 논의 등 다양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3년 전 KBS 드라마 촬영 시 퇴역마 ‘까미’를 인위적 장치로 넘어뜨려 폐사에 이르게 한 일을 계기로 민주당 위성곤·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도 아직 처리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동물복지종합계획에 경주마와 싸움소 등 사행산업에 이용된 후 퇴역한 동물의 관리·복지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영화나 드라마 등의 제작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중에는 동물을 죽일 목적으로 학대행위를 했으나 미수에 그친 자와 이를 예비한 자를 처벌할 근거를 담은 법안도 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학대 행위를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의 직접 촬영이나 제작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도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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