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몰아내고 ‘라인’ 먹으려는 일본...정보유출 핑계로 ‘이것’ 주도권 잡기 [뉴스 쉽게보기]

신화 기자(legend@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5. 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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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라인프렌즈 스토어/ 사진=한주형 기자
네이버가 만든 메신저 ‘라인’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서비스예요. 특히 일본에서는 거의 전 국민이 이용하기 때문에 ‘일본판 카카오톡’으로 보면 되죠. 그런데 최근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에서 손을 떼라’며 간섭해서 논란이 되고 있어요. 이번 일을 두고 자칫하면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걱정마저 나오는데요. 과연 라인을 둘러싸고 무슨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한국 기업이 만든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은 일본에서만 9600만명이 이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예요. 일본 인구가 1억 2200만명이라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는 앱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좋은데, 전 세계에서 약 2억명 정도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라인은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지사였던 NHN재팬에서 개발했어요. 이후로 네이버는 홀로 열심히 라인을 키워 오다가, 2019년에 일본의 1등 IT 기업인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았어요. 소프트뱅크는 ‘야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야후는 우리나라의 네이버처럼 전 국민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예요. 그러니까 한국과 일본의 1등 포털을 가진 두 거대 IT 기업이 ‘우리 한번 힘을 합쳐 보자!’고 뜻을 모은 거죠. 당시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던 페이스북 등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이겨보자는 목표였어요. 그렇게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정확히 50%씩 지분을 나눠서 공동 회사를 세웠고, 그 회사를 통해 라인과 야후를 같이 키워나가기로 했죠.

지금 무슨 상황인 거야?
네이버가 소프트뱅크가 함께 만든 회사는 ‘A홀딩스’라는 곳이에요. A홀딩스는 라인을 서비스하는 ‘라인야후’의 모회사인데, 최근 들어 일본 정부는 네이버가 가진 A홀딩스에 대한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지분을 정확히 절반씩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공평하게 경영에 참여해 왔는데, 네이버의 지분이 조금이라도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그만큼 경영권도 같이 넘어가게 돼요. 일본 정부는 사실상 네이버에 라인의 경영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셈이죠.
일본은 왜 그러는 건데?
개인정보 유출 문제: 일본 정부가 표면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건 개인정보 유출 문제예요. 지난해 11월, 라인야후는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어요. 라인 서비스를 네이버가 운영하다 보니 라인야후의 데이터도 한국의 네이버 클라우드와 같은 공간에 저장됐는데,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해킹 사고가 나면서 라인야후의 정보까지 빠져나간 거였어요.

그러자 일본 정부는 ‘네이버 너네, 믿을 수 없어. 그리고 해킹 후속 조치도 미흡했어!’라며 지분을 정리하라고 요청했어요. 보통은 해킹 사건이 벌어지면 벌금 등의 법적 처벌을 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되는데, 일본은 네이버에 ‘아예 손 떼!’라며 이례적으로 강한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사실은 AI 때문?: 일본 정부가 이런 요구를 하는 진짜 이유는 인공지능(AI) 개발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AI 열풍이 불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데이터 유출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어요. AI가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데, 데이터를 외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면 각종 정보가 해외로 유출돼 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에요. 물론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난 것도 문제였지만, 데이터가 해외로 나가는 일 자체에 전 세계가 민감해지는 추세인 거예요.

각국 정부는 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요. 지난달 미국에서는 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틱톡’을 강제로 매각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도 했어요. 미국인의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죠. 중국은 중국 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미국 메타의 SNS인 왓츠앱과 스레드를 삭제하도록 조치했고요.

사실 일본에서 라인의 역할은 단순한 메신저 이상이에요. 일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세금 납부 등 행정 업무에 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각종 서류 업무에 카카오톡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그래서 이렇게 공적인 업무까지 수행하고, 민감한 정보까지 다루는 국민 메신저를 한국 기업이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해요.

그럼 정말 일본으로 넘어가는 거야?
‘네이버 지우기’ 들어간 라인야후: 지난 8일,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위탁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어요.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 임원이었던 신중호 대표이사도 배제했어요. 신 대표는 라인 개발을 주도해 ‘라인의 아버지’라고 불렸는데, 이번에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된 거예요.

소프트뱅크는 ‘환영’: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가진 지분 50%를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어요. 사실 두 기업이 지분을 정확히 절반씩 나눠 가졌다는 건, 그만큼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서로 공평하게 힘을 합쳐보자는 뜻이 컸다는 건데요. 그랬던 소프트뱅크가 이제는 네이버와 분리를 서두르고 있어요. 소프트뱅크가 일본 정부와 함께 네이버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예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연합뉴스
네이버는 ‘침묵’: 이번 문제에 네이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요. 일본 정부의 압박에도 지금처럼 버틸지, 혹은 지분을 매각할지 모든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해요. 사실 일본 정부의 압박에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네이버가 반드시 지분을 팔 의무는 없거든요.

네이버 입장에서 라인은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이에요. 라인이 일본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워낙 영향력이 커서, 라인을 매각할 경우 해외 시장에서 네이버의 힘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만약 네이버가 정말 라인에 대한 지분을 판다고 해도, 네이버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라인을 개발하고 지금까지 운영을 도맡아 해온 곳이 네이버인 만큼 네이버의 기술이 없으면 라인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거든요.

우리 정부도 나서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 일은 자칫하면 한국과 일본의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 있어요. 최근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 해킹 문제를 두고 한국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에 ‘네이버를 좀 조사해 줘!’라고 요청했어요. 해킹 사건이 벌어진 지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이런 요구를 한 건, 네이버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돼요.

우리나라 정부는 민간 기업 간의 문제에 나서는 걸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상태예요. 다만 우리 산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13년 동안 키워낸 서비스가 일본으로 넘어가게 생겼는데, 정부가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일본에서는 ‘일본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는 일본 기업의 것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원만한 해결은 어려워 보여요.

만약 한·일 정부가 끼어들어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양국의 반일·반한 정서가 거세질 위험도 있어요. 머지않아 우리 정부가 개입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데요. 정말 라인이 네이버의 손을 떠나는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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