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서 난리법석 김정은 찬양가 ‘친근한 어버이’ 영상 국정원 이례적으로 직접 차단 나서

정충신 기자 2024. 5. 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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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 메아리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 틱톡등 SNS서 큰 인기
‘남북 MZ 세대’ 겨냥… 빠른 비트, 속도감 있는 화면 전환, 과도한 액션 가득 뮤직비디오
북한이 최근 공개한 뮤직비디오 형식 김정은 찬양 선전 가요 ‘친근한 어버이’의 한 장면. 김정은이 어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환히 웃고 있다. 유튜브 ‘메아리’ 캡처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중순 북한 매체가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한 뒤 틱톡 등 각종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찬양 가요 ‘친근한 어버이’ 영상에 대한 차단 조치에 나선다.

국정원 관계자는 11일 “‘친근한 어버이’ 영상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불법 정보의 유통 금지 등)이 정한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국내 접속 차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선전 가요는 그동안 많이 유포됐지만, 국정원이 직접 차단까지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해당 영상이 무분별하게 국내외로 퍼져 나가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친근한 어버이’의 메인 보컬은 신인가수 김류경이다.속도감 있게 편집한 뮤직비디오 연출과 경쾌한 멜로디 라인 등으로 일종의 ‘밈’처럼 화제가 되며 이 노래를 사용한 틱톡 영상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조선중앙TV

정보통신망법은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심위가 심의를 통해 접속 차단을 의결하면 국내에서 해당 영상을 볼 수 없게 된다.

국정원은 지난해에도 젊은 여성 등을 내세워 북한 체제를 선전해온 유튜브 채널들에 대해 접속 차단을 요청해 방심위가 받아들인 사례가 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해 6월에도 ‘평양에 사는 유미’ 등 북한을 노골적으로 홍보해온 유튜브 채널 3개를 국내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친근한 어버이는 지난달 17일 ‘북한판 뉴타운 사업’으로 불리는 화성지구 2단계 살림집 준공식 기념 공연에서 처음 발표됐다.이 김정은 찬양 가요는 현재는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를 한국 국민들도 쉽게 검색해서 볼 수 있다. ‘노래하자, 김정은. 위대하신 영도자. 찬양하자, 김정은’이라는 가사로 시작해 전형적으로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속도감 있게 편집한 뮤직비디오 연출과 경쾌한 멜로디 라인 등으로 일종의 ‘밈’처럼 화제가 되며 이 노래를 사용한 틱톡 영상 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친근한 어버이’는 참신한 연출을 통해 북한의 ‘MZ 세대’를 겨냥하는 한편 선대의 후광을 지우고 김정은을 어버이로 추앙하도록 선동하는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래 제목부터 과거 김정일 찬양가였던 ‘친근한 이름’을 대체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선대의 통일 유훈까지 부정하며 자신만의 리더십 공고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눈길을 끈 건 빠른 비트와 속도감 있는 화면 전환, 그리고 등장인물의 과도한 액션으로 가득 찬 뮤직비디오였다. 김정은은 수많은 학생과 아이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으며 이들을 안아준다. 이어 조선중앙TV의 간판 앵커인 이춘히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이 스튜디오에서 감격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들고, 고려항공 승무원들은 활주로에서 환호하며, 수술실의 의사들까지 무리 지어 목소리를 높인다. 북한은 최근 각 도·시·군당 위원회의 선전 담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이 노래의 합창 경연을 열기도 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선전 가요 ‘친근한 어버이’의 한 장면. 이춘히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이 줄지어 서서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이 노골적인 김정은 찬양가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유행을 타자 국가정보원이 급기야 영상 차단 조치에 나섰다. 유튜브 ‘메아리’ 캡처

문제는 이런 노골적인 김정은 찬양가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유행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틱톡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선 이 노래를 배경으로 춤을 추는 챌린지 영상까지 등장했다. ‘친근한 어버이’ 노래에 한국 아이돌의 안무를 추거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을 날려버릴 정도”라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영국 BBC는 지난 6일(현지시간) ‘왜 북한의 최신 선전 가요가 틱톡에서 히트를 쳤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자신도 이 노래가 틱톡에서 인기를 끌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귀에 쏙쏙 박힌다’, ‘24시간 내내 머릿속에 있다’, ‘그래미상을 받아야 한다’ 등 반응이 있다”고 소개했다. BBC는 그러면서 “많은 이용자는 이 노래가 미국을 괴멸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유엔 제재를 위반하며,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쏜 인물(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이라는 걸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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