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쇼핑객 발길 돌린 CRM, 투자자도 붙잡았다…150억 뭉칫돈

류준영 기자 2024. 5.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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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핫딜]데이터라이즈 150억 시리즈B 투자 유치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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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에서 흔히 말하는 '아이쇼핑'(eye shopping)만 하고 나가는 방문객 비율은 약 97%에 이른다. 이곳저곳 들러 상품을 비교해 보고 조금 괜찮다 싶으면 일단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수일 간 살까 말까 고민하다 재고가 동나거나 할인 시기를 놓치면 장바구니를 비운다. 대개의 경우 이런 패턴을 나타낸다.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고객 평균 구매 전환율은 2.86%에 그친다. 특히 요즘처럼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 굳게 닫히는 상황에선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인터넷 쇼핑몰을 차린 소상공인(SMB)들의 시름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19년 설립된 데이터라이즈는 이커머스를 위한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올인원 그로스(All in One Growth)'로 SMB의 판매 부진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이 솔루션은 간단히 말해 고객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뒤 그 내용을 기반으로 맞춤형 판촉 프로모션을 자동으로 펼친다. 가령 김 모씨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A라는 상품을 한동안 보다가 나갔다면, 이후 '4시간 반짝! 게릴라 할인찬스' 메모를 보내 한 번 더 구매를 자극하는 식이다.

영리한 판촉기법을 지향한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쇼핑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시간을 파악해 하루 중 가장 여유있고 편안한 시간에 'VIP 고객 선착순 200명, 50% 할인 쿠폰 지급'과 같은 구매 유도 메시지를 날린다. 구체적으로는 △출석 이벤트 알림 △구매한 상품의 연관 상품 추천 △리뷰 혜택 알림 △적립급 혹은 쿠폰만료 알림 △시크릿 쿠폰 제공 △조회중인 상품의 연관 상품 추천 △카카오채널 가입 유도 △유입 키워드 연관 상품 추천 등 이용자 프로파일 기반의 다양한 캠페인을 자동 생성한다.

데이터라이즈의 솔루션은 현재 500여개 고객사가 사용 중이다. 내부 통계를 보면 유료 구독을 시작한 고객사는 쉽게 이탈하지 않았는데, 서비스 유지율이 95%에 달한다. 솔루션 설치 후 평균 구매 전환율은 8% 상승했고, 광고비 대비 수익(ROAS)은 3854%에 이른다.

이 같은 효과가 입증되자 벤처캐피탈(VC)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데이터라이즈는 최근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주도하고 기존 투자사인 스톤브릿지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가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데이터라이즈 홈페이지 솔루션 설치 화면

이번 시리즈B 라운드를 이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부 박찬훈 이사는 투자 이유를 묻는 질문에 "국내 개인화된 마케팅 CRM 솔루션 시장 침투율(특정 기간 CRM 솔루션을 경험한 비율)이 1%도 안 된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박찬훈 이사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인화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CRM 솔루션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찍 클라비요, 브레이즈 등 해외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을 가져다 쓴 SMB도 있지만 워낙 고가인 데다 사용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고객 단위별 마케팅 메시지 전송 솔루션과 기존 고객으로부터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솔루션이 따로 있어 각각 구매해야 한다는 게 이용자 입장에선 페인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였다. 데이타라이즈는 둘로 나뉜 솔루션을 하나로 합쳐 연동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 이사는 "향후 고가에 실제로 사용하기도 어려운 해외 솔루션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라이즈가 미국(2022년 8월)과 일본(2024년 2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들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요인으로 꼽았다. 데이터라이즈는 현재 미국 시장 점유율 28%를 차지하며 아마존과 대적하고 있는 다국적 전자상거래 업체 '쇼피파이'(Shopify) 내 서비스를 출시하고, 근래 일본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박 이사는 "일본 시장에서 솔루션에 대한 초기 수요를 확인한 데다 북미와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은 우리보다 30배 더 큰 시장"이라며 "여기서 복사·붙여넣기 형태로 5분 만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간편성, 이용자와 상품 프로파일 기반의 자동생성 캠페인, KPI(핵심성과지표) 기반의 운영 결과 분석자료 제공 등의 차별화된 기능을 잘 알린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라이즈 관계자는 "이번 투자금을 통해 B2B(기업간 거래)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매력이 높은 해외의 다양한 웹빌더 플랫폼 및 독립쇼핑몰을 공략해 서비스 확장을 꿰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규모가 258조원, 이커머스 CRM 시장규모는 1조2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6900조원, 이커머스 CRM 시장규모는 34조5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이사는 투자 전 올인원 그로스를 3주간 직접 써보고, 고객사 6곳을 임의로 정해 만족도 조사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는 "전문가가 아닌 저도 어려움 없이 사용했고 실제 고객사들도 제가 느꼈던 것과 똑같은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데이터라이즈는 2016년 카카오에 인수된 데이터분석 스타트업 '넘버웍스'의 공동창업자인 김성무 CEO(최고경영자), 박민성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규민 COO(최고운영책임자)·CTO(최고기술책임자)가 재창업한 곳이다. 박 이사는 "팀원들이 일전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목마름이 있는 것 같았다"며 "이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자동차 수출에 이제는 반도체 수출도 하고 있는 데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수출 강국도 한번 꿈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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