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반공 매일신문 1면, 대구의 언론 운동장 훨씬 기울게 만들어"

장슬기 기자 2024. 5. 1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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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대구 수성을 출마했던 오준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권한대행 "언론, 유튜버와 달리 새로운 질문 던져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오준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권한대행이 7일 국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기본소득당

지난달 22대 총선이 끝나고 언론에선 '살아 돌아온' 이들을 조명했다. 격전지 지역구에서 어렵게 당선된 이들이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살아 돌아온 후보도 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총선 당시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권한대행은 “대구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말한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12석과 경북 13석을 모두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득표도 압도적이다. 오 권한대행이 출마한 대구 수성을 지역은 이인선 국민의힘 후보가 72.84%를 얻어 당선됐다. 조대원 개혁신당 후보 7.38%, 박경철 무소속 후보 4.2%를 제치고 오 권한대행은 15.56%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소수정당이 4명 중 2위를 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중요한 건 선거비용을 모두 보전받은 일이다. 공직선거법상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과 기탁금 전액, 10%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한다. 그가 대구라는 험지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이번 지역구 선거는 당과 후보에게 어떠한 의미로 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대구에서 야당이 선거 운동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당 입장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지역구 선거가 처음이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 할 수 있는 게 달라진다. 그동안 선거벽보, 현수막, 유세차 등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유세원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컸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해서 비용 보전가능성이 생기면서 지역사회와 정책협의도 하고, 선거운동도 다양한 방식으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타 후보와 동일한 조건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당선 가능한 선거를 해볼 수 있을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당에도 큰 경험이 된 선거였겠다.

“신바람 나게 선거운동을 했다. 다만 대구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하기 때문에 민주진보진영이 너무 열과 성을 다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면서 상대도 결집할 수 있어 '물밑 선거운동'을 해왔다고 하더라. 처음 대구에 갈 때는 두려움이 있었다. 어린시절 대구에서 자라면서 '김대중은 빨갱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민주당 표가 10%도 안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도 출마했던 분이 '시민들에게 명함을 주면 그 앞에서 찢어 버렸다'는 얘기를 해주더라.”

-그만큼 대구에서 지지자를 만나면 반가웠을 것 같다.

“대구분들이 대체로 점잖은데 야권 후보를 기다렸던 분들의 뜨거운 반응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었다. 지역구가 크지 않아서 열심히 뚜벅이로 유세하는 우리는 하루 걸러 간 곳을 또 가고 재래시장도 자주 갔다. 방송 토론회가 무산되면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방법밖에 없었다. 대구에서 민주진영후보를 대놓고 홍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야권을 지지한다고 대놓고는 말 못하고 제게 살짝 다가와서 지지한다고 말해주는 분들 덕분에 보수의 텃밭, 보수의 심장이라고 일반화된 대구에도 변화를 바라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걸 느꼈다. 적절한 대안과 인물이 등장했을 때 자신을 드러낼 준비가 돼 있는 분들이었다. 늦게 선거운동을 시작해 그 변화를 다 담아내지 못해 미안하다.”

-대구에서 선거를 하면서 느낀 점은?

“민주진보진영에서 대구나 대구 주민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대구에 가보면 그 안에서 열심히 변화를 위해 애쓰는 많은 사람이 있다. 그분들 노력이 쌓여서 제가 15% 이상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분들의 노력과 헌신이 무시당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이걸 진보정당이 명심해야 한다.”

▲ 지난달 4일 매일신문 1면

-대구에서 언론보도는 어떠했나? 보수편향 우려도 있었을텐데.

“대구에서 제1의 구독률을 자랑하는 매일신문이 사전투표 전날(4월4일) 논설도 아니고 1면 기사 제목을 <내로남불 기득권 '좌파의 가면' 심판의 표로 벗겨야>라고 달았다. 정말 극우 반공의 논조 아니냐. 신문의 논조와 별개로 공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전투표 들어가면서(4월5일) 1면 사진에 국민의힘이 내건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을 싣고 야당이 내건 현수막은 꽤 뒷면(9면)에 따로 실었다. 대구 자체가 정치적 다양성이 부재한 곳인데 이러한 지역언론이 이 운동장을 훨씬 더 기울어지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 후 지난달 말에 대구에서 출마했던 후보와 정당들이 매일신문의 편파보도에 사과를 요구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 지난달 5일 매일신문 1면

-다른 매체에서도 편파적이었나?

“다른 곳에서는 기계적으로라도 4명의 후보 발언을 배분하고, 나아가 지역 인터넷 미디어에선 민주진보 후보의 목소리나 도전 이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대구지역 야당 후보들이 모여서 박정희 동상 반대 기획유세를 했는데 TBC(대구경북 민영방송)에서는 직접 취재와서 길게 다뤘다. 여당에서 아무래도 지역 쟁점을 가지고 비판을 할 때 이를 희석화시키기 때문에 지역구를 넘어 시 단위의 쟁점을 잡고 이에 맞춰 기획유세를 했다.”

-대구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만들고 지역도서관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조례를 만들었다. 이를 세금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시민사회 반발이 크다. 이인선 후보(현 당선자)가 독립운동가 후손이란 점을 강조하기 때문에 친일 행적이 있는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을 요구하며 비판했다.”

▲ 지난 3월26일 오준호 당시 새진보연합 후보가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에 반대했다. 사진=기본소득당

지난 2월 기본소득당은 선거연합 플랫폼 정당을 위해 새진보연합으로 당명을 바꾸고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과 연합했고, 이후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했다. 총선이 끝나고 지난 1일 새진보연합은 다시 기본소득당으로 당명을 되돌렸고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 6번을 받아 재선에 성공한 용혜인 의원도 기본소득당으로 돌아와 22대 국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총선, 어떤 의미였다고 평가하나?

“우리의 민심, 다중지성이 얼마나 현명한가 확인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해 전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선거였다. R&D 예산 삭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과학기술을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고 핵발전을 가속화할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 책임있는 계획을 만들라는 결과라고 본다. 수성을 가장 번화한 곳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 한 중년여성분이 와서 저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하더라. 보통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잘 부탁한다'고 하는데. 물어보니 본인의 아들이 부사관으로 군에 근무하는데 '채 해병 사건'을 접하면서 지휘부가 책임지지 않아 화가 났고 아들이 걱정되니 '정치를 바로잡아달라'고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대구에 처음 갔을 때는 '대구가 윤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잘 못하니 회초리를 들어달라'는 정도로 톤을 조절했는데 이분 말씀을 듣고 '채 해병 사건 진상규명과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국회에 보내달라', '윤석열 정권 심판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게 됐고 이 사안에 대해서는 호응도 있었다.”

-기본소득당에게 이번 총선은 어떤 의미가 있나?

“민주진보진영이 연합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늦출 수 없는 전환적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선거 기조에 따라 열심히 했다. 당력이 부족하지만 새진보연합이란 플랫폼으로 원외정당이었던 사회민주당과 함께 원내로 진출하게 됐다는 것도 다당제 정치를 만드는데 역할을 했고,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더 큰 선거연합을 만드는데도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당의 더 많은 정치인이 원내에 들어가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럼에도 다시 원내에 진입해 기본소득당의 정치 활동 기반을 만든 점도 의미있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부각되면서 다른 개혁정책이 의제화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개혁과제가 뒷전으로 밀리기도 하고.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어떤 곳으로 갈지 방향을 알 수 없으면 선장을 바꿔도 '그놈이 그놈'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미국 민주당 좌파그룹이 그린뉴딜같은 정책을 제시한 게 트럼프 행정부때다. 정책을 실현할 가능성이 하나도 없더라도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정권이 바뀌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이 정책을 맡아야 하는지 순차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언론계에선 언론장악 이슈가 다른 논의를 빨아들이고 있다.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언론이 무엇을 다뤄야 할지 논의할 여력이 부족하다. 언론이 무엇을 어떻게 다루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지난달 세월호 10주기 때 한국일보에서 기사를 준비하면서 연락이 왔다. 제가 <세월호를 기록하다>란 책을 쓰고 세월호 작가 기록단 활동을 해서 조언을 구한 것 같다. 그때 고민했던 내용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간 언론에서 다루는 게 다소 게으르다고 느껴왔다. 기존 담론에 살을 조금 붙이는 방식으로 기사가 나온다. 교통사고로 폄훼하는 담론, 추상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원인이었다는 담론, 음모론 등이 있고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세월호의 진상을 밝히려 노력한 가족들, 과학자 등 전문가들이 아래로부터 무엇을 고민했고 왜 진실을 확인하지 못했는지 사실과 증언에 기반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담론과 인식을 언론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에서 기후위기든 인공지능이든 이미 다 다루고 있다. 다만 새로 인식과 질문을 던져 유튜버와 차이를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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