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를 보며 또 한명의 ‘뒷것’ 씨돌이 떠올랐다…SBS스페셜 ‘요한, 씨돌, 용현’ 다시보기

남지은 기자 2024. 5. 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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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1일부터 5월5일까지 방영한 3부작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SBS)가 화제다.

2019년 '에스비에스 스페셜'에서 방영한 2부작 '요한, 씨돌, 용현'이다.

1953년생인 용현(본명)은 요한(세례명)으로 살다가 또 씨돌(자신이 지은 이름)로 살았다.

'요한, 씨돌, 용현'이 방영된 뒤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의 연락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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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씨돌, 용현’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지난 4월21일부터 5월5일까지 방영한 3부작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SBS)가 화제다. 김민기의 삶 자체가 울림을 준다. 노래 ‘아침 이슬’을 만들고 어린이 무대를 선보였던 것 외에도 우리가 몰랐던 김민기의 모습에 미안하고 아프고 감사한, 만감이 교차한다.

김민기를 보면서 미안하고 고마웠던 또 한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2019년 ‘에스비에스 스페셜’에서 방영한 2부작 ‘요한, 씨돌, 용현’이다. 1953년생인 용현(본명)은 요한(세례명)으로 살다가 또 씨돌(자신이 지은 이름)로 살았다.

그는 2012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자연인 김씨돌로 처음 알려졌다. 강원도 정선 봉화치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씨돌은 괴짜였다. 텃밭에서 지렁이와 이야기하고 바닥에 누워 배에 모이를 올려놓고 참새를 불렀다. 수확물은 다른 물건과 물물교환하고 곳곳에 기부도 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땅을 사랑했다.

‘요한, 씨돌, 용현’을 연출한 이큰별 피디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씨돌을 만난 뒤 그의 맑고 깨끗한 영혼에 매료되어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알게 됐다. 그가 한평생 권력의 폭압에 맞서고 참사의 현장에서 몸 사리지 않고 목숨을 구한 의인이라는 것을. 1987년 정연관 상병이 정치적 이유로 구타당해 숨졌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였다. 일면식도 없는 가족을 찾아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며 도왔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도 가장 먼저 달려가 구조를 도왔다.

‘요한, 씨돌, 용현’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김민기처럼 그도 ‘뒷것’이었다. 사건이 해결되면 늘 홀연히 사라졌다. ‘요한, 씨돌, 용현’이 방영된 뒤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의 연락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 후안이라는 이름도 추가됐다. 1986년 남미 파라과이에서 교민회 총무로 일하며 한글학교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물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우물을 파줬다. 현지 사람들이 고마운 그를 세뇨르 김 후안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사연들을 묶어 그해 12월22일과 29일 2부작 ‘에스비에스 스페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다 하지 못한 말’을 다시 한번 내보냈다.

도움이 필요한 곳마다 나타나 자신을 던졌던 그는 봉화치 마을에서 쓰러져 현재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고문을 당했던 후유증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요한, 씨돌, 용현’ 방송 말미 이 모습이 공개된 뒤 사람들은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뒤에서 묵묵히 사람들을 위했던 그의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다.

김민기도 김씨돌도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선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그들은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한, 씨돌, 용현’에서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왜 모든 것을 내던졌느냐는 이 피디의 질문에 김씨돌은 연필로 힘겹게 써내려갔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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