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연기·유독가스 무방비...지하철역 화재 안전 ‘빨간불’ [현장, 그곳&]

김샛별 기자 2024. 5.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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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역·굴포천역 등 하루 이용객 1만명 넘는데
승강장 내 방독·방연마스크 등 160명분뿐
인천교통公 “법적 기준 없어… 연내 추가 비치”
11일 오전 8시께 서울지하철 7호선 부평구청역 캐비닛에 방독·방연마스크가 놓여 있다. 김샛별기자

 

“마스크가 이것밖에 없는데 불이라도 나면 극소수를 제외하고 연기와 유독가스에 그대로 노출될 위기입니다”

11일 오전 8시께 서울지하철 7호선 도봉산 방면 산곡역 승강장. 출근 시간에 수백명의 승객들이 이곳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이 승강장에 들어서고 문이 열리자 기다리는 사람 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하루 평균 2만여명의 유동인구가 거쳐가는 이곳 승강장 뒤쪽 캐비닛에 비치된 방독·방연마스크는 한 눈에 봐도 수량을 다 파악할 만큼 적었다.

비슷한 시간 7호선 굴포천역 도봉산 방면 승강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화재를 비롯한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 승객들이 사용할 방독·방연 마스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인천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7호선 구간(석남역~까치울역)에 방독·방연마스크 등 화재 구호용품이 턱 없이 부족해 재난 발생 시 대형 참사가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산곡역에서 승·하차한 인원은 하루 평균 2만159명으로, 서울7호선 인천 구간 중 이용객이 가장 많다.

하지만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 준비한 방독마스크는 60여개, 방연마스크는 30여개, 물에 적셔 사용하는 손수건은 70여개에 그친다. 불이 나도 단 160명만 구호물품 사용이 가능한 셈이다.

하루 평균 1만9천508명이 이용하는 굴포천역 역시 방독마스크 80여개, 방연 마스크 30여개, 손수건 90여개 뿐이다.

인천교통공사는 방독마스크는 1개당 가격이 2~3만원에 달하는 데다 사용 방법이 어려워 차선책으로 지난해 방연마스크 3천800여개를 구입, 인천 1·2호선과 7호선에 배치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출퇴근으로 산곡역을 매일 이용하는 김수민씨(28)는 “매일 출퇴근 시간마다 사람들이 몰려 승강장이 꽉 차는데 이 정도 수량으로는 화재 대비를 하기에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며 “시민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물품인 만큼 예산을 들여서라도 하루빨리 추가 구호물품들이 비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교통공사는 화재 구호용품 비치와 관련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화재 마스크를 구입하고 비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이용객 수가 많은 곳에 추가로 배치하고 있다”며 “올해 방연마스크 등을 추가로 구매할 계획이며 지하철 이용객들 안전을 위해 화재구호물품 비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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