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종’ 이희준 “다음은 없어!”..시즌2 진짜 없어?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5. 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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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비밀 하나 알려줄까? 신들은 인간을 질투해. 인간은 마지막 순간을 사니까.” 영화 ‘트로이’ 중 아킬레스역 브래드 피트의 대사다. 불멸자가 필멸자를 질투한다는 대사는 인간의 자기만족일 수 있다.

8일 종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은 생명을 붙잡는 법을 연구하는 생명공학기업 BF를 배경으로 한다. BF는 포식자인 인간의 식탁에 오를 ‘남의 살’을 대신해 배양육을 개발하고 그렇게 획득한 인공배양조직 기술을 앞세워 생명연장을 위한 인공장기 배양에도 성공한다.

BF의 이같은 독보적 원천기술은 자산규모 1500조 규모의 국내 최대기업 도슨의 시선을 끌고 부자간인 도슨 회장 선우근(엄효섭 분)과 실세 총리 선우재(이희준 분)는 BF의 연구실적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는 인류 전체가 병들지도 아프지도 않은 시대를 열기 위해 평생을 바쳐왔지만 선우재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이 영원히 살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 밖의 사람들 감당 못해. 시간이 넘쳐나서 별 짓 다하다가 극도로 문란해진다고. 자원은 또 어떡하고? 안죽는다고 애 안낳나? 세대라는 건 교체가 되어야 된다구요.”

윤자유 역시 물러설 생각이 없다. “인생이 아무리 불공평해도 공평한 게 한 개 있다. 죽음. 배양장기는 그 마지막 남은 공평함마저 무너뜨릴 것이다. 이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결심했어요. 빈부를 가리지 않는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선우재가 반박한다. “누구나 몇 백 년씩 산다 칩시다. 그래도 가난할 사람은 가난해. 오히려 고통을 늘려주는 거라구요. 그 분노가 어디를 향하겠어. 부는 한정돼 있는데 수명은 늘어났어요. 그럼 폭동이 안일어날 것 같애요?”

윤자유로선 이런 선우재가 우습다. “나 빼고 딴 인간들은 병들고 죽어야 한다? 자원이니 일자리니 운운하지만 정말로 걱정되는 게 그겁니까? 우월하신 총리님께서 저 밖의 일반인들이랑 똑 같아지는 게 아니라? 인간의 편에 서시죠. 다 같이 이루면 인류의 진화지만 혼자면 돌연변이예요.”

드라마가 제시한 배양육과 인간장기 배양 등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배양육은 2013년 영국 런던에서 이미 시식회가 열렸고, 2020년 싱가포르가 상업적 판매를 승인한 이래 이스라엘, 미국, 네덜란드에서 판매 또는 시식을 허가했다. 소 한 마리에게서 얻은 생체 조직 표본 하나로 한 달 반이면 소고기 버거 패티 10억개를 만든다.(논문 ‘배양육의 과학적 사실과 대중의 인식 간 격차 줄이기’)

줄기세포와 조직공학 기술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든 장기유사체 오가노이드 역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 조승우 연구위원(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박훈준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복합적인 심장 미세환경을 체외에서 구현하는 심장 오가노이드 제작·배양 기술을 개발, 이식 가능한 심장 오가노이드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지난 3월 22일 게재됐다.

이처럼 배양육과 오가노이드 등 생명과학 분야 역시 21세기 제반 물질문명의 발달 속도에 전혀 뒤처지지 않고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다. 문제는 진화 및 개선과는 담을 쌓고 있는 인간의 탐욕.

아버지 선우근을 끌어내려 도슨을 장악할 생각인 선우재는 양심있는 총리행세를 하며 선우근의 악행을 낱낱이 드러낸다. 선우근으로선 어차피 자신의 몫임에도 서둘러 칼날을 겨눈 아들 선우재가 이해가 안간다.

그런 아버지 선우근에게 선우재가 설명한다. “언제 주실건데요? 천년만년 사시겠다면서요? 그럼 저보고 천년만년 아버지 아들만 하라구? 저 아버지 영원히 살게 해드립니다. 그 약속 지킵니다.” 아버지는 인륜을 저버리고 아들은 천륜을 저버린 단 한가지 이유는 탐욕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이같은 인간의 탐욕은 한 치의 진화, 한 치의 개선도 되고 있지 않다. 우주를 헤집고 영생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와중에도 마찬가지다. 물질문명의 발달은 아이 손에 쥐어진 칼날이 나날이 예리하게 벼려지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함을 불러오기도 한다.

드라마는 시즌2를 예고하듯 끝났다. 수술대 위에서 개복된 채 습격을 받은 윤자유. 선우재의 오더를 받고 침투한 테러리스트를 처치하다 사경에 빠진 우채운(주지훈)이 삭제된 상태로 BF는 온산(이무생 분) 중심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그리고 암전 속에 들리는 윤자유의 목소리 “장영실 여기 어디야?” 그리고 감겨졌던 눈을 서서히 뜨는 우채운의 모습에서 엔딩을 맞았다.

당연히 시즌2가 이어져야할 상황. 하지만 디즈니+는 아직 '지배종' 시즌2 제작과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흥행과 화제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는 해도 이렇게 매듭짓고 말기엔 설명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많다. 어정쩡하게 끝난 드라마로 기억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다음은 없어!”란 선우재와 “다음 없는 거 보여?”란 윤자유의 대거리가 신경을 쓰이게 한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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