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재판' 다큐, 궁금하지 않나요?…현실과 맞닿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김문영 2024. 5. 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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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5일부터 30일까지 개최
해변과 멀수록 값이 오른다…주민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영화화
재야생과 지속 가능 식재료 등 '대안'도 확인 가능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로고 [사진=서울국제환경영화제]


올해로 21회를 맞은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다음 달 5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됩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매년 미국 워싱턴에서 1993년부터 3만 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100여 개의 영화를 선보여온 수도환경영화제( Environmental Film Festival in the Nation's Capital), 그리고 1998년부터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개최하는 씨넴앰비엔트(CinemAmbiente)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환경영화제입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어제(10일) 밝힌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Ready, Climate, Action, 2024!(대비, 기후, 행동)'입니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함께 대책을 고민하고 행동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는 환경 노벨상이라 불리는 골드만상(Goldman Environmental Prize)을 수상한 이들도 일부 초대됩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는 올해 어떤 작품들이 예심을 통과했는지,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기후위기 다룬 작품 다수 출품…올해 다양한 '대안' 제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기자회견에서의 조직위원장 최열, 공동집행위원장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 정재승, 프로그래머 장영자 [사진=연합]

이번 영화제는 27개국의 영화 78편(장편 42편·단편 36편)을 선보입니다.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13편입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장영자 프로그래머는 "매년 출품되는 작품의 수가 많아지고 있고, 올해는 기후 위기를 다룬 영화가 특히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작품을 선별할 때는 실질적인 실천에 도움이 되는지와 대중을 주로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환경재단 대표)은 MBN 취재에 "기후 소송 이슈까지 영화로 나오게 됐다"며 "예전에는 환경 문제들을 보여주는 영화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해결책을 언급하는 영화들이 많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추천작은?…재야생 실험한 '와일딩'

영화 '와일딩'의 한 장면 [사진=서울국제환경영화제]

다음 달 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 상영할 개막작은 데이비드 앨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와일딩'(2023)입니다.

나무를 베어내고 살균제를 뿌리는 현대식 농법에 의존하던 영국인 부부가 경작지에 사슴, 물소, 비버 등 야생동물을 끌어들여 20년이 지난 뒤 자연 생태계를 회복하는 '재야생' 실험에 성공한 과정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개막작을 두고 정재승 공동집행위원장은 "현대사회에서 시골과 농촌조차도 자연을 부자연스럽게 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제 주최 측은 전체 먹거리 시스템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를 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의 후속작인 '커먼 그라운드'와 SBS 스페셜 4부작 '고래와 나'의 극장판도 추천작으로 꼽았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시야 트이는 환경 영화

추천작을 포함한 상영작들의 면면을 보면 현실과 크게 맞닿아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트일 만큼 소재가 흥미로워 세대를 불문하고 주목해 볼 만합니다.

먼저 기후 행동 섹션에서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해변가에서 먼 고지대가 부동산 금싸라기로 변신해 주민들이 재개발에 맞서 싸우게 된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룬 <리버티 스퀘어의 기후 비극>과 기후변화에 따라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빙하 지형인 피오르 올데달렌에서 달라진 삶을 다루는 작품인 <지구의 노래>, 2019년 시베리아 대형 산불 속 민간인들의 투쟁을 보여주는 <화염 속의 파라다이스>, 탄소배출권 사기범 시릴 아스트뤼크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플래닛 킬러: 탄소의 왕자>이 소개됩니다.

지구를 구하는 거인들 섹션에선 해답을 찾습니다. 절대 없어지지 않는 화학물질인 과불소화화합물의 참상을 다룬 <그린 워리어: 포에버 케미컬>,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전 세계 청년 기후 활동가들을 주목하는 <나우>, 숲의 수호자인 밥 브라운의 이야기 <녹색 거인 밥 브라운>, 1970년대 초 미국 환경에 대한 사진 연구를 다룬 <도큐메리카, 벼랑 끝의 자화상>, 한국적인 경관의 미래를 그리는 조경가 정영선을 다룬 <땅에 쓰는 시>, 이탈리아의 도시 농장 운동을 다룬 <무법의 정원사>를 통해서는 스스로 답을 찾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ESG 섹션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탄소 중립 약속의 이면을 다룬 <그린워싱: 기후 살인자>, 네덜란드 정부와 석유 및 가스 기업 셸을 상대로 한 역사적인 기후 재판의 주역인 변호사 로저 콕스의 이야기를 엮은 다큐멘리리 <기후재판 3.0>, 미국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기후변화 법안 수립을 위해 활동한 네 명의 여성 이야기 <투디엔드> 등이 상영됩니다.

지구 비상 섹션에서는 오버투어리즘으로 전 세계의 야생 동식물과 취약계층들이 받는 영향을 15개 이상의 나라에서 분석해 폭로한 다큐멘터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여행>가, 슬기로운 음식 생활 섹션에서는 해초에서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해초 양식업자로 거듭난 변호사 프랜시스의 이야기와 말 그대로 환상적인 수중촬영이 겸비된 다큐멘터리 <해초를 구해줘>가 소개되어 재미있게 볼 만합니다.

디지털 전환 이후 관객 수 늘다…지난해 84만 명 관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사진=연합]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영향력은 매년 커져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습니다. 정재승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해에 집행위원장을 해봤는데 열정만 갖고 참여했다"며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하며 뭉클한 순간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최열 조직위원장(환경재단 이사장)이 1970년대에 환경 운동을 할 때는 '공해라도 배불리 먹으면 좋겠다'라고 조롱을 받았다"며 "환경재단은 2002년에 설립된 이후 2006년부터 기후 문제를 언급했고 당시 탄소 감축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환경 운동에 대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코로나19 이후부터였습니다. 이 공동집행위원장은 "최근에는 실제로 우리의 기후가 바뀌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에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지만, 제일 중요한 에너지 전환에 대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산업계가 투자하는 것은 부족한 상태"라며 "그렇기 때문에 영화제가 한발 앞서서 대중에 알리는 역할을 해온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도 코로나19가 기폭제가 되어 더욱 커졌습니다. 영화제를 디지털로 전환해 극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하자, 기존의 2만 명이던 관객 수가 디지털로 전환한 첫 해인 2020년에 2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2021년엔 40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지난해는 무려 84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관람한 학생들의 숫자만 24만 명입니다.

올해 첫 참가비 받는다…"맹그로브 나무 심어요"

인사말을 하는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환경재단 대표) [사진=연합]

반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정부 예산 지원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 예산을 지난해 52억 원 수준에서 올해 24억 원으로 삭감하면서 중 소규모 및 지역영화제가 존폐 위기에 놓인 가운데, 서울국제환경영화제도 환경부의 지원 액수가 줄어드는 일을 겪은 것입니다.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환경부가 한 단체에 오래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원액을 삭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환경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과 함께 합니다.

관객들에게는 참가비 5,000원을 받습니다. 이미경 공동집행위원장은 "극장에서 상영을 무료로 하다 보니 정작 못 보는 관객이 많아져 올해부터 유료로 참가비를 받게 됐다"며 "이 참가비를 내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해결책이 낸다"고 말했습니다.

한 사람이 참가비 전액 5,000원을 내면 환경재단이 5,000원을 더해 모은 전체 액수를 아시아 전역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데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준상-박하선, '에코프렌즈'로 나서다

홍보대사인 에코프렌즈로 위촉된 배우 박하선과 유준상, 최열 조직위원장(환경재단 이사장) [사진=연합]

홍보대사인 '에코프렌즈'로는 배우 유준상과 박하선이 위촉됐습니다.

배우 유준상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가 크게 와닿아 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 강조했습니다.

배우 박하선은 "저는 아이를 낳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와 기후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도 대나무 칫솔을 쓰고 텀블러를 갖고 다니며 전기차를 사용하는 등의 삶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어 전주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을 할 당시 캐나다로 몰려오는 '쓰레기 섬'을 다룬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바 있다고 회고하며 "관객 분들도 영화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알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9일까지 메가박스 성수서 관람…30일까지 '온라인 관람'도 가능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최근 1~2년 사이 제작된 국내외 환경 영화 출품작들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1백만 원부터 최고 1천만 원에 이르는 상금을 수여합니다.

관람객들은 메가박스 성수에서 다음 달 5일부터 9일까지 상영하는 영화들을 보거나,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kr)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다음 달 5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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