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의 숨겨진 진실...‘부당 수사’ 주장이 말이 안되는 진짜 이유 [저격]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4. 5. 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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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채 상병 순직사건 및 외압사건에 대한 특검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저격-25] 지난 2일 ‘채상병 특검법’ 국회 표결 때 여당 의원으로선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온갖 궤변과 무식한 주장이 난무한다”며 특검 반대 논리를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은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저는 처음부터 박정훈 대령에 대한 공소 취소부터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설명드리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먼저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군사법원법상 수사권이 없기에 애초부터 부당한 수사를 한 것’이라는 주장을 ‘가장 무식한 주장’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애초에 박 대령이 한 일은 ‘군사법원법 제2조’와 ‘군인 범죄 수사절차’ 등에 따라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나 경찰에 사건을 넘기는 ‘이첩’ 행위였다는 겁니다.

지난해 7월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김 의원은 “그래서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수사외압사건’이 아니라 ‘이첩외압사건’”이라며, “따라서 외압은 있었지만 수사가 아니었기에 수사 외압이 아니라고 하는 건 그냥 말장난”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의원은 또 임성근 사단장 등이 포함된 수사의뢰 대상을 두고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선 “더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만약 박정훈 대령이 법리를 검토해 이첩 대상자를 넣고 뺐으면 그건 수사에 해당하지만, 단순히 수사대상에 포함해 이첩한 것을 두고 왜 이첩했냐고 하는 건 억지”라는 겁니다.

김 의원은 “결정적으로 이 사건이 꼬인 건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죄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으로 입건한 (작년) 8월 8일”이라며 “박 대령이 이미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데 외압사건은 차분히 공수처 수사를 기다려보자는 걸 어느 국민이 받아들이겠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그래서 박정훈 대령에 대해 공소 취소부터 하고 논의해야 했다”며 “우리 당이 내세우는 법 논리도 해괴하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청년과 그 억울함을 풀어보려 했던 군인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이 우리 당의 한계이고 절망 지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채 상병 사건
‘채 상병 사건’이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내성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합니다.

당시 해병대는 경북 예천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km 구간에 119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하고 있었으며, 채 상병은 7월 18일부터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사건 이후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를 진행했고, 박 대령은 2023년 7월 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 보고를 받은 뒤에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수사단은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습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박 대령을 항명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이후 임성근 사단장을 제외한 해병대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물어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하면서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수사’에 초점 둔 언론보도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행위와 수사 결과 도출은 군사법원법 위반입니다.

수사결과 내용(법죄혐의 적시)이 법적효력이나 구속력이 전혀 없음에도 이를 유가족에게 설명하고 지휘계통으로 보고하고,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이 마치 정당한 수사결과라고 오해하도록 한 것입니다.

즉, 본 사건은 법적으로 아직 수사개시 자체가 안된 상태입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해 8월 9일 ‘수사단장 입장문’이란 공개문에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중략) 수사 결과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하였고,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했고, 지난해 8월 10일 모 언론사 기사에는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요약본인데 수사단장은 서두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했다고 썼습니다”고 기재됐습니다.

수사단장은 지난해 8월 11일 언론에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결과를 해병대사령관 등에게 직접 대면보고 했다”라고 하며, “경북경찰청의 문서 수사촉탁이 아닌 수사협조 요청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라는 취지의 공개 발언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보도의 초점이 ‘① 해병대 수사단장이 엄정하게 수사한 수사결과 공개 발표를 누가 왜 막았는지 ② 수사결과(개별 당사자에 대한 법죄혐의 사실) 내용에 대한 축소 외압 여부 ③ 수사결과 자료의 이첩관련 외압 여부입니다.

이러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해병대 수사단이 본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했는지 여부와 수사결과 및 관련자료의 경찰 이첩과정이 본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는게 타당한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수사권 없는 군 수사기관
작년 7월 1일 약 30여년간의 군사망 유가족,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및 국민들의 노력과 열망에 따라 군인 등의 사망사건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군 수사기관(군 검찰 및 군사경찰)으로부터 박탈하고 민간 수사기관(검찰·경찰)으로 이관하도록 군사법원법과 관련 법령이 개정되었습니다.

1948년 국군 창설 이후 군내 성폭력범죄와 군 사망사건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사건의 조작·은폐·축소·부실수사 등)의 직접적 당사자이자 원인 제공 조직이었던 군사경찰(헌병대)은 더 이상 군내 성폭력범죄와 군인 등의 사망사건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관련 첫 공판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그런데 갑자기 해병대 수사단장이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그 수사결과를 유가족분들께 설명하고 해병대사령관 등에게 대면보고하고 심지어 언론을 통해 그 수사결과가 공개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군인권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 언론에서 이러한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수사행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병대 수사단의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에 대한 수사진행 행위와 수사결과 도출행위는 군사법원법,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한 직권남용 등 불법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상당합니다.

군은 왜 수사권을 박탈 당했나
우리 군이 창설된 1948년 이후 전투 중(6·25한국전쟁, 월남전, 기타 전투참전) 사망한 전사자가 아닌, 군 복무 중 일반 사망한 군인은 약 7만5000명입니다.

이 중 상당수가 사고사망·자살(자해사망) 등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군 사망사고 수사를 담당했던 헌병(군사경찰)은 사고·자해사망 대부분의 원인이 개인적 과실(안전의무 위반, 가정사와 신변비관 등)에 의한 것이라고 그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조작하거나 축소·왜곡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사고·자해사망자의 대부분은 비순직 처리되었습니다. 군인 사망 중 현재기준 순직(사망의 국가 책임) 비율은 약 50% 수준입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군사정권이 종료된 후 이러한 군내 사망사건의 군 수사기관에 의한 조작, 은폐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가족과 시민단체 및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국민들의 열망으로 노무현 정부인 2006년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신설되어 2009년 12월 31일까지 운영되었습니다.

2018년 9월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신설되어 과거 군 사망사건에 대한 재조사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또한 군에서 발생한 성폭력범죄와 사망사건에 대한 군 수사기관(군 검찰과 군사경찰)의 수사과정과 결과(증거조작·은폐·축소·과장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최근까지 상당했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약 30년 이상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지난 2022년 7월 1일 ‘군사법원법’이 개정되어 “군내 성폭력범죄와 군인 등이 사망사건 범죄”에 대해서 군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완전히 박탈됐고, 수사 권한은 검찰과 경찰로 이관되었습니다.

군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성폭력과 군인 등의 사망사건 범죄)이라 하더라도 과거 군 수사기관의 행태를 봤을 때, 군의 수사결과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으니 민간 경찰과 검찰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군사경찰병과장 보직해임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그 결과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토록 하며, 사법적 판단도 군사재판이 아닌 일반법원의 재판을 통해 받도록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해병대 수사단은 오로지 용맹함과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이란 명분으로 법률적 권한이 전혀 없음에도 군인 등의 사망사건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그 수사 결과를 도출했다고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한 것이 마치 정의로운 행동이자 정당한 행위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법률에서“원인 무효는 결과 무효”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는 무효이고 법률적 효력이 전혀 없습니다.

박 대령에 대한 군의 외압이 성립하려면
군은 사건 발생 후 사건을 이첩하기 전 ‘인지통보서’라는 조사서를 작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방부의 수사절차 훈령을 보면, 인지통보서에 피의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위(직급), 죄명, 인지 경위, 범죄 사실 등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수사단 직속상관이나 명령권이 없는 사람이 수정 또는 축소 지시를 했다면 외압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박 대령이 인지통보서에 사단장까지 피의자로 특정해 적었는데, 부당하게 인지통보서에서 사단장을 빼라는 외압이 있었다면 직권남용이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아직 고 채수근 상병 수사는 경찰에서 수사 개시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관할 경찰청은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여 망자와 유가족분들이 한치의 의심의 여지나 억울함이 없도록 하고, 과실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응당의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수사결과를 기대합니다.

※ 개정된 군사법원법령 등에 따른 군 성폭력범죄 및 군인 등의 사망사건 범죄에 대한 수사진행 절차

① 사건발생 → ② 범죄인지 시 지체없이 사건 이첩(관련자료 및 증거 제출 가능) → ③ 경찰·검찰수사(군은 수사협력) → ④ 경찰 수사결과 검찰 송치여부 결정 → ⑤ 검찰 기소여부 결정 ⑥ 민간 1심법원 재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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