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짝꿍’ 케인-손흥민, 깊어지는 ‘무관의 한’에도 같은 발걸음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우충원 2024. 5. 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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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49-0과 161-0. 두 묶음 사이에, 과연 공통부분은 존재할까? 있다. ‘무관의 한’이다. ‘영혼의 짝꿍’으로 평가받던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과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이 씻어 내지 못하는 무관의 설움으로 엮인 공통 요소다.

잉글랜드 축구의 상징인 케인은 2009년 성인 축구 마당에 뛰어들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에 둥지를 틀고 날갯짓을 시작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리그에서만 249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정상은 단 한 번도 밟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은 2010년 1군 마당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 SV에 보금자리를 치고 비상의 나래를 폈다. 14년이 지난 현재, 리그에서만 161골을 포획했다. 그렇지만 역시 우승의 나무엔, 깃을 사리지 못했다.

2023-2024시즌도 어느덧 피날레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시대를 주름잡는 걸출한 골잡이로 각광받는 케인과 손흥민이건만, 다시 한번 등정의 열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두 사람에겐, 우승은 ‘금단의 과실’이었다.

EPL을 호령하며 득점왕에도 등극했던 두 사람이다. 케인은 세 차례(2015-2016, 2016-2017, 2020-2021시즌), 손흥민은 한 차례(2021-2022시즌) 각각 골든 부트를 움켜쥐었다. 그런데도 우승과 연(緣)은 또다시 맺지 못하고 물러서야 하는 비운에 맞닥뜨려야 했다. 둘에겐, 신의 시련이 가혹하게만 느껴질 듯싶다.

우승에 서린 한에 겨워 눈물을 흩뿌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나 보다. 이적·통계 웹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는 케인이 트로피를 쟁취하지 못한 채 또 한 시즌이 흘러가고 있음을 조명했다. ‘케인의 또 하나 트로피 없는 시즌(Another trophy-less season for Kane)’ 제하의 이 기사에서, 트랜스퍼마크트는 아울러 2000년 이래 유럽 5대 리그를 바탕으로, 메이저 트로피 없이 많은 골을 뽑아낸 골잡이 10명에게도 눈길을 줬다. 이 부문 1위는 물론(?) 케인이었다. 그리고 손흥민도 4위에 자리했다(표 참조).


토트넘을 향한 충성심이 무관의 설움 깊어지게 한 가장 큰 원인

손흥민-케인 듀오는 2015-2016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호흡을 맞췄다. 이 시절 손-케인 듀오가 빚어낸 작품은 EPL 역대 으뜸이었다. 당연히 최다 합작골 타이틀도 듀오의 몫이었다. 둘이 ‘2인3각’이 돼 뽑아낸 득점은 물경 47골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승의 영광은 단 한 차례도 누리지 못했다. 그나마 2018-2019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이 가장 정상에 가깝게 다가선 발자취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침내,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케인은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분데스리가로 날아갔다. EPL 단일 클럽 최다골(213) 기록을 보유하며 ‘토트넘의 황제’로서 군림했던 케인이 둥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케인이 신지평을 열기 위해 택한 디딤돌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11연패(2012-2013~2022-2023시즌)를 비롯해 33회 우승의 관록을 뽐내며 분데스리가 ‘절대 지존’으로 자리매김한 바이에른 뮌헨에서, 케인은 숙원을 풀 수 있으리라 보였다.

그러나 꿈은 또다시 깨졌다. 분데스리가 패권의 야망은 일찌감치 바이어 04 레버쿠젠에 가로막혀 스러졌다. 또, 마지막 희망의 땅이었던 UCL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에 밀려 등정의 열망을 접어야 했다.

케인에겐 지긋지긋한 ‘득점왕 징크스’의 재현이었다. EPL에서 세 차례 득점왕 타이틀을 따냈지만, 그 시즌 토트넘은 각각 3위-2위-7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에도, 케인은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2경기를 남겨 둔 10일(이하 현지 시각) 현재, 36골을 꽂아 넣어 2위(세루 기라시·VfB 슈투트가르트·25골)을 큰 차로 따돌리고 있다. 분데스리가를 뛰어넘어 유럽 골든슈 획득도 기정사실화한 케인이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자리는 2위다. 그마저도 위태롭다. 3위 슈투트가르트와 승점 차가 2(69-67)에 불과하다.

주요 대회 우승 트로피 없는 최다 득점자 순위에서, 케인은 독보적(?)이다. 지금은 은퇴한, 2위 안토니오 디 나탈레(209골)보다 40골이 더 많다. 그에 비례해 한은 더욱 깊어질 듯하다.

트랜스퍼마크트는 케인의 토트넘을 향한 충성심이 무관의 한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득점력과 어시스트 능력까지 두루 갖춘 케인이 토트넘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갖춘 팀의 구애를 받아 좀 더 일찍 둥지를 옮겼더라면, 이렇게까지 무관의 세월이 길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봤다. 이 웹사이트는 2021년 맨체스터 시티를 지휘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강하게 ‘러브콜’을 보냈으나 끝내 무산됐던 사실을 그 대표적 보기로 예시했다.

케인이 풀지 못한 한은 손흥민에게도 영향을 미쳤나 보다. 손흥민도 한 차례 EPL 득점왕을 비롯해 걸출한 골잡이로서 역량을 한껏 발휘하고 있으나, 아직 등정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3위인 위삼 벤 예데르(AS 모나코·198골)에 이어 4위(161골)에 자리한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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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에 대한 충성도에서, 손흥민도 케인 못지않다. 매한가지로, 손흥민도 우승을 노릴 만한 명문 클럽으로부터 구애받는다. 그런데도 손흥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직 무관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둥지를 옮기려는 뜻을 내비치지 않는다. 손흥민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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