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주안이와 시애틀에서 생긴 일

서울문화사 2024. 5.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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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안이의 개인(?) 스케줄로 대화할 시간이 없다. 생각해보면 주안이는 훨씬 바르게 빠르게 자라고 있다.

요즘 주안이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스스로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아빠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말에 자신이 없다. 내가 스케줄이 없는 날에도 주안이는 학교나 학원에 가야 하고, 숙제를 해야 하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약속 잡기 바쁘다. 주인이의 개인(?) 일정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예전에는 주안이와 하루 종일 같이 있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엔 차로 이동할 때, 밥 먹을 때, 잠들기 전 약간의 시간 정도만 함께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아내와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그럼에도 주안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엄마, 아빠한테 살갑게 대한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갖는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주안이는 표현이 풍부하고 여전히 다정스레 우리를 대한다.

얼마 전 주안이의 봄방학 때 온 가족이 미국 시애틀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에 우리 가족 셋이 온종일 붙어 다닐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길을 걸을 때면 주안이는 아내와 내 손을 포개어주며 둘이 사이좋게, 러블리하게 걸으라며 붙여주고 쏙 빠져 우리 앞으로 걸어가곤 했다. 그러다가도 우리가 주안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거나 주안이가 사고 싶어 하는 기념품이나 탄산음료 등을 사주지 않으면 슬슬 짜증을 냈다. ‘엇, 이 녀석 때가 온 건가?’ 하며 아내와 괜히 시그널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런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고 주안이는 “아니라고! 엄마, 아빠는 내가 그러기를 바라는 거야?”라며 오히려 황당해했다. 왠지 주안이가 부쩍 큰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주안이에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지, 엄마, 아빠와 같이 여행을 다니는 게 좋은지, 만약 그렇다면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예전 같았으면 “여행, 너무 재미있지! 맨날 맨날 가고 싶어!”라고 단순하게 말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비행기에 관심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시애틀의 보잉 박물관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며 그곳에서 일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눈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리고 아마존 스피어와 스타벅스 1호점을 방문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인 마운트 레이니어는 눈이 녹지 않아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다음 기회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생각했던 대답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서 왠지 감동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 어…”라며 “그래, 다음에는 계획을 더 잘 세워보자”라는 동문서답 같은 대답을 했다.

주안이는 훨씬 빠르게, 그리고 성숙하게 자라고 있는데 나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춘기는 지나가는 것이고, 주안이의 생각은 훨씬 빠르고 크고 깊게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부모로서 무게감이 느껴졌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손준호(뮤지컬 배우)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손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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