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갈라지는 세계…대북제재는 유효한가

장용훈 2024. 5.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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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중·러 등과 교류하며 결핍 충족 노려…"제재로 시간 벌며 외교 해야 유용"
안보리 제재 시동 (유엔본부<뉴욕>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논의 bulls@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 등 여러 전장을 통해 드러난 국제질서의 혼란과 약화한 틈새를 북한이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무기 공급 뒷배가 되어주고, 정치,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며 오랜 시간 결핍된 부분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 등을 공급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수행하자, 러시아는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기연장 계획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켰다. 이로써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며 북한의 발목을 죄던 15년 만에 풀렸다.

또 러시아는 올해 3월에만 16만5천 배럴 이상의 정제유를 공급했고 지속적으로 유조선을 수배해 북한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다. 밀과 옥수수 등 북한에 항상 부족한 식량도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다.

공고해지는 북러관계 속에서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가능성도 점쳐진다. 작년 12월 시베리아지역 노보시비르스크주 정부도 지역 건설 현장에서 일할 북한 노동자 2천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제유 공급이나 노동자 파견 모두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에 의해 제한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대북제재의 균열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러시아의 위성국가인 벨라루스뿐 아니라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도 북한과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김정은, 中자오러지 접견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지난 13일 접견하고 '조중(북중) 친선의 해'를 계기로 친선 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교류와 협력의 확대·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2024.4.14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6·25전쟁에 참전한 북한의 혈맹 중국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교류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양국 수교 75주년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예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방북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나 "조중(북중) 사이의 전통적 친선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북한 노동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2일부터는 중국의 정부 유학생 41명이 북한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고 자비유학생 45명도 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이란 시리아 등 중동의 전통적 반미 국가들, 베트남 라오스 등 사회주의 경험을 공유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외교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란을 방문해 수출박람회에 참석한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은 "북한은 사이파 자동차 그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산업 협력 의지를 보였다.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 대상이 된 이후 중국 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한국이 전자, 자동차 등 분야에서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젠 중국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미국의 전선이 곳곳에 펼쳐지면서 북한은 반미 국가들과 연대를 통해 제재를 우회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제재로 고통받던 에너지와 식량, 노동력 수출 등의 영역에서 숨통을 틔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제재 리스트를 추가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과 교류가 전무한 상황에서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다"며 "만성적 제재가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는커녕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해상서 나포된 대북 제재 위반 연루 선박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3일 부산 감천항 인근 묘박지에 대북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선박(3천t급·승선원 13명)이 정박해 있다. 우리 당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 연루가 의심되는 무국적 선박을 최근 영해에서 나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이 어떤 대북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박 측이 화물창 개방을 거부해 당국은 내부 화물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4.4.3 handbrother@yna.co.kr

제재가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핵무장이나 미사일 개발 등 잘못된 행동의 완성을 늦추는 데는 유의미하다는 분석도 여전히 유효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제재를 통해 한 국가의 체제를 바꾼 사례는 없다"면서도 "다만 제재를 통해 핵탄두나 미사일의 핵심부품 구입을 어렵게 해서 핵무장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 완전 확보를 향한 마지막 과제인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북한이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데는 필요한 핵심 소재 획득을 막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객원연구위원은 "제재는 상대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벌고, 그 시간 동안 외교를 통해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의지를 꺾는데 유용성이 있다"며 "외교 없이 상대방의 행동에 따른 수동적이고 무조건적인 봉쇄가 상대의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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