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템은 사더라도 내 집 마련은 회피...美 젠지들 휘두르는 '이것'

이유나 2024. 5. 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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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경제관념이 틱톡에 휘둘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틱톡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은 부담 없이 사들이면서도, '내 집 마련' 등 현실은 자신과 먼 상황이라 여기고 회피하게 되는 습성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30세 미만 젊은 층의 저축·소비·재정 전망 등을 바라보는 방식에 틱톡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미국 비영리 조사연구단체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18~34세) 절반 이상은 틱톡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29세 이하의 성인 중 약 3분의 1은 틱톡에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틱톡이 아직까지도 젊은 층의 견해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에서 재무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27세의 케이틀린 스프링클은 자신의 틱톡 피드를 "암울한 경기와 소비주의가 뒤섞인 곳"으로 묘사했다. 케이틀린의 피드에는 부채 증가의 폐해를 경고하는 경제 전문가의 영상은 물론, 스킨케어 제품을 소개하거나 가방을 하울(제품에 대한 솔직한 사용후기를 다수와 공유하는 것)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이 혼재하고 있다.

케이틀린은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평소 갖고 싶은 물건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여유를 마련하기 위해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 먹는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돌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탠리 텀블러는 물론 틱톡에서 유행하는 다른 물병 몇 개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케이틀린은 "틱톡이나 친구들과 어우러지려면 물건을 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라며 "항상 그런 편이지만 틱톡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고백했다.

연합뉴스
브로드웨이 공연이나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 등을 관람하고 틱톡에 영상을 공유해 온 28세의 변호사 에반 나르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래들 사이에서 이런 경험을 끊임없이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며 "월급의 많은 부분을 여행, 브로드웨이 공연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틱톡에 아무도 집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나 물가 폭등과 같은 암울한 뉴스가 넘실대지만, 이와 동시에 2,500달러(340만 원)짜리 루이비통 가방과 70달러(9만 5,000원)짜리 보습제가 '필수 아이템'으로 언급되는 등 모순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30세 이하의 젊은 세대들은 경기 전망이 나쁘다면 그냥 지금 당장 삶을 즐기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빚을 지고 있으며, 이는 우울과 혼란이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또 틱톡이 젊은 층으로 하여금 그들이 실제로 얼마나 부유한 지와, 그들이 추구하는 생활 방식 사이에 단절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단절로 인해, 재정 상담가들은 자신의 재정 상태를 향한 청년들의 왜곡된 생각을 설명하고자 '돈 이형증'(money dysmorphia)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게티이미지뱅크
29세의 틱톡커 에블린 히달고는 평소 생활비를 다루는 내용 등 경제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자신의 틱톡 피드가 종종 유행하는 아이템이나 그의 삶과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 대주택 등을 보여준다며 "저들이 보여주는 '보통'이 내 '보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피드를 통해 경제적으로 부러움을 자아내는 삶을 사는 사람들과 그 반대편에서 투쟁하는 사람들 사이의 '분열된'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경제학자들은 Z세대(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의 엇갈린 '경제적 감정'(economic feelings)이 그들의 재정 상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대부업체 렌딩트리의 수석 경제학자 제이콥 채널은 이들의 재정 불확실성이 노후 대비나 생활 등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렌딩트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 Z세대의 비주택 담보 대출을 제외한 부채가 두 배 늘었고, 평균적으로 약 1만 1,000달러(1,496만 원)를 추가로 부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출생의 젊은 층은 2019년과 2022년 사이 재산이 4만 달러(5,442만 원)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비슷한 나이에 이전 세대의 성장률을 능가했다고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측은 전했다.

미 경제정책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모니크 모리스는 젊은 세대가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Z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노동 시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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