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은 조롱서 시작…피해자 약한 고리 파고든다"

송광호 2024. 5.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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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한 일이었어요. 못된 생각으로 한 게 아니에요. 나쁘게 받아들이면 안 되죠."

특히 "독설을 던졌을 때 가해자가 그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상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조력자인 어른은 나올 수 있는 최악의 말이 무엇일지 예견하도록 해주고, 맨 처음에 가해자에게 했던 독설과 똑같은 방향을 유지하면서 그런 말에 어떻게 대응할지 찾아주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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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교폭력 전문가 에마뉘엘 피케의 제안
"누구든 괴롭힘 당할 수 있어"…신간 '학교 폭력에 관한 모든 질문'
학교 폭력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웃자고 한 일이었어요. 못된 생각으로 한 게 아니에요. 나쁘게 받아들이면 안 되죠."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어쩌면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계속해서 반복하는 행동이 장난일 수는 없다"고 에마뉘엘 피케는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학교 폭력 전문가다. 2008년 샤그랭 스콜레르센터를 설립해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학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애쓴 공로로 2019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에서 주는 최고 훈장이다.

에마뉘엘 피케 [주니어태학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에 따르면 학교 폭력은 별명을 부르며 놀리거나 짓궂은 행동처럼 언어적·물리적 조롱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해자는 차츰 서서히 수위를 높여가며 테스트를 진행한다. 피해자의 무력함이 발견될 경우, 이런 폭력은 여러 날 동안 이어지고, 형태가 조금씩 변형되면서 차츰 더 많은 사람이 보는 가운데 일어난다. 피해자의 취약함이 드러나고, 그런 다음 피해자가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다음부턴 가해자의 괴롭힘이 본격화한다. 프랑스 '라루스 사전'의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괴롭히는 행동은 끊임없이 자잘한 공격으로 누군가를 복종시키는 것"이다.

피케는 "괴롭힘은 특정 시점에 어떤 아이나 청소년에게 있다고 여겨지는 취약함을 바탕으로 삼는다"면서 "아이든 청소년이든 간에 다양한 이유로 특정 시점에 취약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떤 아이든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특정 시점, 대인 관계에 경험이 일천할 때 '괴롭힘'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피케가 쓴 책 '학교 폭력에 관한 모든 질문'에 따르면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맏이거나 외동인 아이들"이다. 맏이인 경우는 38%, 외동인 경우는 22%로 이들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또래와 교류한 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이는 "논리적 귀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 부모들이 경찰의 가혹행위 처벌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폭이 발생했을 때 부모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권한다.

"8~9세 무렵부터는 이렇게 부모가 개입하는 행동이 전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행동은 아이를 비단 가해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또래 아이 앞에서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빠뜨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행동은 부모가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바로 이렇게 보호받은 아이의 취약함이 커지는 것입니다."

방관의 탈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의 잔혹함을 이용해 지금까지 인기를 얻어왔던 가해자가 정서적으로 교정받는 경험을 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해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공격에 대응하고, 집단의 우두머리에게 개인적으로 반격하라고 주문한다.

또한 가해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인정하면서, 이를 역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예를 들면, '그래, 나 뚱뚱해' '그래, 나 못생겼어' '응, 나 친구 없잖아'라고 말하면서 가해자의 태도가 가소롭다는 점을 강조하는 식이다.

[연합뉴스 TV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특히 "독설을 던졌을 때 가해자가 그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상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조력자인 어른은 나올 수 있는 최악의 말이 무엇일지 예견하도록 해주고, 맨 처음에 가해자에게 했던 독설과 똑같은 방향을 유지하면서 그런 말에 어떻게 대응할지 찾아주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믿을 수 있는 어른이나 친구가 가해자 역할을 하면서 아이가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수입니다. 이렇게 연극을 하며 연습한 것이 이튿날부터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주니어태학. 장한라 옮김. 368쪽.

학폭은 왜 없어지지 않을까 [연합뉴스 자료사진]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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