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 총장이 파리 목숨”…벌써 세 번째 해임, 대체 무슨 일?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5. 1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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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유펜 이어 세번째
바이든 “라파 지상전으론
하마스 궤멸 불가능할것”
마사 폴락 코넬대 총장. [사진=코넬대 홈페이지]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사립대 코넬대학교 총장이 내달 사임한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으로 가자전쟁이 발발하고 이스라엘의 대응에 미국 캠퍼스에 반(反)유대주의가 확산된 이래,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의 사임만 이번이 세 번째다.

캠퍼스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무기지원이 없어도) 손톱으로라도 싸울 것”이라며 가자지구 내 라파에서의 지상전을 공언한 상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아야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상전만큼은 안된다면서 압박과 회유를 반복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마사 폴락 코넬대 총장은 성명을 내고 “올해는 내가 총장으로 일하는 마지막 해가 된다. 오는 6월 30일 퇴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7년간 코넬대를 이끈 폴락 총장은 지난해 12월 사임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지만, 코넬대와 다른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진 인들로 인해 세 차례나 실행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대학 내에 급속히 확산된 반유대주의와 이에 대한 내외부의 비판이 사임 배경으로 풀이된다. 코넬대 동문이자 주요 기부자인 기업가 존 린세스는 지난 1월 코넬대 이사회 의장에 서한을 보내 폴락 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린세스는 “코넬대는 이제 지식의 발견과 확산에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집단사고 정책 등에 집착한다”고 적었다.

미 교육부는 러셀 릭포드 코넬대 역사학과 교수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면서 지난해 11월 학교에 대한 조사를 감행했다.

폴락 총장의 깜짝 사임 발표는 코넬대가 친(親)팔레스타인 학생 시위대에 대한 징계로 인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나왔다. 코넬대는 학교 안으로 경찰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시위 학생 6명에게 즉각 정학 조치를 취했다. 폴락 총장이 ‘표현의 자유 이니셔티브’를 꺼내든 학기에 이를 전면 부정하는 징계가 이뤄진 터라 비판이 나왔다. 리사 리버위츠 코넬대 교수는 폴락 총장에게 학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정학 처분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폴락 총장은 “이번 결정은 나의 결정, 내가 홀로 내린 결정”이라며 반유대주의 관련 논란의 여파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부인하면서도 “점점 양극화돼가는 오늘날 환경에 학생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책무는 여전히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우리가 불쾌감을 준다고 여길 수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미 대학 내 반유대주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한 이후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3개 대학에서 총장이 사퇴했다. 클로딘 게이 하버대드 총장은 학내 반유대주의 확산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헤지펀드 억만장자이자 주요 기부자인 빌 애크먼이 주도한 퇴진 운동으로 지난 1월 초 사임했다.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리즈 매길 총장도 유사한 논란이 일자 사모투자펀드 부호 마크 로언이 사퇴를 요구했고, 결국 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학 내 시위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의 재앙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실무진들에게 ‘이스라엘과 협력해 하마스를 영구적으로 격퇴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전략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은 라파를 박살내서는 하마스 영구 격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지상전 대신 몇 개 대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학에 대한 사실상의 ‘검열’을 두고 비생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법률 분야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프렌치는 미 대학 총장들이 의회에 소환돼 반유대주의 확산 책임을 질타받던 지난해 12월, 칼럼에 총장들이 표현의 자유 관련 명확한 정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혐오 표현 등 나쁜 말에 대한 최고의 대응은 검열이 아니라 더 나은 말”이라고 적었다. 그는 “대학은 공론장이다. 이념적 단일문화는 집단사고와 편협함, 억압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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