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독립운동가서 ‘백의의 천사’로… 韓간호 1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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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버팀목,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돌봄' 역할, 그리고 최근 필수의료진 부족에 따른 'PA간호사' 추진까지, 간호의 업무와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을 전망이다.
한국 간호의 역사는 개항 이후인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령 박자례는 열혈 독립운동가, 정종명은 사회주의 운동가였고, 조귀례는 한국전쟁 간호장교이자 간호인력 파독 사업 담당자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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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버팀목,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돌봄’ 역할, 그리고 최근 필수의료진 부족에 따른 ‘PA간호사’ 추진까지, 간호의 업무와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을 전망이다.
국내 ‘첫 간호인’은 김마르다와 이그레이스다. 김마르다는 남편의 폭력에 코와 손가락이 잘린 보구여관(한국 최초의 여성병원)의 환자였고, 이그레이스는 병에 걸려 내쳐진 노비였다. 당시 전근대적인 가부장제와 신분제의 희생자들이었던 셈이다. 이들이 보구여관 환자에서 간호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전근대에서 근대로 시대가 이행하는 과정을 반영한다.
또 조선 왕실의 궁녀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원의 간호학생을 거쳐 산파가 된 박자혜, 여자고학생상조회·여성동우회·근우회·신간회 등의 사회조직을 만들고 대중연설가로 이름을 떨쳤던 정종명, 일제 말 경성제대에서 간호교육을 받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출범과 함께 제1기 간호장교가 된 조귀례 등이 10인에 포함됐다.
각각의 인물들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정부 출범, 한국전쟁, 종전 등 한국사회의 굵직한 사건과 변화에도 연결됐다. 가령 박자례는 열혈 독립운동가, 정종명은 사회주의 운동가였고, 조귀례는 한국전쟁 간호장교이자 간호인력 파독 사업 담당자를 맡았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모자보건사업을 시작했던 한신광, 한국 최초의 간호유학생 이금전, 한국전쟁기에 익힌 수술과 마취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마취간호의 확대와 회복실 도입 등의 개혁을 이끌어낸 박명자 등이 간호의 역사를 이끌었다.
이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보건의료의 변화가 한눈에 보인다. 보구여관, 조선총독부의원, 세브란스병원, 동대문부인병원 등 의료기관과 간호교육기관은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했다. 책 전반에 간호부, 산파, 간호원, 조산원, 간호사, 조산사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는 것도 시대에 따라 그리고 법과 제도에 따라 간호·조산 관련 면허 소지자에 대한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상지대 간호학과 교수인 저자는 치열하게 살아온 간호인물 이야기를 통해 간호인과 한국사회가 서로에 미친 영향을 보여준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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