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 달인’ 류현진 감이 맞았나..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필요한 ABS, 앞으로가 중요하다

안형준 2024. 5.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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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현장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시스템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KBO는 5월 9일 1군 9개 구장에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정확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테스트 결과 ABS 존은 상하좌우 평균 4.5mm 이내의 측정 오차를 보였다.

KBO는 "각 구장별로 ABS 판정 좌표 기준에 차이가 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공감해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구장마다 ABS 존이 다르다'는 현장의 불만을 받아들인 것이다.

KBO는 올시즌에 앞서 ABS를 전격 도입했다.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을 '기계 판정'으로 잠재우고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사람인 심판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은 100% 정확할 수 없었다. 정확히 같은 코스에 들어온 공도 매번 판정이 같지 않았다. ABS는 그런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KBO는 기존 심판진의 스트라이크 존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정에서 정하는 스트라이크 존보다 좌우를 2cm씩 넓혔다. 떨어지는 공에 대한 과도한 스트라이크 판정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공이 상하로는 두 구간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새로운 개념까지 도입했다.

다소 갑작스럽게 도입됐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대부분 ABS를 찬성하고 있다. 기계가 정확히 판정하는 것인 만큼 '최소한 같은 코스의 공에는 같은 판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치르는 양 팀에 완전히 동일한 조건이 적용된다면 스포츠의 최우선 덕목인 공정성은 확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음도 있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과 현장의 코칭스태프들은 구장마다 ABS의 존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현장에서 정설로 자리잡은 '잠실 야구장에서는 좌타자 몸쪽 판정이 후하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올시즌 KBO리그에 복귀한 류현진(한화)은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ABS 존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전날 지켜본 존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KBO의 테스트 결과 이런 인식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평균 4.5mm 이내의 오차'는 절대적으로 큰 수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미세한 차이도 아니다. 4.5mm 차이는 3.615cm인 야구공의 반지름이 4cm 이상으로 커지는 수준의 차이다.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구장의 평균 오차도 동일하지 않았다. 선수들, 코칭스태프들이 '구장마다 존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 것이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니었던 것이다.

각 구장의 ABS 존 평균 측정 오차를 보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경우 상하 4mm, 좌우 3mm였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경우에도 오차는 상하 3.6mm, 좌우 2mm였다. 반면 잠실구장은 상하 오차 평균이 대전의 두 배가 넘는 6.7mm였고 좌우 오차 평균은 대구의 2배 이상인 4.7mm였다. 역시 ABS 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도 상하 오차가 6.2mm, 좌우 오차가 5mm로 가장 큰 편에 속했다.

KBO가 테스트 후 공개한 수치는 최대값이 아닌 '평균값'이다. 해당 수치보다 편차가 큰 경우도, 작은 경우도 있었고 그 평균이 저 수치라는 의미다. 평균값보다 더 크게 벗어난 공에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만 KBO 관계자는 "오차의 최대 범위는 9.9mm 이내고 정확한 판정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달 잠시 논란이 됐던 류현진이 항의한 공도 어쩌면 '오차'였을 수 있다. 수원 KT 위즈파크의 경우 상하 ABS 존의 오차 평균이 6.5mm. 당시 KB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류현진의 공은 0.78cm 차이, 즉 7.8mm 차이로 아래쪽 ABS 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원의 상하 평균 오차가 6.5mm라는 것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공도 측정 오차로 인해 볼판정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대값이 아닌 평균이 6.5mm라면 7.8mm의 오차는 생길 수 있다.

물론 이번 실험으로 측정한 오차와 실제 경기에서의 ABS 오차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실험은 폼보드에 찍힌 공의 위치를 잰 것이지만 실제 경기에서의 ABS는 분당 최대 2,000회 이상 빠르게 회전하는 공이 특정 지점을 통과했느냐를 추적하는 것이다.

구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인식은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지만 '잠실구장은 좌타자 몸쪽이 넓다'는 등의 특정 방향에 대한 편차는 이번 테스트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모든 구장에서 방향에 따른 유의미한 오차 편차는 없었다. 잠실구장이라고 해서 '좌타자 몸쪽으로는 평균 9mm, 우타자 몸쪽으로는 평균 0.4mm 오차'와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과도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소 급하게 도입되기는 했지만 ABS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했다. 지금도 일부에서 조금의 혼선은 있지만 ABS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극히 드물다. 간혹 생기는 오차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ABS가 경기를 치르는 양팀에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공정함에 대한 시비를 가리는데 에너지를 소모할 일은 없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

ABS 존이 규정된 스트라이크 존보다 좌우로 2cm 넓게 설정된 것이나 상하 ABS 존 판정은 두 구간을 지나야 하는 것 등도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이제 막 도입된 시스템인 만큼 보완할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 된다. KBO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협의를 통해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도기를 거치며 더 정교해진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를 잡는다면 앞으로 KBO리그는 한층 더 공정하고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심판의 판정 정확도가 KBO리그보다 높은 메이저리그도 ABS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KBO는 "의견을 깊이 경청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면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다. ABS의 정밀한 운영을 위한 연구를 지속해나갈 것이며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사진=KBO 제공)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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